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는 보스턴에서 시작된다. 법대생인 비(시드니 스위니)는 급히 화장실을 쓰고 싶지만 카페 직원은 구매 없이 사용 금지라며 막는다. 이때 등장하는 벤(글렌 파월)이 비 대신 음료를 구매해 주며 화장실 열쇠를 받아준다. 이 순간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자 ‘meet-cute’이다.
서로에게 즉각적인 끌림을 느낀 비와 벤은 하루 종일 함께 있고, 결국 벤의 소파에서 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하지만 아침이 오고 비는 허둥지둥 떠난다. 이후 돌아와 마음을 전하려 했지만, 벤이 친구 피트(게이타)에게 “그냥 별것 아닌 사람”이라며 험담을 하는 걸 엿듣는다. 상처받은 비는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껴 곧바로 떠난다.
몇 달 후, 운명처럼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피트의 여동생 클라우디아(알렉산드라 쉽)가 비의 여동생 핼리(해들리 로빈슨)과 연애를 하게 되고, 이후 결혼 준비 중인 두 자매의 결혼식에 동반 초대받는다. 장소는 호주의 시드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도 서로를 불편한 존재로 여긴다.
비의 부모(아버지 레오, 어머니 이니)는 비와의 화해를 바라는 마음에 그녀의 전 약혼자 조나단(대런 바넷)을 초대한다. 반면 벤의 전 연인 마가렛(찰리 프레이저)도 하객으로 등장해 긴장감을 높인다.
결혼식 참여자들은 비와 벤의 갈등이 전체 분위기를 망칠까 우려해 두 사람을 억지로 다시 엮어볼 계획을 세운다. 이를 눈치챈 비와 벤은 각자의 목적(비는 부모의 조르기 및 조나단의 접근을 피하기 위해, 벤은 마가렛에게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커플인 척(fake relationship)”을 하기로 한다.
초반에는 연극 같은 관계가 잘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유람선에서 “타이타닉” 스타일 댄스를 하던 중 비가 바다에 빠지고, 벤이 구출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비는 법대에서 자퇴한 사실과 조나단과 헤어진 이유(너무 편안하고 자극이 없었기 때문임)를 털어놓고, 벤은 비에게 남긴 상처를 고백하며 둘 사이엔 진실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후 둘은 관계에 진지함이 생기면서 더욱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러나 블러핑으로 시작된 관계인지라 비는 자신의 행동이 모두 실수였다고 말하며 벤을 실망시킨다. 벤은 다시 마음의 거리를 두기로 하고 떠난다.
결혼식 당일, 마가렛이 비에게 벤과 다시 이어지고 싶다는 요청을 한다. 비는 참아주겠다고 하지만, 그 순간 비의 부모에게 자퇴 사실을 알게 되어 마음이 흔들린다. 이후 혼란한 감정 속에서 비는 결혼식장 대신 오페라 하우스로 향한다.
벤은 결국 비 곁으로 달려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클리프에서 뛰어내린 뒤 구조 헬기로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해 그녀에게 진심을 전한다. 벤의 진정한 사랑 표현과 “사랑이란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라는 깊은 통찰을 담은 고백이 비의 마음을 움직인다.
두 사람은 화해하고 결혼식장으로 돌아가 커플로서 함께한다. 알고 보니 핼리와 클라우디아의 다툼 역시 이들을 엮어주기 위한 계획의 일환임이 드러난다. 조나단과 마가렛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주요 인물 소개
비 (Bea) – 시드니 스위니 (Sydney Sweeney)
비(Bea)는 보스턴 대학의 법학도였지만, 법대를 자퇴한 상태로 영화 초반에는 이를 숨기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점에서 언뜻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불안과 결정의 무게가 존재합니다. 커피숍에서 화장실을 쓰다 저지당하는 순간, 벤의 배려로 도움을 받으며 인연이 시작됩니다. 이후 오해로 멀어졌다가, 자매의 결혼식이라는 계기로 다시 얽히면서 감정의 파도를 겪게 됩니다. 시드니 스위니는 이 역할을 통해 《Euphoria》 등에서의 이미지를 영화에서도 이어가며, 톡톡 튀는 매력과 인간적인 깊이를 동시에 선보입니다.
벤 (Ben) – 글렌 파월 (Glen Powell)
벤은 골드만 삭스에서 일하는 금융맨으로, 첫 장면에서 비를 돕고 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비가 무심코 떠난 뒤 상처를 받아 실망하는 장면을 통해, 겉보기와 달리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물임을 드러냅니다. 시드니 스위니와의 케미가 영화의 중심축이며, 거짓 연인을 연기하다 진심을 깨닫는 여정이 감정선을 주도합니다. 글렌 파월은 이 영화를 통해 '엔미즈 투 러버즈(enemies-to-lovers)' 로맨틱의 전형을 멋지게 구현합니다.
