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는 카메론 “캠” 케이드(타이릭 위더스) 라는 젊은 쿼터백(미식축구 선수)을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 삶의 전부를 ‘축구’에 걸고, 아버지의 기대와 사회적 압박 속에서 “최고(GOAT: Greatest Of All Time)”가 되려는 꿈을 안고 자랐다.
영화 초반, 캠은 프로 무대 진출을 앞두고 열리는 스카우팅 콤바인(선수 선발 행사)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 직전, 한 열성 팬의 폭력적인 공격을 받아 머리에 치명적인 외상을 입게 된다. 이 부상은 그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위협할 만큼 위험한 것이었다.
이 위기 속에서, 캠은 전설적인 쿼터백 아이제이아 화이트(말론 웨이언스) 로부터 구원을 제안받는다. 아이제이아는 여덟 차례나 챔피언십을 차지한 스타 선수였으며, 캠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캠에게 자신이 소유한 외딴 훈련 단지(compound)로 와서 훈련하자고 권유한다.
캠은 절박한 심정으로 제안을 받아들이고, 아이제이아의 훈련소에 들어가게 된다. 아이제이아는 아내 엘시 화이트(줄리아 폭스) 와 함께 이 단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처음엔 멘토로서 카리스마 있게 캠을 이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제이아의 카리스마는 점차 뒤틀리기 시작하고, 캠은 점점 이상한 경험들과 어두운 진실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아이제이아는 캠에게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던지고, 캠이 진정한 위대함(HIM)이 되려면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펼친다. 이 훈련소의 규칙은 점점 더 기괴해지고, 캠의 자유는 제한되며, 캠은 자신이 믿고 따르던 멘토의 그림자에 갇히게 된다.
마침내, 이야기는 극단적인 충돌로 치닫는다. 아이제이아는 캠에게 자신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며, 둘은 살육을 거치는 혈투를 벌인다. 이 싸움은 단순한 스포츠 경쟁을 넘어서서, ‘누가 진정한 HIM이 될 것인가’라는 초월적이고 의식적인 대결이 된다. 캠은 헬멧이나 격투 도구를 이용해 아이제이아를 치명적으로 공격하며 결국 살해한다.
그러나 승리는 끝이 아니었다. 캠이 훈련소를 빠져나오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축하 같은 의식과 제안이었다. 팀 소유주, 에이전트, 엘시, 그리고 마치 의식처럼 꾸며진 행사장 모두가 캠에게 계약서에 서명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이 팀은 단순한 스포츠 팀이 아니라, 초자연적이고 음모적인 조직으로서, ‘HIM’의 지위를 초월자처럼 전달하는 룰을 갖고 있었다. 캠이 아이제이아를 이긴 것은 단지 시작이었고, 이제 그는 새로운 HIM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더욱 충격적인 반전이 뒤따른다. 캠이 이 제안과 의식을 거부하자, 그는 자신을 둘러싼 조직을 향해 무차별한 복수를 시작한다. 소유주, 에이전트, 엘시, 그리고 훈련소 관계자들까지 모두 처절하게 살해하며, 피로 뒤덮인 채 경기장 중앙을 벗어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캠이 붉은 피와 광기로 뒤덮인 채 걸어 나가는 모습, 그가 이룬 승리와 동시에 파괴된 세계, 그리고 관객에게 던져진 질문과 여운을 남긴다.
주요 인물 소개
아이제이아 화이트 (Isaiah White) – 말론 웨이언스 (Marlon Wayans)
이 영화의 중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과거 8회의 챔피언십을 제패한 전설적인 쿼터백이자, 미식축구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린다. 그는 “HIM(그 자신이 신이다)”라는 개념의 원형적 존재이자, 젊은 세대의 우상으로 그려진다. 아이제이아는 한때 완벽한 멘토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카리스마 뒤에 숨은 광기와 집착이 드러난다. 그는 젊은 후배에게 ‘위대함’이란 명목 아래 비인간적인 시험을 가하며, 자신의 권력과 신격화를 유지하려 한다.
카메론 “캠” 케이드 (Cameron “Cam” Cade) – 타이릭 위더스 (Tyriq Withers)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NFL 진출을 앞둔 유망한 젊은 쿼터백이다. 그는 부상과 불운으로 인해 커리어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고, 전설적인 선수 아이제이아의 훈련 제안을 받아들인다. 캠은 처음에는 열정과 존경심으로 가득하지만, 점차 자신이 들어선 세계가 단순한 스포츠 훈련장이 아니라 신성시된 폭력과 희생의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그의 여정은 멘토를 숭배하는 제자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반항자로의 변화 과정이다.
엘시 화이트 (Elsie White) – 줄리아 폭스 (Julia Fox)
아이제이아의 아내이자 훈련 단지의 공동 운영자. 외적으로는 화려한 미디어 인플루언서이지만, 내면에는 권력과 욕망, 그리고 불안이 뒤섞여 있다. 엘시는 남편의 세계를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캠에게 단순한 조언자 이상으로 다가오며, 관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톰 (Tom) – 팀 하이데커 (Tim Heidecker)
캠의 매니저이자 스카우트 역할을 담당한다. 현실적인 조언자이자, 캠이 아이제이아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 장본인이다. 그는 비즈니스적 계산 속에서 캠의 성공을 위해 멘토를 연결하지만, 훈련소의 실체를 알게 된 뒤엔 점점 불안과 후회를 느낀다. 톰은 스포츠 산업이 개인을 상품화하는 구조를 드러내는 인물로, 영화의 사회적 비판 메시지를 강화한다.
