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폭락은 한 청년의 탐욕이 어떻게 사회의 구조적 허점을 이용해 가상화폐 시장의 몰락으로 이어지는지를 그리는 작품이다. 주인공 양도현은 이른바 ‘청년 창업 지원금’을 통해 작은 스타트업을 창업하지만, 곧장 고의 부도 처리 후 폐업을 선언한다. 그는 이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수차례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가상화폐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그가 고안한 코인은 '페르소나코인'. 그럴듯한 기술력과 비전을 내세운 백서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치한다. 대학 동기 강지우와 함께 사업 파트너를 맺고, 해외 투자자 케빈의 자금력까지 끌어들여 프로젝트는 급속도로 성장한다. SNS와 유튜브,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젊은 투자자들의 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단기간에 수백억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코인의 가치가 정점에 달했을 때, 양도현은 내부 지분을 대거 매도하고, 이른바 '러그풀'을 감행한다. 순식간에 코인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모든 자산을 잃는다. 여론은 분노했고, 언론은 이를 ‘한국판 루나 사태’라 부르기 시작한다. 도현은 도피를 시도하지만, 강지우의 양심 고백과 경찰의 추적 속에 결국 붙잡히게 된다.
영화는 단순한 범죄극이 아닌,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개인의 탐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을 정면으로 다룬다. 투자자들의 맹목적 신뢰, 시스템의 부재, 돈이 신념을 대체한 시대의 초상, 이 모든 것이 폭락이라는 한 단어로 귀결된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 이야기는 단지 한 남자의 파멸이 아닌, 현대 사회 전체를 향한 묵직한 경고로 작용한다.
주요 인물 소개
- 양도현 (송재림): 영화의 주인공으로, 대원외고와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한 엘리트 출신입니다. 청년 창업 지원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본을 축적한 후, 가상화폐 '마미(MOMMY)'를 개발하여 대규모 금융 사기를 벌입니다. 그의 캐릭터는 실제 루나·테라 사태의 중심인물인 권도형을 모델로 하여, 성공과 몰락을 드라마틱하게 재현합니다.
- 강지우 (안우연): 양도현의 대학 동기이자 초기 창업 파트너로, 기술적 역량을 갖춘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도현과 함께 가상화폐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현의 도덕적 일탈에 의문을 품고 갈등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내부 고발자로서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하며, 영화에서 도덕적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 케빈 (민성욱): 싱가포르 국적의 해외 투자자로, 양도현의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성공을 함께합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위험에 처하자 빠르게 손을 떼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자본의 무책임함과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한국 투자 시장이 글로벌 투기 세력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총평
《폭락》은 단순한 범죄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이 작품은 가상화폐라는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을 통해 사회 구조와 개인의 욕망, 그리고 그 사이의 충돌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영화는 2022년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겼던 루나·테라 사태를 모티브로 하여 극적인 긴장감과 동시에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고 송재림 배우가 주연을 맡은 양도현 캐릭터는 한국 사회에서 야망과 생존의 경계에 선 인물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송재림은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와 변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으며, 그의 마지막 유작이라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더한다. 감독 현해리는 실제 가상화폐 피해자로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각본과 연출을 맡아 진정성을 극대화했다.
그의 시선은 단순히 범죄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범죄가 가능했던 사회적 구조와 투자 문화의 허점을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화면 구성과 편집, 배경음악 또한 감정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의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가상화폐 붐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리스크를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수익만을 좇았는가. 그리고 그들이 속은 것이 아니라, 속이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는가. 영화는 관객에게 도현의 범죄를 단죄하도록 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논리에 일정 부분 공감하게 만들며 윤리적 혼란을 유도한다.
그것은 현실의 우리 모두가 가진 욕망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 《폭락》은 단지 한 사기극의 재현이 아니라, 돈이라는 이름의 신념이 지배하는 시대에 던지는 강력한 경고이자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발하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