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인물 소개
이야기는 1957년 여름, 엔초 페라리가 인생과 사업 모두에서 무너질 위기에 놓인 시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이미 전설적인 이름을 얻은 인물이었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회사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고, 과도한 레이싱 투자로 파산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자동차 생산과 판매가 레이싱을 가능케 하는 자본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엔초는 여전히 경주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주만으로는 회사를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이 그를 압박했다.
사적인 삶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아들 디노는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내 라라우라와의 관계는 상실감과 원망 속에서 차갑게 식어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묘지를 찾아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만 슬픔을 감내할 뿐, 함께 나누는 위로는 없었다. 게다가 엔초는 또 다른 여성 리나 라르디와 비밀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피에로 역시 존재했다.
피에로는 엔초에게는 중요한 존재였지만, 라우라에게는 존재조차 숨겨진 채였다. 이 비밀은 시간이 갈수록 로라의 의심을 자극했고, 부부 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갔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 보이는 상황 속에서, 엔초는 단 하나의 도박을 선택한다. 바로 이탈리아 전역을 가로지르는 전설적인 내구 레이스, ‘밀레밀리아’였다.
이 레이스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야말로 회사를 살리고, 투자자와 대중을 다시 끌어올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다. 엔초는 자신이 보유한 최고의 드라이버들과 자동차들을 준비해 대회에 임했다. 그러나 레이스의 현장은 영광과 파국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한편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다.
드라이버 알폰소 데 포르타고가 차량 전복으로 목숨을 잃고, 함께 있던 내비게이터와 무고한 관중들까지 희생되는 참극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이탈리아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고, 언론은 엔초와 페라리를 향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경주를 통한 재기의 꿈은 한순간에 피로 얼룩진 비극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드라이버 피에로 타루피가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회사는 가까스로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승리의 환희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고의 여파와 언론의 압박은 여전히 엔초를 짓눌렀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 라우라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로라는 단호한 조건을 내건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회사 지분을 돌려주는 대신, 거액의 수표를 요구한다.
동시에 그녀는 엔초에게 숨겨둔 가족을 더 이상 자신의 세계와 섞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 조건은 곧 아들 피에로가 ‘페라리’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암묵적 명령이었다. 라우라의 분노와 슬픔은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복수라기보다는 죽은 아들 디노의 기억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저항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은 조용하면서도 묵직하다. 엔초는 어린 아들 피에로를 데리고 디노의 묘 앞에 선다. 차와 속도의 세계에서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완강했던 그가, 아버지로서의 마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피에로와 디노, 두 아들을 사이에 둔 그의 모습은 승리와 패배, 사랑과 상실, 성공과 비극이라는 이중적 세계를 동시에 살아야 했던 한 인간의 운명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인물 소개
엔초 페라리 (Enzo Ferrari) – 아담 드라이버 (Adam Driver)
이 작품의 중심인물인 엔초 페라리는 세계적인 명성의 자동차 브랜드 ‘페라리’를 창업한 인물이지만, 이야기는 바로 그의 인생 최대의 위기 순간에 초점을 맞춥니다. 1957년 여름, 그는 레이싱 팀을 이끌고 전설적인 밀레밀리아 경주에 도전하지만, 동시에 사업은 파산 직전이고 결혼 생활은 냉각된 상태입니다. 전 아들의 죽음, 불륜, 회사의 재정 위기, 언론의 비난, 모든 것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라우라 페라리 (Laura Ferrari) – 페넬로페 크루즈 (Penélope Cruz)
라우라는 엔초의 아내이자, 회사 공동 창업자로서 페라리 그룹의 절반 지분을 가진 인물입니다. 아들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잠긴 상태이며, 남편의 불륜과 재정 위기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라우라는 피비린내 나는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전략가이자, 복잡한 감정의 결을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리나 라르디 (Lina Lardi) – 쉐일린 우들리 (Shailene Woodley)
리나는 엔초의 내연 관계에 있는 여성으로, 그에게서 낳은 아들 피에로의 어머니입니다. 밀라노 근교 시골에 살며,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페라리’ 성을 이어주길 바라지만 엔초는 이를 미루거나 거절하려 합니다.
