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의 서두는 실종된 커플을 찾기 위해 투입된 수색견이 동굴 속에서 기묘한 물을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이 개들이 끔찍하게 뒤섞여 발견되는 사건은 영화 전체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랑이란 서로를 찾아 합쳐지려는 열망일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는 알 수 없으며, 때로는 파괴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을 강렬하게 시각화한 것이다.
이후 이야기는 밀리(알리슨 브리)와 팀(데이브 프랭코)이라는 연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다정한 커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균열을 겪고 있다. 밀리는 안정적인 삶을 원하며 교사직을 선택하고 싶어 하지만, 팀은 여전히 음악가로서의 불확실한 꿈을 붙들고 있다.
밀리가 공개적으로 팀에게 청혼을 하는 장면에서조차 팀은 확신 없이 머뭇거리고, 이들의 관계가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명확히 드러난다. 전환점은 이들이 숲속을 거닐다 동굴 속으로 추락하면서 찾아온다. 낯선 동굴 안에서 마신 물은 이들의 몸과 정신에 기이한 변화를 일으킨다.
팀은 점차 현실 감각을 잃고, 두 사람의 다리나 팔이 순간적으로 붙었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신체적 공포를 넘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올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다는 관계적 은유로 작용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이웃 제이미(데이먼 헤리먼)는 이야기를 한층 기묘하게 만든다. 그는 오래전 이 지역 동굴이 종교적 의식의 장소였다는 사실을 들려주며, 플라톤의 신화를 인용해 원래 하나였던 인간이 반으로 갈라져 짝을 찾아 헤맨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설화는 곧 영화의 핵심 주제와 연결되며, 밀리와 팀의 융합 증세를 일종의 ‘운명적 재결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러나 동시에 제이미가 보여주는 불길한 태도와 그의 비밀스러운 영상 자료는,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 광기 어린 집단적 의례의 연장선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신체는 점점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융합된다. 욕실에서의 성적 결합 도중 발생하는 신체 융합은 그 자체로 고통과 쾌락, 사랑과 혐오가 동시에 뒤섞인 장면으로, 관객에게 불편함과 매혹을 동시에 전달한다.
결국 팀은 자신들의 상태가 결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밀리를 향한 애착은 여전히 남아 있고, 그는 오히려 자신의 팔을 밀리의 상처에 겹쳐 넣으며 완전한 결합을 선택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두 사람은 마침내 하나의 존재가 된다. 서로의 육체가 녹아들 듯 합쳐지며, 독립된 개체로서의 경계는 사라지고 ‘틸리(Tillie)’라는 새로운 존재가 탄생한다. 부모가 문을 두드리는 순간, 그 안에는 더 이상 밀리도 팀도 아닌 기묘하게 합쳐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이는 영화가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 즉 ‘사랑이란 서로를 끝내 합쳐 하나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독립된 존재로 남아야만 가능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극단적이고도 충격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한 장면이다.
주요 인물 소개
밀리 윌슨 (Millie Wilson) - 알리슨 브리 (Alison Brie)
밀리는 초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삶을 갈망하지만 관계에선 균열이 생긴 인물입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하며 새 출발을 꿈꾸지만, 오랜 연인 팀과의 관계 속에는 결여된 정서와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그녀는 팀에게 공개적으로 청혼하지만, 팀의 망설임은 오히려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을 확연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던 중 신비로운 동굴에서 마신 물로 인해 신체가 융합되는 강렬한 변화를 겪으며, 사랑과 코드펜던시(codependency)에 대한 극단적인 질문에 직면합니다. 이 역할을 연기한 알리슨 브리는 실제로도 데이브 프랭코와 부부 관계이기에, 그 케미스트리는 인물 간의 유대감을 더욱 실감 나게 전달한다는 평입니다.
팀 브래싱턴 (Tim Brassington) - 데이브 프랭코 (Dave Franco)
팀은 야심 있는 뮤지션이지만 부모의 죽음 이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35살의 그는 여전히 ‘언젠가 스타가 될’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에선 감정적으로 밀리로부터 멀어져 있습니다. 밀리의 청혼에도 즉답을 못하고, 동굴에서의 이상한 사건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뒤얽히고 망상과 현실의 경계마저 희미해집니다. 결국 그는 극한 상황에서 밀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둘의 신체적 결합을 선택하게 됩니다. 프랭코 역시 실제로 알리슨 브리와 함께 배우이자 제작자로 이 작품을 완성해낸 만큼, 팀의 복잡한 감정선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제이미 맥케이브 (Jamie McCabe) - 데이먼 헤리먼 (Damon Herriman)
이웃이자 밀리의 직장 동료로 등장하는 제이미는, 동굴이 사실 과거 뉴에이지 교회였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플라톤의 ‘원래 인간은 반쪽이 분리되어 짝을 찾아 헤맨다’는 설화까지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제이미는 밀리에게 이상한 공명을 일으키지만, 그의 진짜 정체는 곧 밝혀집니다. 그는 동굴 의식을 거쳐 다른 이들과 육체적으로 ‘융합’된 존재였으며, 밀리에게도 같은 과정에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 인물은 집단적 의례와 광기의 은유로, 사랑이 아닌 지배와 강제적 결합의 측면을 상징합니다.
