줄거리 요약
주인공 헨리 카펠(제이든 리버허)은 11살이지만 어른보다 더 논리적이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천재 아이다. 헨리는 학교에서는 뛰어난 학업 성적을 자랑하고, 집에서는 싱글맘인 수잔(나오미 왓츠)과 동생 피터(제이콥 트렘블레이)를 보살피며 가장의 역할을 도맡는다. 어머니 수잔은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두 아들을 키우지만, 사실상 집안의 결정권과 재정 관리 등은 헨리가 도맡고 있다.
수잔은 자신의 능력 부족을 자각하면서도 아들 헨리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따르고 있다. 영화는 헨리의 일상과 가족의 평화로운 모습에서 시작되지만, 곧 헨리는 이웃 소녀 크리스티나(매디 지글러)가 의붓아버지 글렌(딘 노리스)에게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된다. 글렌은 지역 경찰서장으로, 권력과 위치를 이용해 자신의 범죄를 숨기고 있다.
헨리는 여러 차례 학교나 사회복지기관에 신고하려 하지만, 뚜렷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런 진전도 얻지 못한다. 이에 그는 직접 계획을 세워 글렌을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헨리는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병으로 갑작스레 쓰러지게 된다. 병세는 빠르게 악화되고, 결국 가족과 이웃이 보는 앞에서 짧고도 굵은 생을 마감한다.
이때부터 영화의 흐름은 급격하게 바뀌며, 헨리가 생전에 남긴 수첩 속 계획이 중심 줄기로 등장한다. 헨리는 죽기 전, 어머니 수잔이 자신의 계획을 대신 실행해 줄 것을 믿고 치밀한 행동 매뉴얼과 지침서를 남겼던 것이다. 수잔은 처음엔 혼란스러워하지만, 점차 아들의 계획을 하나씩 따라 하며 이웃 소녀 크리스티나를 구출하려는 결심을 굳힌다.
수첩에는 구체적인 감시 방법부터, 글렌이 학대를 저지르는 증거를 확보하는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글렌을 암살하기 위한 치밀한 절차까지 서술되어 있다. 수잔은 내면에서 갈등을 겪는다. 평범한 엄마였던 자신이, 정의를 위해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클라이맥스에서 수잔은 마지막 결단의 순간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계획의 가장 극단적인 선택, 즉 글렌을 살해하는 것까지는 실행하지 않고 대신 크리스티나가 직접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녀의 선택은 헨리의 의도를 완전히 따르기보다는, 아들이 품었던 정의감과 인간성의 핵심을 이해하고, 좀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결국 글렌은 자신의 범죄가 드러날 위기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크리스티나는 자유를 되찾고, 수잔과 피터는 헨리의 빈자리를 슬퍼하면서도 새로운 삶의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잔은 과거 헨리가 맡았던 가족의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더 이상 헨리의 계획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나가기로 결심한다.
주요 인물 소개
수잔 카펜터 (Susan Carpenter) – 나오미 왓츠 (Naomi Watts)
싱글맘으로 두 아들 헨리와 피터를 홀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어린이 그림책 작가를 꿈꾸지만, 자신감 부족과 불안 속에서도 아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가족을 지탱하는 인물입니다. 헨리의 계획을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기려는 결단력을 보여 줍니다.
헨리 카펜터 (Henry Carpenter) – 제이든 마텔 (Jaeden Martell, 옛 이름 Jaeden Lieberher)
11세 천재 소년으로, 주식 투자로 가족의 재정은 물론 심리적 중심을 이끌며, 막내 동생 피터와 엄마 수잔을 보호합니다. 이웃 소녀 크리스티나의 학대를 알아챈 후, 직접 구출 계획을 수첩과 녹음에 상세히 기록합니다. 그러나 뇌종양으로 인해 결국 병원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피터 카펜터 (Peter Carpenter) – 제이콥 트렘블레이 (Jacob Tremblay)
헨리의 동생이며, 사랑스럽고 호기심 많은 8세 소년입니다. 형 헨리의 보호를 받으며 자랐고, 헨리의 위중한 상태 후에는 수첩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중대한 역할을 합니다.