알폰소 데 포르타고 (Alfonso de Portago) – 가브리엘 레오네 (Gabriel Leone)
알폰소는 스페인의 귀족 출신 레이싱 드라이버로, 영화 속에서는 엔초가 절박한 순간에 영입한 신예입니다. 매력적인 외모와 빠른 드라이빙 실력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밀레밀리아 도중 끔찍한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며 비극을 상징합니다.
피에로 타루피 (Piero Taruffi) – 패트릭 뎀시 (Patrick Dempsey)
피에로 타루피는 엔초의 팀에서 활약하는 베테랑 드라이버로, 밀레밀리아 레이싱에서 결승점을 통과, 승리를 거둔 인물입니다. 그의 승리는 회사의 명맥을 겨우 유지하게 합니다.
피터 콜린스 (Peter Collins) – 잭 오코넬 (Jack O’Connell)
영국 출신 레이서 피터 콜린스는 엔초의 레이싱 팀에 합류하는 인물로, 경쟁하는 모습과 팀 내 긴장감을 더합니다.
린다 크리스티안 (Linda Christian) – 사라 게이든 (Sarah Gadon)
린다 크리스티안은 실제로 1950년대 유명한 멕시코계 할리우드 여배우였으며, 영화에서는 데 포르타고와의 사랑스러운 순간, ‘죽음의 키스’ 장면을 통해 등장합니다.
총평
영화 《페라리》는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아담 드라이버, 페넬로페 크루즈, 쉐일린 우들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으로, 자동차 산업의 전설적인 인물인 엔초 페라리의 삶과 그의 도전, 그리고 치열한 레이스 세계를 그린 전기 드라마다. 단순히 한 자동차 기업가의 성공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위기와 고통, 집요한 열정과 집착 속에서 만들어진 ‘페라리’라는 브랜드의 진짜 얼굴을 드러내며, 인간 드라마와 레이싱의 박진감을 동시에 전한다.
마이클 만은 이 복잡한 인물을 그리면서 극적인 사건과 내면적 고뇌를 정교하게 병치시킨다. 특히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57년은 페라리에게 전환점이 되는 해로, 아들의 죽음과 회사의 재정 위기, 아내와의 갈등, 그리고 미밀리아 밀리아(Mille Miglia) 레이스가 교차하며 인간적 고통과 야망이 가장 치열하게 부딪히는 순간을 그려낸다.
아담 드라이버는 엔초 페라리 역을 맡아 노련하고도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다. 단순히 ‘카리스마 있는 창업자’의 모습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 죄책감과 야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합적인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그는 레이스 트랙 위의 냉혹한 사업가이자 동시에 가정에서는 상처받은 아버지, 불안정한 남편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 점에서 드라이버의 연기는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축이라고 평가된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엔초의 아내인 라우라 도미니카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녀는 남편의 불륜과 무관심 속에서도 회사를 지탱하는 현실적 동반자의 면모를 보여주며,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 역할을 한다. 특히 엔초와의 갈등 장면에서 크루즈는 치밀한 감정 연기로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단순히 남편의 곁을 지키는 아내가 아니라, 사업의 실질적 동업자이자 대등한 파트너임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또한 샤일린 우들리가 연기한 리나 라르디 캐릭터는 엔초의 내연녀이자 그와 또 다른 가족을 꾸린 인물로, 극의 긴장과 갈등을 한층 깊게 만든다. 영화는 단순히 레이스의 박진감을 보여주는 대신, 이러한 인간관계의 균열과 감정적 파열음을 통해 더 묵직한 드라마를 구축한다.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연출과 시각적 스타일이다. 마이클 만 특유의 날카로운 리얼리즘과 철저한 디테일 묘사가 돋보인다. 레이스 장면에서는 엔진 소리, 속도감, 도로 위의 위험을 생생히 재현하여 관객이 실제로 경주차 안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동시에 감독은 경주의 화려함과 뒤에 도사린 위험을 대비시켜, 열정과 집착이 만들어내는 비극적 결과를 강조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미밀리아 밀리아 장면은 압도적인 긴장감과 비극적 클라이맥스를 동시에 제공하며, 인간의 야망과 위험한 집착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보여준다.
총평하자면, 영화 《페라리》는 단순히 전기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고통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드라마다. 엔초 페라리는 천재적인 기업가이자 레이싱의 아이콘이었지만, 동시에 깊은 상처와 불안을 안고 살아간 인간이었다. 영화는 그 이중성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화려한 성공 뒤의 그림자를 직면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