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엔콤(ENCOM)의 현 CEO인 이브 킴(그레타 리)은 그리드에 남겨진 창립자 케빈 플린의 비밀 기술을 찾아내려 합니다. 그녀와 동료 세스(Seth)는 한때 플린이 세워놓은 알래스카의 외딴 연구기지를 발견하고, 그곳에 ‘영속 코드(Permanence Code)’가 있다는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이 코드는 디지털 존재가 현실 세계에서 ‘29분 제한’이라는 제약 없이 지속될 수 있게 하는 열쇠로 여겨집니다.
반면 딜린저 시스템(Dillinger Systems)의 CEO 손자인 줄리안 딜린저(에번 피터스)는 자신의 그리드에서 새로운 프로그램 ‘아레스’(자레드 레토)을 공개합니다. 그는 이 존재를 현실 세계에 투입해 군사적·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아레스는 디지털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물리적 형태로 전사될 수 있도록 설계된 초정밀 프로그램이자 병기입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레스가 현실 세계로 첫걸음을 내딛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그는 디지털 내에서 실행된 뒤, 레이저 기반 3D 프린팅 방식으로 현실화되며 인간 세계에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 제한 즉 현실세계에서의 존재 지속시간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29분이 지나면 ‘derezz(해체)’된다는 규칙이 이 경쟁의 핵심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한편, 이브 킴은 플린의 기지에서 발견한 영속 코드를 시험 삼아 디지털 나무 한 그루를 현실 세계에 생성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나무가 있다는 것은 디지털 존재가 현실 세계에 안착할 수 있다는 증거이며, 그녀의 이상이 현실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줄리안은 아레스와 그의 동료 프로그램 ‘아테나’(조디 터너-스미스)을 활용해 엔콤의 자료를 해킹하고, 영속 코드에 접근하려 합니다. 아레스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점차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현실 세계의 빗방울을 손바닥으로 느끼고, 비록 기능이지만 ‘존재한다’는 감각을 키워갑니다. 이는 그가 단순 병기가 아닌 ‘존재’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추격과 전환의 장면이 이어집니다. 빛의 사이클(라이트사이클) 추격전, 도시의 고층 주차장, 산업시설 내부, 하드라이트(형태를 지닌 빛)로 이루어진 무기와 함선 등이 보이며, 디지털과 현실이 충돌하는 역동적인 액션이 펼쳐집니다.
아레스와 아테나는 이브와 동료들을 쫓고, 권력자 줄리안은 점차 폭주하게 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인간이 프로그램을 통제하려는 욕망, 프로그램이 존재를 거부하고 독립하려는 욕망이 충돌합니다.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면, 영속 코드의 단일 저장매체가 파괴되고, 이브와 아레스는 코드의 복사본이 다른 장소에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그리드 내부에서 플린과 아레스의 철학적 대화가 벌어지고, 플린은 아레스에게 “네가 살아가길 원한다면 현실 속에서 죽으면 진짜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경고를 남깁니다.
결국 아레스는 줄리안의 명령을 거부하고, 이브와 협력해 딜린저 시스템의 그리드를 해킹하며 아테나를 막아냅니다. 줄리안은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육체를 디지털화하며 새로운 적으로 거듭나려 하고, 엔콤 측은 성공적으로 영속 코드를 활용해 기후 위기 대응, 질병 치료 등 인류적 가치를 지닌 현실적 응용을 시작합니다.
아레스는 현실세계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기로 결심하며, 마지막엔 멕시코 어딘가에서 익명으로 숨어 살며 유사 존재들을 찾겠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막을 내립니다.
주요 인물 소개
아레스 (Ares) - 자레드 레토 (Jared Leto)
아레스는 디지털 세계 ‘그리드(Grid)’에서 만들어진 전투형 프로그램이자, 인간 세계로 전송된 최초의 완전 자각형 존재입니다. 원래 딜린저 시스템즈(Dillinger Systems)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존재이지만, 현실 세계에서 자신이 단순한 병기가 아닌 ‘살아 있는 존재’ 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비를 맞으며 “이것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라고 중얼대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상징합니다. 아레스는 명령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 과정에서 점차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갖게 되며, 이는 인공지능 존재의 ‘영혼’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브 킴 (Eve Kim) - 그레타 리 (Greta Lee)
이브 킴은 글로벌 기술기업 엔콤(ENCOM)의 젊은 CEO로, 과거 케빈 플린이 남긴 ‘영속 코드(Permanence Code)’를 찾아내려는 인물입니다. 이브는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허물어 인류의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려는 이상주의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점차 자신이 추구하는 혁신이 타인의 욕망에 의해 왜곡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영화 중반부, 아레스와 대치하다가 그 안에서 ‘인간성’을 발견하는 장면은 이브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입니다. 이브는 기술의 창조자이자 윤리적 경계선 위의 인물로, 결국 아레스와 협력하여 기술을 인류의 ‘도구’로 되돌리려 합니다.
