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귀신을 믿지 않지만 퇴마사로 활동하는 사기꾼 ‘천박사’(강동원)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하늘천 TV’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있다. 실제로는 귀신이 아니라 심리적 외상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문제를, 퇴마 의식인 척 해결해 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세상에 초자연적인 현상은 없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간다. 그런 그의 앞에 유경(이솜)이라는 여성이 나타나, 동생에게 들린 귀신을 쫓아달라고 의뢰한다. 귀신이 보이는 능력을 가진 유경은 천박사에게 무언가 간절한 의지를 보인다.
천박사는 귀신 이야기를 믿지 않으면서도 의뢰비를 보고 선뜻 마을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과거 아버지와 어린 동생을 비극적으로 잃게 만든 무당 ‘범천’(허준호)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범천은 자신이 신령이 되기 위해 사람들의 영혼을 흡수하며 오랜 세월 동안 힘을 키워온 악귀다. 천박사는 점점 이 사건이 단순한 퇴마 의뢰가 아니라 자신 가족의 비극과 얽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천박사는 기술자 강도령(이동휘), 오랜 조력자 황사장(김종수), 그리고 유경과 함께 진짜 퇴마 의식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설경’이라는 비밀스러운 전통 제령술이 언급된다. 설경은 고대 무속의 비밀 의식으로, 영적인 봉인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열쇠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선 영적 연계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희생까지 필요하며, 천박사는 자신이 직면한 진실과 맞서야 한다.
영화는 퇴마 의식 중 펼쳐지는 액션과 환상적 시각효과,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을 이용하는 범천의 악행을 중심으로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간다. 결국 천박사는 진정한 ‘퇴마사’가 되어, 스스로도 믿지 않던 신비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가족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도 마주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단순한 사기꾼에서 진짜 존재하는 악에 맞서는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
인물 소개
- 천박사 (강동원)
자칭 퇴마사지만 실제로는 초자연적 존재를 믿지 않는 현실주의자이자 사기꾼. 유튜브 채널 ‘하늘천 TV’를 통해 활동하며, ‘과학적으로’ 귀신을 해결해 주는 이미지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유경의 의뢰를 계기로 과거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마주하게 되고, 실제 악귀와 부딪치며 점차 진짜 퇴마사로 변화하게 된다. 그의 캐릭터는 진지함과 코믹함, 냉소와 트라우마가 적절히 섞여 있어 입체적이다. - 유경 (이솜)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여성으로, 어린 시절부터 영적인 존재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동생에게 들린 악귀를 쫓기 위해 천박사를 찾는다. 그녀는 천박사가 자신이 믿지 않던 존재와 싸우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며, 영화의 감성적 중심축을 이룬다. - 강도령 (이동휘)
천박사의 기술 담당 파트너. 각종 퇴마 장비를 개발하고 영상 편집도 담당하는 유쾌한 조력자다. 영화의 코믹한 부분을 이끄는 역할로, 천박사와의 케미스트리가 특히 돋보인다. - 황사장 (김종수)
천박사의 아버지와도 인연이 깊은 인물로, 현재는 천박사의 활동을 뒤에서 지원하는 조력자다. 설경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전통적인 방식의 퇴마에 대해 천박사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 범천 (허준호)
영화의 메인 빌런으로, 과거 무당이었지만 악귀와 결탁해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며 자신을 ‘신’으로 만들고자 한 인물이다. 천박사의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으며, 그의 힘은 인간의 공포와 죄책감을 먹고 더욱 강해진다. 무속신앙과 공포 요소를 모두 갖춘 강렬한 악역이다.
총평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한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았던 ‘오컬트 코미디 스릴러’라는 장르를 시도한 신선한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문화, 귀신과 악귀에 대한 신앙, 그리고 현대인의 회의주의를 충돌시키며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특히 ‘설경’이라는 전통의식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은 기존의 퇴마 영화와 차별화된 상상력을 보여준다.
강동원이 연기한 천박사는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점차 신비한 존재들과 대면하면서 성장한다. 그의 연기는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내며, 관객이 캐릭터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코믹한 요소도 적절히 녹아들어 긴장과 웃음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 이솜은 현실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유경 역을 섬세하게 소화했으며, 이동휘와 김종수의 조연들은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CG와 시각효과 또한 수준급이다. 악귀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퇴마 의식 장면은 섬세한 미장센과 음향으로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자아낸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한 오컬트물이 아닌 이유는, 중심에 인간적인 서사와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천박사의 가족을 둘러싼 트라우마, 유경의 죄책감, 그리고 범천의 왜곡된 신념은 관객에게 심리적 울림을 준다.
다만, 영화가 제시한 세계관과 설경 의식에 대해 다소 설명이 부족한 면이 있다. ‘설경’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의식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규율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더 풍부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현대 서사의 조화를 시도한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단순한 퇴마극이 아니라, 상처 입은 개인이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진실을 마주하는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단순한 오락 이상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으며, 향후 시리즈로 확장될 가능성 또한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