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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기브 어스 올 (Forgive Us All 2025)] 줄거리, 인물 소개, 총평

by Roonion 2025.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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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브 어스 올 관련 사진

 

줄거리 요약

정체 모를 전염병이 전 지구를 휩쓸며 사람들을 괴물 같은 존재인 ‘하울러(Howlers)’로 변하게 만든 후, 정부는 살아남은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강제 수용소를 세운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때로는 사랑하는 이들마저 희생시켜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다.

 

주인공 로리(릴리 설리반)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남편 코너와 어린 딸 매티를 잃은 뒤, 그들을 직접 죽여야 했던 기억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로리는 남편의 아버지 오토(리처드 록스버그)와 함께 외딴 농장에서 숨어 지내며 하루하루를 버티지만, 그녀의 마음속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고요한 나날 속에서 로리는 과거의 환영을 보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가에서 부상을 입은 청년 노아(랜스 자일스)를 발견하면서 로리의 삶은 다시 흔들린다. 노아는 정부 캠프에서 도망쳐 나온 인물로, 감염된 아들 레오를 살리기 위해 치료제를 훔쳐 달아난 상태였다.

 

그러나 그 뒤를 정부 요원 로건(칼란 멀베이)과 그의 부하들이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었다. 로리는 처음에는 낯선 이방인을 도울지 말지 갈등하지만, 아들을 구하려는 노아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그를 은신시킨다. 오토는 그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남을 구하려다 우리 모두 죽는다”고 경고하지만, 로리는 과거 딸을 지키지 못했던 후회 때문에 노아를 돕기로 마음을 굳힌다.

 

잠시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로건 일행은 곧 오토의 농장 위치를 파악하고 들이닥친다. 정적이 흐르는 농장은 순식간에 총성과 비명으로 가득 찬 전장이 되고, 오토는 로리와 노아를 탈출시키기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운다. 그는 무기를 들고 로건의 부하들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며 시간을 번다. 그러나 결국 오토는 로건에게 붙잡혀 처형당하고, 로리와 노아는 가까스로 숲 속으로 도망친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로건의 무자비한 행동에 환멸을 느낀 요원 스카우트가 이탈하면서 추격은 로건 혼자에게 맡겨진다. 숲을 헤매며 피신하던 로리와 노아는 서로의 상처와 비밀을 털어놓는다. 노아는 아들 레오가 감염되어 언제 괴물로 변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로리는 과거 자신의 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비극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 속에서 작은 연대감을 형성한다. 그러나 추격은 끝나지 않았고, 로건은 광기에 가까운 집념으로 그들을 뒤쫓아온다. 결국 마지막 대치가 벌어지고, 노아는 로건을 유인해 결전을 벌인다. 치열한 싸움 끝에 로건을 쓰러뜨리지만, 노아는 그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고 만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치료제를 로리에게 건네며, 아들에게 꼭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로리는 눈물 속에서 그의 손을 붙잡지만, 노아는 곧 숨을 거둔다. 로리는 가까스로 치료제를 가지고 노아의 어머니 크리스틴에게 도착한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치료제를 투여해도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고, 로리 자신 또한 하울러에게 물린 상태였다.

 

몸 안에서 서서히 퍼져가는 변화를 느끼며, 로리는 끝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딸 매티의 모습을 떠올리고, 고요한 숲 속에서 총을 목에 겨눈다. 화면은 총성 없이 암전되며, 관객에게 로리의 최후와 용서의 의미를 남긴 채 끝난다.

주요 인물 소개

로리 (Rory) - 릴리 설리반 (Lily Sullivan)

로리는 남편 코너와 어린 딸 매티를 잃은 후, 죄책감에 시달리며 외딴 산골에 숨어 지내는 여성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직접 보내야 했던 그녀의 과거는 그녀를 정서적으로 마비시키고, 감정 표현을 억제한 채 하루하루를 견디는 삶을 만든다. 릴리 설리반은 이 인물을 통해 깊은 슬픔과 내면의 붕괴, 그러나 동시에 사람을 돕고자 하는 의지를 조용히 드러내며, 감정의 중심축으로 극을 이끈다.

 

노아 (Noah) - 랜스 자일스 (Lance Giles)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노아는, 감염으로 고통 받는 아들 레오를 구하기 위해 정부 캠프에서 치료제를 훔쳐 달아난다.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되어 로리와 엮이며, 아들을 향한 절박한 사랑과 구원의 의지를 로리에 전한다. 랜스 자일스는 이 인물을 통해 희생적 헌신과 인간적 약자가 아닌 서사의 핵심으로서 자리매김한다.

 

오토 (Otto) - 리처드 록스버그 (Richard Roxburgh)

오토는 로리의 시아버지이자 전 영국 군인 출신으로, 엄격하고 현실주의적이며 생존 전략에 능한 인물이다. 냉정하게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지만, 동시에 로리를 향한 보호 본능도 드러낸다. 로리는 오토와의 갈등 속에서도 감정적 결단을 내리고, 그의 최후까지 이어지는 서사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로건 (Logan) - 칼란 멀베이 (Callan Mulvey)

로건은 정부 요원으로 노아와 로키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인물이다. 그는 조직의 명령에 충실하며, 무자비하고 냉혹한 추격자로서 등장한다. 그가 보여주는 도덕적 이중성과 광적인 집념은 극의 갈등 구조를 강화하며, 최종 결전에서 인물들을 극한으로 몰아간다. 칼란 멀베이는 이를 통해 냉철한 안티히어로의 면모를 구현한다.

