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마약 단속국에서 근무하는 베테랑 요원들이 위험한 카르텔을 상대하던 중 벌어진 비극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레이 실(데이브 바티스타)과 그의 동료들은 오랜 기간 카르텔을 추적해 왔지만, 한 작전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실패하면서 동료 요원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남겨진 건 희생된 요원의 어린 아들뿐이고, 이 아이는 결국 보호조치와 함께 가족과 떨어져 스페인으로 보내지게 된다. 이 일은 요원들에게 깊은 죄책감을 남기고, 그들의 자녀들에게도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
이후 영화는 사건의 중심을 청소년들로 옮긴다. 요원들의 자녀들은 부모가 카르텔과 싸우며 매일 위험 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라났고, 그 과정에서 ‘정의’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혼란스러워한다.
특히 친구의 아버지가 작전 중 사망하고, 그 어린 친구가 강제로 먼 곳으로 보내진 일을 보며, 부모가 추구하는 정의와 제도라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그들은 시스템이 자신들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느끼고, 오히려 그 시스템 때문에 친구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아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부모가 보관하고 있던 기밀 장비, 감청 기술, 요원 전용 장비, 카르텔에 대한 상세한 내부 정보 등에 접근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지만, 점차 “우리가 직접 움직여서 카르텔을 치자”는 위험한 발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들은 카르텔이 마약을 저장하고 현금을 보관하는 이른바 ‘트랩 하우스’를 털어 거액을 빼내는 계획을 세운다. 단순한 충동이나 장난이 아니라, 부모가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던 방식 잠입, 감시, 무력 회피 기술 등을 그대로 모방한 조직적인 작전이 된다.
아이들의 작전은 처음에는 우스울 정도로 서투르지만,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무술, 전술, 전략적 사고가 의도치 않게 도움이 되어 점점 현실적인 작전으로 발전한다. 결국 아이들은 카르텔의 저장소를 기습해 실제로 거액의 현금과 물자를 손에 넣고, 이로 인해 카르텔은 엄청난 분노와 함께 아이들의 존재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을 부모인 요원들이 뒤늦게 알게 된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처음엔 그것이 카르텔 간의 내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곧 ‘범인은 자신의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그때부터 영화는 두 개의 축이 동시에 움직인다. 하나는 아이들을 찾아 보호하려는 부모들의 절박함, 또 하나는 카르텔에게 쫓기면서도 복수심과 정의감을 내세워 작전을 계속하려는 아이들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악과 싸우며 지켜온 원칙이 자녀들에게는 고통과 상실만을 남겼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법과 제도가 친구를 지켜 주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직접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중후반부는 도로 위 추격전, 지하 터널 잠입, 카르텔 은신처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교전 등 강렬한 액션으로 채워진다. 부모는 아이들을 구하려고 애쓰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억압한다고 오해하며 반발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신뢰는 흔들리고, “정의란 무엇인가”,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라는 질문이 관객에게 던져진다.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결국 부모와 아이들은 피할 수 없는 순간 마주하게 된다.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생긴 분노가 부딪히는 순간, 영화는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정의의 수단이 바뀌면 무엇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부모 세대가 사용해 온 기술과 권력이 아이들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것이 보호의 도구가 아니라 파괴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드러난다.
주요 인물 소개
레이 실(Ray Seale) - 데이브 바티스타(Dave Bautista)
DEA의 베테랑 요원으로, 평생을 마약 카르텔과 싸우는 데 바친 인물이다. 그는 냉정하면서도 실질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현장형 요원으로, 작전 중 동료를 잃은 뒤 깊은 책임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레이는 자녀 세대가 위험천만한 강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서적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는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법 집행자로서 그들이 위험한 범죄에 발을 들였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레이 실은 부모 세대의 “제도적 정의”를 가장 상징하는 인물이다.
빌리(Billy) - 잭 챔피언(Jack Champion)
레이 실의 아들로, 영화의 청소년 세대를 이끄는 핵심 캐릭터다. 겉보기엔 일반적인 10대지만, 실제로는 부모가 집에서 다루던 기밀 자료와 전술들을 접하며 자라난 ‘위험한 지식’을 지닌 인물이다. 친구를 카르텔에게 잃은 사건은 그의 인생을 뒤흔들고, 결국 복수심과 정의감이 뒤엉킨 감정으로 트랩 하우스(카르텔 은신처) 습격을 계획하는 청소년 그룹의 리더가 된다. 그는 기성세대의 방식을 믿지 않으며, “직접 행동”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조이(Zoey) - 소피아 릴리스(Sophia Lillis)
빌리와 함께 행동하는 또 다른 핵심 인물로, 침착하면서도 뛰어난 전략적 사고를 갖춘 캐릭터다. 조이는 경찰과 요원 부모 세대가 자신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깊은 불신을 품고 있으며, 카르텔에 대한 분노 또한 누구보다 강하다. 그녀는 그룹의 ‘두뇌’ 역할을 하며 기밀문서를 분석하고 잠입 루트를 설계하는 등, 작전 준비 과정에서 중요한 기여를 한다. 감정적으로 격한 빌리와 달리 차분하고 냉철한 성향 덕분에 팀의 균형을 잡아준다.
