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1968년 말, 냉전 경쟁이 최고조에 달한 미국. NASA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 임무를 앞두고 있지만, 전 국민의 관심은 점차 식어간다. 이런 위기 속에서 정부는 ‘달 착륙이 실패하면 허위 영상으로 대중을 안심시킨다’는 극비 계획을 세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 켈리 존스(스칼렛 요한슨)가 영입된다. 과거 사기 전력이 발각될 위기에 몰린 그녀는 압박 끝에 마케팅팀장 자리를 수락하고 조수 루비(안나 가르시아)와 함께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로 이주한다.
켈리는 입사 초기부터 기업 후원 유치와 배우를 활용한 홍보 영상 제작 등 파격적인 PR 전략을 펼치며 NASA 내부에 파란을 일으킨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는 발사 감독이자 임무 성공에 모든 걸 건 인물. 그는 켈리의 극단적 방식에 불신을 품지만, 곧 성과가 눈에 보이자 마지못해 협력하게 된다.
둘은 첫 만남부터 의견 충돌을 빚지만, 공동 작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켈리는 콜이 아폴로 1호 비극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되고, 콜은 셀 수 없이 설득하려는 그녀의 열정 속에서 진심을 본다.
한편, 워싱턴에서는 예산 삭감 위기가 닥치고, 켈리와 콜은 합심해 의회 상임위원회 의원을 직접 설득한다. 콜의 인간적 접근과 켈리의 재치가 맞닿아 결국 예산 통과의 단초를 마련한다. 이를 계기로 켈리 콜의 관계는 업무에서 로맨스로 물꼬가 터지며 서로에 대한 신뢰도 깊어진다.
하지만 ‘프로젝트 아르테미스(Project Artemis)’의 실체가 드러나며 상황은 복잡해진다. 켈리는 백업 영상 촬영 준비를 지시받지만, 내부 갈등과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촬영 세트장에서는 엄격한 보안 아래 극비 작업이 진행되지만, 켈리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발사 직전, 실제 달 착륙이 성공을 향해 나아가면서 가짜 영상을 풀어야 할 위기는 점차 불필요해진다. 결국 켈리는 콜에게 프로젝트 진실을 고백하고, 콜은 그녀와 손잡고 진짜 영상이 퍼질 수 있도록 카메라 복구 계획을 추진한다.
드디어 생중계 순간, 관객들은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긴장한다. 현장 세트에 등장한 검은 고양이 덕분에 ‘실제 착륙 중계’가 맞다는 확신이 들고, 전 국민은 진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영화는 이후 상호 진실을 털어놓는 두 사람의 대화 장면과 함께, 켈리가 본명을 털어놓으며 로맨틱한 미래를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주요 인물 소개
켈리 존스 (Kelly Jones) / 위니 (Winnie) – 스칼렛 요한슨 (Scarlett Johansson)
뉴욕 출신의 마케팅 기획자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디어와 브랜드 스포트라이트를 다루는 능숙한 전문가입니다. 정부 특수 요원인 모에 브르커스에게 낚여 NASA에 영입된 그녀는, 우주 경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 상황에서 ‘달을 파는’ 기발한 PR 전략을 펼칩니다. 그러나 동시에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로 알려진, 달 착륙 위기에 대비한 가짜 영상 촬영 계획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며 내적 갈등에 직면합니다.
영화 초반에는 거침없는 카리스마와 속도감 있는 아이디어 중심의 인물로, 논리와 감각을 모두 동원한 에너제틱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후반부에는 도덕적 딜레마와 진실에 대한 열망 속에서 급격한 내면 성장이 이루어지죠. 코믹한 경력 위장과 강한 설득력 사이에,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이 인물의 중심을 채워 줍니다.