클라우디아 (Claudia) – 알렉산드라 쉽 (Alexandra Shipp)
비의 여동생 핼리와 약혼하게 되는 피트의 여동생입니다. 영화에서의 결혼식이 모든 사건의 중심점이 되며, 클라우디아 역시 극의 분위기 전환과 사건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피트 (Pete) – 게이타 (GaTa)
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클라우디아의 동생입니다. 피트는 등장 초반부터 유머러스한 면과 현실적인 충고자로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핼리 (Halle) – 해들리 로빈슨 (Hadley Robinson)
비의 여동생이자 클라우디아의 약혼자입니다. 가족 행사인 결혼식을 기획하면서 갈등과 화해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영화 전개에 중심을 잡아줍니다.
레오 (Leo) – 더모트 멀로니 (Dermot Mulroney)
비와 핼리의 아버지입니다. 딸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 비의 전 약혼자인 조나단을 결혼식에 초대해 갈등을 부추깁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통을 잇는 연륜 있는 배우로, 존재 자체만으로 영화에 깊이를 더합니다.
이니 (Innie) – 레이첼 그리피스 (Rachel Griffiths)
비와 핼리의 어머니이며, 가족의 감정적 균형을 잡는 조율자 역할을 합니다.
조나단 (Jonathan) – 대런 바넷 (Darren Barnet)
비의 전 약혼자로, 비의 부모가 결혼식을 당기게 된 빌미를 제공한 인물입니다. 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자극하는 캐릭터입니다.
총평
2023년 발표된 로맨틱 코미디 《페이크 러브》는 셰익스피어의 『Much Ado About Nothing』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밝고 유쾌한 에너지와 매력적인 주연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감독 윌 글럭이 연출하고 시드니 스위니와 글렌 파월이 주연을 맡아, 화려한 비주얼과 정통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가장 먼저 이 영화의 영화적 매력은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케미스트리에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인 두 배우, 시드니 스위니와 글렌 파월은 특유의 에너지와 매력을 바탕으로 캐릭터들의 관계를 생동감 있게 전달해 냅니다.
GQ는 Sweeney와 Powell의 케미가 빛난다”라고 극찬했으며, 두 배우의 장난기 어린 말다툼과 감정이 엮여가는 과정이 관객의 감정을 붙잡는 강력한 힘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음식, 춤, 농담, 그리고 때로는 코믹한 진실한 순간들이 조화를 이루며, 두 사람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이끕니다.
또한, 비주얼 연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합니다. 호주의 해변과 시드니의 탁 트인 풍광을 배경으로 한 촬영은 시각적 쾌감을 주며, 밝고 포화된 색감과 드론샷이 로맨틱 코미디의 공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빚어냅니다. 이러한 세련된 촬영과 편집, 빠른 전개 덕분에 약 100분의 러닝타임은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갑니다.
흥행 면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북미와 해외에서 총 2억 2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셰익스피어 원작 로맨틱 코미디 중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오프닝 주말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이후 주말마다 수익이 증가하는 ‘입소문 효과’를 일으키며 ‘슬리퍼 히트(sleeper hit)’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틱톡을 중심으로 한 소셜 미디어에서의 바이럴 열풍이 흥행 확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주연 배우 시드니 스위니는 평론가들의 냉정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관객을 위한 작품”임을 강조하며 “비평가용 영화와 관객용 영화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녀는 이번 작품이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 집중한 영화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비평적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평단에서는 영화의 스토리와 깊이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로튼토마토의 비평가 평점은 53%에 불과한 반면, 관객 평점은 87%로 훨씬 높아, 평단과 관객 간 시각 차가 뚜렷합니다.
가디언의 평론가는 “시각적 매력 외에는 로맨스 코미디로서 특별한 요소가 부족하다”고 평했으며, “주연 배우들을 탄탄한 연기자라기보다 단지 ‘수영복 모델’처럼 보여준다”는 혹평을 내놓았습니다. 버니티 페어 역시 “중앙 커플의 케미는 있지만 연애 감정이나 코미디가 설득력 없고, 관계가 억지스럽다”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습니다.
엔진 리뷰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클리셰가 많고 대화는 평이할 뿐”이라며 “신뢰감을 주는 스토리 구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The A.V. Club의 평론가도 “현실성을 추구하진 않지만, 재미있는 탈출구로서 영화는 성공한다”는 중립적인 평가를 제시했습니다.
결국 《페이크 러브》의 매력은 결핍을 감추는 유쾌함과 캐릭터의 매력, 그리고 화려한 비주얼 연출, 그리고 그 안에서 왜곡되지 않은 즐거움을 향한 진정성에 있습니다. 스토리 구조는 진부하고 설정은 얄팍할지라도, 두 주연 배우의 매력과 코미디적 타이밍, 시선을 사로잡는 연출이 이를 충분히 상쇄하며 관객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는 곧 “완벽을 넘어선, 단순한 ‘재밌음’의 가치”이며, 이 영화는 바로 그런 목표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이런 이유로,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충분한 만족을 주는 작품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