줄리안 딜린저 (Julian Dillinger) - 에번 피터스 (Evan Peters)
줄리안 딜린저는 전작에서 플린의 라이벌이었던 ‘에드 딜린저’의 손자로, 기술을 통제와 군사력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인물입니다. 인류의 진보보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아레스를 현실로 불러들였고, 그를 통해 ‘완벽한 디지털 병기’를 만들려 합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아레스가 자각을 얻자 통제 불능의 존재로 변하는 과정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아테나 (Athena) - 조디 터너-스미스 (Jodie Turner-Smith)
아테나는 아레스와 함께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그의 동료이자 때로는 적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명령 수행에 충실하지만, 점차 아레스의 변화를 목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를 형성해 나갑니다. 영화 후반부, 그녀가 줄리안의 명령을 거부하고 아레스를 돕는 장면은 자유의지를 갖게 된 첫 AI의 탄생으로 상징됩니다.
엘리자베스 딜린저 (Elisabeth Dillinger) - 질리언 앤더슨 (Gillian Anderson)
엘리자베스 딜린저는 줄리안의 어머니이자 딜린저 가문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그녀는 기술 기업의 역사와 윤리를 모두 알고 있는 존재로, 아들에게 “기술은 신이 아니라 거울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케빈 플린 (Kevin Flynn) - 제프 브리지스 (Jeff Bridges)
시리즈의 전설적 주인공 케빈 플린이 다시 등장합니다. 플린은 과거 자신이 만든 코드가 새로운 세대를 통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바라보며, 아레스에게 “존재의 의미는 명령이 아니라 선택에 있다”는 말을 남깁니다.
총평
영화 《트론: 아레스》는 오랜만에 돌아온 트론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시각적 스펙터클과 함께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압도적인 비주얼과 사운드 디자인입니다.
영화 전체가 네온 빛으로 물든 디지털 공간과 현대 도시를 교차하며, 라이트사이클 추격전, 하드라이트 전투, 디지털 프로그램이 현실로 전이되는 장면 등은 마치 미술관 속 살아 있는 설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평론가들은 이러한 시각적 요소가 IMAX 또는 3D 상영에서 특히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며, 관객이 단순히 스토리만이 아니라 시청각적 경험 자체를 즐기도록 설계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사운드트랙 역시 Nine Inch Nails 등 실험적이고 몰입감 있는 음악을 활용해 디지털 세계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관객에게 전례 없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프랜차이즈적 의미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1982년 원작과 2010년의 《트론: 레거시》 이후 15년 만에 공개된 이 작품은 기존 세계관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주제와 캐릭터를 도입합니다. 아레스와 아테나 같은 디지털 프로그램의 자각과 인간성과의 충돌, 그리고 기업과 권력의 경쟁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 케빈 플린이 남긴 ‘영속 코드(Permanence Code)’와 이를 둘러싼 갈등은 기술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탐구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시각적 스펙터클뿐 아니라 ‘존재와 자유’, ‘명령과 선택’이라는 주제를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상기시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서사적 완성도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깁니다. 여러 평론과 관객 리뷰에 따르면, 이야기 전개가 다소 평면적이며 캐릭터 간 감정의 깊이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존재합니다.
특히 주연인 아레스와 줄리안, 이브 킴의 갈등이 흥미롭긴 하지만, 이를 관통하는 인간적 서사와 내적 동기의 설득력은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존 팬들이 기대했던 트론 특유의 철학적 몰입과 감성적 연결이 충분히 구현되지 않았다는 평도 있어, 스토리 측면에서는 ‘눈으로 즐기는 영화’에 치우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한 이전작과의 연결성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새로운 방향성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며, 일부는 “프랜차이즈의 전통적 매력을 완전히 살리지 못했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흥행 측면에서도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혼재된 성과를 보였습니다. 개봉 첫 주말 약 3,350만 달러를 기록하며 대작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중간 수준의 성적을 냈습니다.
일부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성적이 속편 제작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며, 팬덤과 평론가 사이에서는 “시각적 즐거움은 충분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에서는 의문이 남는다”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트론: 아레스》는 눈과 귀로 즐기는 SF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스토리와 감정적 몰입 면에서는 제한적입니다. 디지털 세계의 화려한 시각 효과와 현대적 액션 연출, 그리고 인공지능 존재와 인간의 윤리적 갈등이라는 주제는 인상적이지만, 이러한 요소가 내적 서사와 감정적 긴장으로 충분히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 그리고 기술과 존재, 권력과 자유의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향후 속편이나 후속작에서는 이러한 서사적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시리즈 팬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진정한 명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