 

스카우트 (Scout) - 브리 피터스 (Bree Peters)

정부 요원 중 한 명으로 로건 일행에 포함되지만, 로건의 잔혹함에 반발해 일탈한다. 그녀의 선택은 조직 내 도덕성과 개인적 양심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며, 이야기에 작은 균열을 만든다. 브리 피터스는 스카우트를 통해 내부 반발자의 목소리를 은근히 전달한다.

 

브룩스 (Brooks) - 로렌스 마코아르 (Lawrence Makoare)

로건의 동료 요원으로 등장하며, 로리와 노아 일행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웨스턴 액션과 총격전 속에서 긴장감을 주는 역할로 사용된다. 로렌스 마코아르는 강인한 체격과 존재감으로 극에 물리적 위협을 불어넣는다.

 

로키 (Lockie) - 딘 오고먼 (Dean O’Gorman)

노아의 형이자 함께 캠프에서 치료제를 훔치는 동반자다. 추격 중 로키는 희생당하며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그의 죽음은 노아를 더 극단적인 결단으로 이끈다. 딘 오고먼은 이 캐릭터로 서사의 전환점을 제공한다.

 

매티 (Matty) - 보니 파일러 (Bonnie Filer)

로리의 어린 딸 매티는 영화 초반 감염 후 사망하며, 로리의 결정과 내면적 갈등의 중심에 자리한다. 화면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로리의 과거 회상과 감정적 짐으로서 상징적 존재이다.

총평

영화 《포기브 어스 올》은 단순한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로 시작해 보이지만, 막상 한 걸음 들어가면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채 관객을 맞이한다. 뉴질랜드의 황량한 평원과 깊은 숲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과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인간은 가장 깊은 상처와 죄책감 앞에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가. 그러나 그 답을 찾기 위해 주인공 로리의 여정은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처절하다. 초반의 리듬은 예상보다 훨씬 느리다. 로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그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듯 외딴 농장에 몸을 숨기고 있다. 그녀의 곁에는 전직 군인 출신의 오토가 있지만, 둘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거리감과 냉기가 흐른다.

 

오토는 냉정하고 현실적이며, 생존을 위해서라면 모든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반면 로리는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바로 노아다. 부상을 입은 채 숲 속을 헤매다 로리의 손에 발견된 그는, 감염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치료제를 훔쳐 나온 남자였다. 이 만남이 영화의 전환점이 된다.

 

감독 조르다나 스토트는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아주 절제된 호흡으로 전개한다. 총성이 울리고 괴물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조차, 영화는 공포보다는 인물들의 표정과 숨결에 더 오래 머문다. 전형적인 좀비 호러와 달리, 하울러라 불리는 감염자들은 배경 위협에 가깝다. 진짜 공포는 그들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가족을 죽여야 했던 로리의 기억 속에 있다.

 

이 영화가 가장 빛나는 지점은 릴리 설리반의 연기다. 그녀는 로리라는 인물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말없이 앉아 있거나, 멀리 바라보거나, 총을 손에 쥔 채 떨고 있는 짧은 순간들로 캐릭터의 상처를 드러낸다. 비평가들이 ‘감정의 중심축’이라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대비되는 인물로 리처드 록스버그의 오토가 있다.

 

그는 현실주의자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로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인물은 추격자 로건이다. 칼란 멀베이가 연기한 로건은 체제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냉혹함 속에 묘한 광기를 품고 있다. 이 인물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생존담을 넘어, 인간 대 인간의 대결 구도로 확장된다. 시각적으로도 영화는 인상 깊다.

 

뉴질랜드 퀸스타운의 거친 대자연은 스스로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빛이 사라진 산 능선, 고요한 호수, 낡은 농장의 풍경은 극도의 고독감을 자아내며 로리의 내면과 맞물린다. 사운드 디자인 역시 치밀하다. 괴물의 울음과 총성, 바람 소리가 교차하며 긴장과 정적을 교묘히 조율한다. 특히 후반부 숲 속 추격전은 음향과 편집이 어우러지며,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영화는 완벽하지 않다. 비평가들이 지적했듯, 초반의 과도한 느림과 세계관 설명 부족은 일부 관객을 멀어지게 만든다. 인물들의 내적 서사를 강조하는 방식이 관객에게 강렬한 공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감정이 닿지 않아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서부극과 호러를 결합한 장르적 시도 역시 흥미롭지만, 톤의 균형을 끝내 완전히 잡아내지는 못한다.

 

후반부 괴물과의 대결은 호러적 쾌감을 주지만, 앞서 쌓아온 정서와의 간극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브 어스 올》은 쉽게 잊히지 않는 영화다.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의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내며, 아포칼립스라는 장르 안에서 새로운 결을 보여준다.

 

릴리 설리반의 몰입도 높은 연기, 황량한 풍경이 주는 감정적 여운, 그리고 죄책감과 용서를 탐구하는 서사는 장르 영화 팬들뿐 아니라 드라마틱한 인간 이야기를 찾는 관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화는 마지막 순간, 로리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끝난다.

 

그 결말은 비극일 수도, 해방일 수도 있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크린이 암전된 후에도 그 질문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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