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 해벅은 부패와 범죄로 얼룩진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형사의 치열한 생존기를 따라간다. 주인공 ‘워커’(톰 하디)는 과거에는 청렴한 경찰이었지만, 부패한 동료들과 썩어빠진 시스템에 절망한 끝에, 점차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다. 영화는 대규모 마약 거래가 엎어지면서, 도시의 주요 범죄 조직과 정치권력이 뒤엉켜 드러나는 비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시작은 단순한 사건처럼 보인다. 마약상이 죽고, 부유한 정치인의 아들이 납치된다. 경찰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워커는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스스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는 범죄조직과 부패한 관리들, 그리고 살인청부업자들에게 쫓기면서, 거칠고 처절한 생존 전을 벌인다. 도시를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가로지르는 워커의 여정은, 물리적인 싸움뿐 아니라 정신적인 싸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부패와 죄책감,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후회와 맞서 싸워야 한다.
영화는 워커가 점점 망가져 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초반에는 목적의식이 있었던 워커도 점차 피투성이가 되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더 비열한 방법들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엘리(제시 메이 리) 형사는 워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양심을 일깨워준다. 엘리는 도시를 정화하려는 마지막 희망 같은 존재다.
워커는 결국 납치된 정치인의 아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사건의 진짜 배후 도시를 지배하는 로런스(포리스트 휘터커)와 삼합회의 대모(여얀얀)와 마주하게 된다. 그는 이들과 거래를 시도하지만, 오히려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절망 끝에서, 워커는 마지막 선택을 한다. 그는 모든 것을 폭로하고,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마지막, 워커는 피투성이 몸을 이끌고 기자 앞에 선다. 부패한 도시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며, 자신의 남은 삶을 희생한다. 해벅은 한 인간의 추락과 구원의 이야기이자, 부패한 시스템 속에서도 인간성의 불씨를 지키려는 처절한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주요 인물 소개
워커 (톰 하디)
워커는 한때는 이상과 정의를 믿었던 경찰이었으나, 오랜 시간 동안 부패한 동료들과 썩은 권력에 물들면서 점차 타락했다. 그는 한때 가정이 있었지만, 자신의 비열한 선택과 폭력적인 행동으로 가족과 멀어지게 된다. 영화 속 워커는 물리적으로는 강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무너져 가는 인물이다. 톰 하디는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강렬한 신체 연기와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엘리 (제시 메이 리)
엘리는 워커와 대조되는 인물이다. 부패한 경찰 조직 속에서도 끝까지 정의를 지키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엘리는 워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라고 믿으며, 그의 인간성을 일깨워 주려 한다. 그녀는 영화 속 유일한 도덕적 기준이자, 관객에게 희망을 제공하는 존재다. 강인하지만 따뜻한 면모를 함께 지닌 캐릭터로, 제시 메이 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인상 깊다.
로런스 (포리스트 휘터커)
로런스는 표면적으로는 부유한 사업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시의 범죄와 부패를 조종하는 그림자 권력자다. 그는 워커를 철저히 이용하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냉혹한 존재다. 로런스는 부패한 권력의 전형을 보여주며, 무자비하면서도 때로는 달콤하게 타협을 제안하는 치명적인 카리스마를 지녔다.
삼합회 대모 (여얀얀)
삼합회의 대모는 도시의 범죄세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로런스와 복잡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으며, 마약, 매춘, 부패 모든 범죄의 중심에 있다. 대모는 겉으로는 우아하고 침착하지만, 잔혹성과 교활함으로 워커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총평
해벅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격렬한 액션과 도시 누아르 풍의 미장센을 겸비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가레스 에반스 감독은 더 레이드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스타일리시하고 날 것 같은 액션을 이 영화에서도 완벽히 구현해 냈다. 특히 좁은 복도에서 벌어지는 1대 다수 격투신이나, 골목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물리적인 무게감과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 보는 이를 숨 막히게 한다.
그러나 해벅이 진짜 빛나는 지점은, 이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인간성의 잔해를 붙잡으려 하는 인물들의 내면이다. 워커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때로는 비열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이는 단순한 복수극이나 범죄물에 그치지 않고, 비극적이지만 울림이 있는 휴먼 드라마로 완성되는 이유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느린 전개, 우울한 톤, 무거운 메시지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연 캐릭터들의 서사가 다소 피상적으로 그려진 점은 아쉽다. 엘리나 대모 같은 인물들은 조금 더 심화된 서사를 부여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벅은 2025년 액션 영화 중 가장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톰 하디는 또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연기를 선보였고, 가레스 에반스는 액션과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 이 영화는 피와 먼지,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도시 한가운데서 '과연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