말렉 (Malek) – 모리스 그린 (Maurice Greene)
훈련소의 트레이너이자, 아이제이아의 절대적 충성자. 그는 캠에게 극도의 육체적·정신적 압박을 가하며, 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고문에 가까운 행위를 수행한다. 전직 MMA 파이터 출신 배우 모리스 그린은 실제 운동선수의 신체성과 긴장감을 그대로 담아내며, 현실과 악몽의 경계를 허문다. 말렉은 아이제이아의 사상을 신앙처럼 믿는 인물로, 멘토의 권위를 상징하는 ‘폭력의 손’이다.
마르코 (Marco) – 짐 제프리스 (Jim Jefferies)
훈련소의 전담 의사로 등장하며, 캠의 부상 치료와 신체 검사를 맡는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조직 내부의 비밀 실험에 연루된 의문스러운 존재다. 그의 처방은 캠의 신체 능력을 높이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의 정신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마르코는 ‘성공을 위한 대가’라는 주제를 의학적·물리적 상징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다.
총평
영화 《HIM》은 조던 필(Jordan Peele)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 ‘스포츠와 공포’라는 이질적인 장르의 결합을 시도한 실험적 영화다. 연출은 저스틴 티핑(Justin Tipping)이 맡았으며, 조던 필의 프로덕션사인 몽키포 프로덕션스(Monkeypaw Productions)가 제작을 담당했다.
영화는 미식축구라는 미국적 스포츠를 배경으로, 성공과 권력, 신체의 희생과 숭배의 관계를 사회적 은유로 포착한다. 그러나 조던 필 특유의 사회적 풍자와 심리적 공포의 깊이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다소 복잡하고 이질적으로 다가온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재능 있는 대학 미식축구 선수 캠(말론 웨이언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명문대 팀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몸과 정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그러나 반복된 충격과 훈련으로 인해 그의 내면과 현실이 점차 뒤틀리기 시작한다.
지도자와 팀, 그리고 시스템은 그를 영웅처럼 추켜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을 도구로 소비하는 폭력적 구조가 자리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스포츠를 ‘근대적 제의’로, 운동선수를 ‘희생 제물’로 바라보며, 성공 신화 뒤에 숨은 공포를 드러낸다.
조던 필 특유의 미장센과 불안한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상징적인 연출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경기장의 조명, 훈련장의 질식할 듯한 긴장감, 코치의 절대적 권위 등은 일종의 종교적 의례처럼 묘사된다. 감독 저스틴 티핑은 빛의 깜박임과 왜곡된 시점, 현란한 사운드를 이용해 관객이 주인공 캠의 혼란과 공포를 체험하도록 만든다.
특히 외상성 뇌손상(CTE)을 겪는 운동선수의 시각을 표현한 장면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눈부신 경기 조명 아래서 점점 무너져가는 캠의 정신은, 미국 사회가 만들어낸 ‘성공의 신화’가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 완성도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서사는 일관된 긴장감과 통일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초반부에는 리얼리즘적 드라마로, 중반부에는 심리 스릴러로, 후반부에는 초자연적 공포로 급격히 변모하며, 그 전환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캠의 내면 갈등은 충분히 흥미롭지만, 후반부의 급작스러운 반전과 초현실적 전개는 감정적인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결말부에서 캠이 맞이하는 파국은 충격적이지만, 그 파국으로 이어지는 정서적 흐름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 다소 뜬금없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많다.
주제의식 또한 과도하게 확장된 점이 아쉽다. 영화는 인종, 계급, 신체 착취, 남성성, 성공주의 등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려 하지만, 어느 하나도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
조던 필의 전작들처럼 명확한 사회적 은유나 풍자의 뚜렷한 메시지가 아니라, 여러 아이디어들이 충돌하며 하나의 주제로 응집되지 못한 인상을 준다. 공포 장르로서의 긴장감보다는 스타일리시한 이미지와 사운드 효과가 강조되면서,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나 개념적으로 흥미로운 시도임은 분명하다. 감독은 스포츠를 단순한 경기로 그리지 않고, 인간의 야망과 자기파괴적 본능이 맞부딪히는 신화적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경기장의 함성과 플래시 조명 아래에서 캠이 겪는 환각과 혼돈은, 현대 사회의 성공 강박과 경쟁의 잔혹함을 공포로 치환한다.
특히 훈련 장면에서 반복되는 코치의 명령과 선수들의 집단적 열광은 종교적 광신을 연상시키며, 이 영화가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를 넘어 ‘숭배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평단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평론가들은 “감각적이고 야심찬 시도지만 내러티브가 불안정하다”고 혹평하며, 로저 이버트 웹사이트에서는 “비주얼은 강렬하나 내용은 공허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관객들은 “스포츠의 어두운 이면을 독창적으로 해석했다”며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로튼토마토 지수는 40%대에 머물렀지만,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상징과 영상미는 논쟁의 여지를 남겼다. 상업적으로는 제작비 약 2,700만 달러에 흥행 수입 2,600만 달러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으나, 그 실험성과 화제성 덕분에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결국 《HIM》은 완성된 걸작이라기보다는 실패를 무릅쓴 도전적인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조던 필이 직접 연출하지 않았지만, 그가 만들어온 세계관 즉, 미국 사회의 위선과 집단적 광신, 인종적 불평등과 욕망의 구조는 여전히 이 작품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스포츠를 통해 인간의 신화적 욕망을 해부하고, 성공이라는 허상을 뒤집어보려는 용기 있는 작품이다. 관객이 이 영화를 불편하게 느낀다면, 그것은 어쩌면 감독이 의도한 바로 그 지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