크리스티나 시클먼 (Christina Sickleman) – 매디 지글러 (Maddie Ziegler)
헨리의 같은 반 친구이자 이웃 소녀로, 경찰 국장 글렌의 의붓딸입니다. 늘 무기력하고 슬퍼 보이며, 헨리는 그녀가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영화 내내 그녀의 감정 변화는 중요한 정서적 축을 이룹니다.
글렌 시클먼 (Glenn Sickleman) – 딘 노리스 (Dean Norris)
지역 경찰국장 겸 크리스티나의 의붓아버지로, 권력을 이용해 학대를 은폐하려 합니다. 헨리와 수잔의 계획 대상이며, 결국 자살로 결말을 맺습니다.
데이비드 대니얼스 박사 (Dr. David Daniels) – 리 페이스 (Lee Pace)
헨리의 뇌종양 수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헨리의 설명적 의학 지식을 듣고 놀라며, 수잔과의 감정적 연결도 암시되는 인물입니다.
실라 (Sheila) – 사라 실버맨 (Sarah Silverman)
수잔의 직장 동료이자 친구로, 현실감 있는 조언과 풍부한 대사로 극에 유머와 인간미를 더합니다. 수잔의 심리적 버팀목 역할을 합니다.
자니스 와일더 교장 (Principal Janice Wilder) – 토냐 핑킨스 (Tonya Pinkins)
크리스티나의 학교 교장으로, 초반에는 글렌에게 맞서지 못하지만 크리스티나의 무대 공연 이후 학대 사례를 수사기관에 알리는 결정적 인물입니다.
총평
영화 《북 오브 헨리》는 가족 드라마와 복수 스릴러라는 두 가지 장르를 독특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는 어린 천재 소년 헨리와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평범한 가정 속에 숨겨진 어둡고 복잡한 현실을 담아내고자 했다. 헨리는 단지 11세의 나이지만 어른 못지않은 지성과 강한 책임감을 가진 인물로,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 수잔과 어린 동생 피터를 지키고 이끌어간다.
그의 뛰어난 지능은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자, 이웃 소녀 크리스티나가 학대를 당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창이 된다.
초반부 영화는 헨리와 가족의 따뜻한 일상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헨리가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에서 관객은 진한 가족애와 희생정신을 느낀다. 그러나 헨리의 뇌종양이 발견되고 급격히 악화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전환점을 맞는다.
그는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발견한 이웃 소녀 크리스티나의 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복수 계획이 담긴 노트를 남긴다. 이때부터 영화는 가족 드라마의 틀을 벗어나 복수극과 서스펜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수잔은 처음에는 아들의 계획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혼란과 고통에 빠지지만, 점차 헨리의 뜻을 잇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학대를 저지르는 의붓아버지 글렌은 지역 경찰국장이라는 권력자이며, 그 힘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영화는 수잔이 헨리의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과 도덕적 고민을 깊이 파고든다. 수잔은 복수를 위해 법을 넘어선 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지만, 결국 극단적인 폭력의 실행은 피하며 인간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극적인 전환은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서 갑작스럽게 서스펜스와 복수극으로 장르가 변하면서, 관객들은 영화의 톤과 메시지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평론가들은 영화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려는 시도가 산만함과 서사적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복수 계획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고 글렌이 자살로 마무리되면서, 관객들의 기대와는 다른 결말로 다가온다. 이는 도덕적 선택과 인간성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던지지만, 한편으로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빛나는 부분이다.
제이든 마텔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천재 소년 헨리의 복잡한 감정과 지성을 능숙하게 표현하며, 제이콥 트렘블레이 역시 동생 피터로서의 순수함과 헨리에 대한 의존성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나오미 왓츠는 어머니 수잔의 심리적 고뇌와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권력자로서의 글렌 역을 맡은 딘 노리스는 무자비하면서도 냉철한 인물상을 잘 구축한다.
결과적으로 《북 오브 헨리》는 뛰어난 연기와 독특한 소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장르 전환과 완성도 낮은 서사 구성으로 인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엇갈린 반응을 받았다. 일부 관객들은 이 작품을 감정적으로 강렬하고 독특한 영화 실험으로 평가하는 반면, 다수 평론가들은 일관성 없는 톤과 미흡한 플롯 전개로 인해 실망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부모와 자녀, 정의와 도덕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루며 관객들에게 도덕적 숙고와 감정적 울림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