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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재킹] 줄거리, 인물 소개, 총평

by k-wooki 2025. 4. 9.

하이재킹 관련 사진

줄거리 요약

1971년 12월, 매서운 겨울바람이 속초공항 활주로를 휘감고 있었다. 수도 서울로 향하는 민항기 KA705편은 짧은 비행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예고하고 있었다. 조종사 장태인(하정우)은 아직 30대 중반의 젊은 부기장. 그는 베테랑 기장 박규식(성동일)과 함께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이륙을 준비한다. 승객 55명, 승무원 4명이 탑승한 이 소형 여객기는 평화롭게 하늘을 가르며 이륙한다.

이륙 15분 후, 창가 쪽 12C 좌석에서 일어난 한 남자. 그는 주변 승객들에게 위협을 가하며 폭발 장치를 내보인다. 그의 이름은 김용대(여진구). 짧은 머리에 군복에 가까운 코트를 입은 그는, 이내 조종석을 향해 걸어가고, 곧바로 기내는 혼란에 빠진다. 그는 조종사에게 북쪽을 향하라고 명령하며, 기수를 바꾸지 않으면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기장 규식은 긴급 통신을 시도하지만, 이미 통신 장치는 일부 망가진 상태. 더군다나 폭발 충격으로 시력을 잃게 되고, 조종은 오롯이 태인의 몫이 된다. 용대는 단순한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그는 군 정보국 소속이었던 요원 출신으로, 모종의 이유로 국가에 의해 버려진 인물이다. 그가 선택한 복수의 방식은, 전 국민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납치였다.

기내에서는 승무원 한옥순(채수빈)이 침착하게 승객을 진정시키고, 용대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핀다. 용대는 점점 흥분하며 요구 수위를 높이고, 조종석에서는 태인이 ‘국가의 명령’을 따를 것인가, ‘인간의 양심’을 따를 것인가를 두고 깊은 갈등에 빠진다.

비행기는 연료가 바닥나기 시작하고, 서울 상공에선 공군 전투기들이 발진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 정부는 기체를 요격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고, 지상과 하늘, 그리고 기내는 서로 다른 판단 속에 위태롭게 흔들린다.

그 순간, 태인은 기지를 발휘한다. 그는 일부러 고도를 낮춰 용대의 통신을 방해하고, 항로를 미묘하게 변경해 긴급 착륙을 시도한다. 옥순은 승객 중 예비역 경찰 출신과 협력해 용대를 제압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이 동시에 터지는 순간. 고도 3,000피트, 불 꺼진 기내, 심장보다 빠른 엔진음.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3분이 시작된다.

 

인물 소개

  • 장태인 (하정우)
    부기장이지만, 비상 상황 속에서 조종석을 책임지는 인물. 강직하고 냉정하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품은 캐릭터. 군 경력 없이 민항을 선택했지만, 위기의 순간 전투 조종사 못지않은 집중력과 결단력을 보여준다. 하정우의 깊은 눈빛과 목소리는 태인의 고뇌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 박규식 (성동일)
    경험 많은 기장. 상황 초반엔 냉정을 유지하지만, 사고 이후 시력을 잃으며 곧바로 중심에서 이탈한다. 그러나 그는 조언자이자 상징적인 존재로서, 끝까지 태인과 승객을 포기하지 않는다.
  • 김용대 (여진구)
    전직 군 정보국 요원. 과거 작전 중 민간인 피해를 은폐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실각. 군과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인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절대악이라기보단, 왜곡된 정의감의 화신으로 묘사되며 입체적인 서사를 가진다.
  • 한옥순 (채수빈)
    승무원. 혼란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게 상황을 관리한다.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시선으로 관객의 감정을 대변하며, 극의 안정적인 감정 축이 된다.

 

총평

하이재킹은 단순한 항공 재난물이 아니다. 이 영화는 ‘선택’이라는 키워드 위에 인간의 본능과 윤리, 정치적 맥락까지 엮어내며 고도의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서사의 구성은 철저히 창작으로 채워져 있어 영화적 몰입감을 높인다.

하정우는 이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기존의 거침없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조용하지만 깊게 무너지고 일어서는 인물을 표현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 무전기를 붙잡고 떨리는 손으로 기수를 돌리는 장면은 올해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힐 만하다.

여진구 또한 인상적이다. 젊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국가에 의해 파괴된 인간의 얼굴을 보여주며, 감정선을 완벽하게 조율한다. 그가 읊조리는 대사는 단순한 위협이 아닌 절규에 가깝다.

연출 면에서도 탁월하다. 촬영은 대부분 비좁은 기내에서 이루어지지만, 렌즈의 깊이와 색채 대비를 통해 공간감을 잃지 않는다. 사운드 디자인은 숨소리와 기내 소음을 극적으로 활용해 공포감을 배가시키고, 정적마저 서스펜스로 활용한다.

작은 아쉬움이라면, 중후반 일부 인물 간의 갈등이 급히 해소된 듯한 느낌이다. 김용대의 배경이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뤄졌다면, 영화 전체가 더 무게감 있게 느껴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