마리솔(Marisol) - 케이트 델 카스틸로(Kate del Castillo)
영화 속 카르텔 세력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로, 냉혹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다. 진정한 적대자로 등장하는데, 자신에게 도전하는 상대가 “청소년 그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분노와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인다. 마리솔은 단순 악역이 아니라, 카르텔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폭력 구조를 상징하는 인물로 서사적 무게를 갖는다. 그녀의 존재는 부모 세대와 아이들 모두에게 공포이며 위협이다.
카를로스(Carlos) - 토니 달튼(Tony Dalton)
레이와 함께 오랜 기간 현장에서 일해 온 동료. 그는 조심스러운 성격이지만, 필요할 때는 결단력을 보이는 실무형 요원이다. 청소년 강도 사건이 터진 뒤에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레이를 옆에서 붙잡아 주는 역할이며, 동시에 “법이 흔들릴 때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라는 작품의 주제를 상징한다.
총평
영화 《트랩 하우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속도감으로 관객을 끌고 가는 범죄 액션 스릴러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카르텔과의 대결’이라는 장르 공식에 기반하고 있지만, 부모와 자녀라는 가족 구조를 범죄·복수 서사 속에 과감하게 밀어넣으며 새로운 변주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적인 작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Rotten Tomatoes에서는 약 59%의 지수를 기록하며 호불호가 분명한 중간 지대에 서 있는 영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IMDb에서도 5점 후반대의 반응이 형성되어 있어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서 ‘완전한 성공작은 아니지만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라는 흐름이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난다.
영화의 첫 장점은 무엇보다 액션의 리듬감이다. 이야기의 구조가 촘촘하게 짜여 있는 편은 아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이어지는 추격전, 잠입전, 충돌과 교전 등이 거의 쉼 없이 이어지며 관객을 몰입시키는 데 성공한다.
몇몇 평론가가 지적한 것처럼 플롯의 논리성이 다소 흔들리는 순간이 있더라도, 화면에 흐르는 에너지와 배우들의 신체적 표현력은 단점을 어느 정도 덮어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데이브 바티스타가 갖는 육중함과 존재감은 영화 전체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그는 단순한 ‘강한 아버지’의 유형을 넘어서, 위기에 몰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모할 정도의 결단을 내리는 인간적인 면모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서사의 중심을 지탱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지점이자 동시에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지점은 청소년들이 부모의 군 경험과 정보·장비를 이용해 카르텔을 직접 상대한다는 설정이다. 이는 오락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신선하지만, 현실성과 개연성을 중시하는 관객과 평론가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영화는 이 과장된 설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물들의 동기와 감정적 상처를 꾸준히 언급하지만, 구조적으로 이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 몇몇 평론가는 이러한 구성이 영화의 도덕적 질문을 가볍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가족 드라마’와 ‘범죄 복수극’ 사이에서 톤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 구성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영화는 적절한 간격으로 위험 요소를 배치하며 긴장을 유지하고, 등장인물들이 실제보다 과장된 행동을 하더라도 그들이 처한 환경 속에서는 본능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연출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악당 캐릭터들의 잔혹성과 냉혹한 분위기는 영화의 폭력성과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카르텔의 위협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영화의 주요 긴장 축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결국 《트랩 하우스》는 완벽한 서사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작품이라기보다, 영화적 자극과 긴장감에 집중한 장르 영화로 접근할 때 더 높은 만족도를 주는 작품이다. 현실성보다는 영화적 쾌감과 긴박한 연출을 즐기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으며, 평론가들의 의견처럼 여러 요소가 충돌하는 야심 찬 시도가 때로는 불안정하게 보일지라도, 오락영화로서의 기능만큼은 확실히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장단점 모두가 명확하며, 전통적인 액션 스릴러의 공식을 벗어나려는 실험정신과 장르적 쾌감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객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체감되는 완성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며,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을 2025년 개봉작 가운데 독특한 위치에 놓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