콜 데이비스 (Cole Davis) – 채닝 테이텀 (Channing Tatum)
NASA 케네디 우주센터의 발사 감독이자 예전 미 해군 조종사 출신인 콜은 책임감, 진지함, 그리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켈리의 얄팍한 PR 방식에 처음에는 강한 반감을 느끼지만, 곧 그녀의 실질적인 성과에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켈리와 일종의 적대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하며, 두 사람 간의 긴장감과 로맨틱한 교감이 극을 이끕니다. 채닝 테이텀은 콜의 진중한 태도, 책임감, 그리고 내면의 불안을 다층적으로 연기하며, 켈리와의 케미스트리를 탄탄히 구축합니다.
모에 버커스 (Moe Berkus) – 우디 해럴슨 (Woody Harrelson)
정체불명의 CIA 요원으로, 켈리가 NASA에 파견된 배후 인물입니다. Nixon 행정부의 이익을 위해 달 착륙 PR을 총괄하며, 켈리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의 존재는 공공과 사적 윤리 사이의 갈등 구조를 강화하며, 켈리의 딜레마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랜스 베스퍼틴 (Lance Vespertine) – 짐 래시 (Jim Rash)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실제 세트 촬영 실무 책임자. 가짜 달 착륙 장면을 기획·연출하는 인물로, 히치콕적 감독처럼 오케스트레이션을 지휘하며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짧지만 중요한 역할 속에서, 의외의 유머러스함과 장인적 집착을 동시에 보여주며 이야기의 톤을 풍부하게 만든다.
헨리 스몰스 (Henry Smalls) – 레이 로마노 (Ray Romano)
NASA 케네디 센터의 부발사 담당자로, 콜 데이비스의 보좌를 맡는다. 조직 운영과 감정적 조율을 담당하는 ‘안정적 지원자’ 역할이다.
레이 로마노 특유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연기는, 중책 속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고 전체 조직의 리듬을 유지하는 역할로 작용한다.
루비 마틴 (Ruby Martin) – 안나 가르시아 (Anna Garcia)
켈리의 조수이자 현장 지원 담당. 전략적 수완과 함께, 때로는 조언자·감정적 동반자의 역할도 한다.
스칼렛 요한슨이 이끄는 프로젝트 내에서 그녀는 켈리의 윤리적 고민을 비추고, 동시에 시대의 페미니스트적 관점을 담아내는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총평
2024년작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실제와 허구, 역사와 로맨스가 결합된 이색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을 배경으로 삼되, 그 이면에서 벌어진 이미지 마케팅 전략과 대국민 홍보의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했다. 이러한 설정은 전통적인 우주 영화의 틀을 벗어나 색다른 관점에서 냉전기 미국의 정치와 대중심리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감독 그렉 벌렌티는 톤의 조절에서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재치 있고 균형감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역사적 긴장감과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가벼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스토리를 흥미롭게 이끈다. 특히 60년대 미국의 패션, 광고, 기술, 정부의 대외 전략 등이 사실감 있게 묘사돼 시대극으로서의 완성도도 상당하다.
주연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은 광고 전략가 켈리 존스로서 매력과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극을 이끈다. 냉철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녀의 연기는 기존 마블 히어로 이미지와는 다른 성숙한 인상을 남긴다. 채닝 테이텀이 연기한 NASA 발사 책임자 콜 데이비스는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성으로 그려지며, 요한슨과의 조합은 다소 엇박자가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결국 진정성을 지닌 관계로 정착한다.
다만 영화의 중심 서사인 ‘가짜 달 착륙 영상 촬영 시도’라는 설정은 일부 관객에게는 음모론적이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시 미국 사회의 불안과 이미지 정치의 본질을 풍자하려는 장치로 보아야 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 국가와 개인의 진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교묘히 엮어낸다.
종합적으로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 삼아 색다른 로맨스와 유머를 창조한 독창적인 시도다. 시대극과 장르 영화의 결합, 광고와 우주탐사의 접점, 정부와 개인의 신념이 충돌하는 지점을 통해 영화는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넘어선 정치적 은유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완벽한 걸작은 아니지만, 그 독특한 조합과 매력적인 캐릭터, 시각적 완성도 덕분에 충분히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