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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과(THE OLD WOMAN WITH THE KNIFE 2025)] 줄거리, 인물 소개, 총평

by Roonion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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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관련 사진

 

 

줄거리 요약

 

주인공 '조각'(이혜영)은 65세의 전설적인 여성 킬러로, '해충 박멸'이라는 은유적 표현 아래 사회의 악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녀의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손의 떨림과 건강 문제로 인해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녀는 우연히 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하고, 이를 계기로 수의사 강 선생(연우진)과 그의 딸과 교류하게 되며,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편, 조직에서는 젊고 유망한 킬러 '투우'(김성철)를 영입하게 되는데, 그는 과거 손톱이 제거한 대상의 아들로, 복수를 위해 접근합니다. 조각은 투우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와 협력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투우는 조각의 약점을 파악하고, 강 선생의 딸을 납치하여 그녀를 압박합니다. 손톱은 이를 계기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며, 마지막 결전을 준비합니다.

 

영화는 조각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과거의 회상 장면들은 그녀의 킬러로서의 삶과 그로 인한 고독,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의 부재를 보여주며, 현재의 사건들과 대비를 이룹니다. 결국 조각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의미의 구원을 찾게 됩니다.

 

 

 

 

주요 인물 소개

 

조각 (이혜영)
외부적으로는 냉철한 킬러지만, 내면에는 고독과 상처가 자리 잡은 인물이다. 오랜 세월 킬러로 살아오면서 점점 감정을 잃고 무채색의 세계에 갇혀 살아왔지만, 강 선생과 그의 딸, 그리고 반려동물과의 만남을 통해 잊고 살았던 인간적인 면모가 되살아난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영화 내내 점차 미세하게 변화하며, 말 없는 감정 연기가 주목할 만하다. 조각은 단순한 전직 킬러가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대변하는 '존재의 회의'를 품은 인물이다.

 

투우 (김성철)
냉소적이고 계산적인 성격을 지닌 신세대 킬러다. 조각의 과거 임무로 인해 삶이 무너졌던 인물로, 겉으로는 성공한 젊은 엘리트지만 그 내면은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조각에게서 과거를 끝내기 위한 대상을 넘어, 세대와 존재 의미의 충돌 지점으로 여긴다. 투우는 조각과 대비되는 이상적인 젊음이자, 동시에 무자비함의 새로운 얼굴이다.

 

강 선생 (연우진)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인물. 조각에게 정서적으로는 유일한 '일상'의 연결고리다. 그의 존재는 영화에서 생명과 공감, 그리고 회복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딸과 함께 조각의 삶에 스며들며, 그녀가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건드리는 인물이다.

 

젊은 조각 (신시아)
회상 장면을 통해 등장하며, 냉혹했던 과거의 킬러 조각을 보여준다. 무표정한 얼굴 속에도 연민이나 죄책감은 없던 시절의 그녀는 현재와는 확연히 다른 인물이다. 젊은 조각의 모습은 현재 조각의 변화가 얼마나 극적인지를 부각하며, 그녀가 감정의 인간으로 성장했음을 강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총평

 

《파과》는 보기 드문 ‘노년 여성 킬러’라는 설정을 통해 삶의 마지막 페이지에 선 인간의 존재 의미를 묻는 깊이 있는 영화다. 단순한 킬러물이나 액션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의외일 수 있지만, 느린 호흡 속에 담긴 정서적 무게감은 오히려 영화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이혜영은 명실공히 영화의 중심축으로, 극도로 절제된 감정 연기 속에서 폭발적인 내면의 감동을 끌어낸다.

 

무력감과 외로움, 그리고 미지의 따뜻함을 경험하는 조각은 ‘노년’이라는 소재가 얼마나 깊이 있고 서사적으로 풍부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이는 단지 여성 노인 킬러라는 파격적 설정에만 머물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존재 의미와 노화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조각이 느끼는 무기력함과 애잔함은 관객의 현실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감독 민규동의 연출은 철저하게 캐릭터 중심이며, 불필요한 설명 없이도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또한 신시아, 김성철, 연우진의 안정된 연기 역시 이야기의 감정선을 견고히 지탱한다. 액션은 과장된 과거형 히트맨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이고 절제된 동작으로, 인물의 상태를 보여주는 도구로 기능한다. 특히 조각과 투우의 결투 장면은 폭력보다 감정이 흐르고, 비극보다 통찰이 살아있는 명장면이다.

 

다소 느린 전개와 상징적 연출이 호불호를 갈릴 수는 있지만, 《파과》는 “살아남는 것”과 “존엄하게 늙는 것” 사이에서 진지하게 고뇌하는 드문 작품이다. 기존 장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감성과 서사를 보여준 이 영화는, 삶의 끝에서도 인간은 변화할 수 있고, 관계를 통해 다시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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