'틸리 (Tillie)' - 알리슨 브리 (변형된 모습)
영화의 마지막에는 ‘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하나의 존재가 등장합니다. 이 존재는 밀리와 팀이 신체적으로 완전히 융합한 결과물로, 억지스러워 보임에도 애절함을 주는 강렬한 상징입니다. 스포일러에 따르면, 문을 두드리는 밀리의 부모를 맞이하는 이 존재는 사실 알리슨 브리가 Dave의 옷, 가발, 어깨 패드, 그리고 Dave의 눈썹까지 활용한 외모 변형을 통해 연기한 것이었습니다.
총평
《투게더》는 마이클 생크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바디 호러(body horror)와 로맨틱 코미디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며, 코드펜던시(공동 의존)라는 관계의 어두운 면을 참신하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단순한 공포나 코미디가 아니라, 사랑과 의존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장르 혼합 작품입니다. 산책로 동굴에서 얻은 물로 인해 신체적으로 붙어버린 연인의 기이한 변형은 곧바로 살아 있는 은유가 됩니다. 이는 비단 신체 변형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디서 끝나는지, 상대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혼란스러울 때 실제로 느끼게 되는 감정의 물리적 표현입니다.
알리슨 브리와 데이브 프랭코는 실제 부부로, 이들의 현실적 경험과 연기 호흡은 영화의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담아내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배우들은 줄곧 합체 prosthetic 장비를 착용해 촬영하는 강도 높은 연기를 펼쳤으며, 이를 통해 정서적 진정성과 신체적 끔찍함이 공존하는 장면을 성공적으로 연출했습니다.
한 평론가는 “관계 드라마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던 건, 현실에서도 부부인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빛났기 때문이다.” 고 평가했습니다.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평점은 약 91%로 "감정적으로 끈적이면서도 잊을 수 없는 혐오스러움”이라는 총평이 달렸습니다. 타임스, 인디펜던트,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여러 매체는 ‘코드펜던시의 냉혹한 해부이며, 고어한 연출을 통해 관계의 해체적 공포를 직시하게 한다’고 호평했습니다.
가디언은 이 영화를 “코드펜던시 바디 호러의 즐거운 롤러코스터”라고 평하며,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결국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분석했습니다. 에피엄(Empire)은 “사랑 관계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부분들을 기괴하게 뒤틀어, 렌티나에 남는 공포와 몰입을 형성한다”고 밝혔습니다.
Pitchfork는 시각적 도전과 배우들의 헌신적인 연기를 언급하면서도, 인물에 대한 감정적 공감과 서사 밀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CGI 사용이 진정성을 약화시켰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Deep Focus Review 역시 영화의 톤과 유머가 좋았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클라이맥스와 일부 구조적 느슨함이 작품의 힘을 일부 저하시켰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관객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로튼토마토 관객 점수는 79%에 달하며, “기발하고 역겨우면서도 대체 불가능한 경험”, “코드펜던시와 헌신의 복합적 표현” 등 평가가 많습니다. 흥행 면에서도 전 세계 약 2,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독립영화로서의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감독 마이클 생크스는 첫 장편임에도 장르 혼합과 시각 연출의 균형, 감정적 긴장감 설정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투게더》는 사랑과 공포 사이의 불편한 간극을, 극적인 바디 호러를 통해 관객에게 체감하게 만드는 장르 실험의 걸작입니다. 친밀함의 경계가 무너지고, 정체성이 뒤섞이는 순간이 얼마나 매혹적이면서도 위태로운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작품입니다. 알리슨 브리와 데이브 프랭코의 연기 케미스트리는 감정적 설득력을 더하며, 신체적 변화의 잔혹함 속에서 관계의 복잡함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다만, 일부 평단은 감정적 공감대 부족, 마무리의 과도한 시각 효과 의존 등을 아쉬움으로 지적하며, 이전보다 설득력 있는 개연성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함께 있는 것'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질문한 작품으로, 장르 팬뿐 아니라 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사색을 중요시하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