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진범 (The Culprit)] 줄거리, 인물 소개, 총평

by Roonion 2025. 4. 30.
반응형

 

 

진범 관련 사진

 

 

줄거리 요약

 

영화 『진범(The Culprit, 2019)』은 표면적으로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진실 추적 이야기지만, 이면에는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작동하는 신뢰와 배신, 죄책감, 그리고 두려움이 교차하는 심리 드라마가 숨어 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매우 간단해 보입니다. 주인공 이영훈(송새벽)은 아내가 자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일순간에 일상을 잃게 됩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지문 등 물리적 증거가 그의 친구 김준성(오민석)을 지목하며, 준성은 곧바로 경찰에 체포됩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준성의 아내 정다연(유선)은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고 믿고 있으며, 남편을 구하기 위해 영훈을 찾아와 증언을 부탁합니다. 영훈은 아내의 죽음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였지만, 친구를 지목하는 경찰의 수사에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는 단순한 증언자로서 사건에 접근하려 했지만, 점점 더 직접적으로 수사에 뛰어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단서들은 의외의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며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과거의 CCTV 영상과 휴대폰 기록, 범행 당일의 알리바이 등을 재구성합니다. 그러나 진실에 다가설수록 이들은 서로를 믿기 어려워지고, 감정의 골은 깊어져 갑니다. 특히 정다연의 이중적인 행동과 과거 행적,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준성과 영훈 아내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 사건 이상의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영훈이 진실에 거의 다다랐다고 믿는 순간 다시 혼란에 빠지는 구조를 취합니다. 진범은 끝까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 관객에게 모든 가능성과 의심을 열어둔 채 열린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결말은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무엇이 사람을 범죄로 이끄는가’라는 질문을 더 깊이 던지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주요 인물 소개

 

  • 이영훈 (송새벽): 아내를 잃은 피해자이자 동시에 ‘진실을 쫓는 자’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아내의 죽음 이후,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경찰이 제시하는 결정적 증거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친구를 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불편함을 느낍니다. 송새벽은 특유의 무기력하면서도 강박적인 연기로 이영훈의 불안정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합니다. ​
  • 정다연 (유선): 남편 김준성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건 해결에 직접 나서는 인물입니다. 겉보기에는 강인하고 냉철한 여성이지만, 그녀의 감정선은 복잡하고 어디까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그녀가 사건 당시의 정황을 말할 때마다 섬세하게 감정이 흔들리는 모습은 관객에게도 의심을 품게 만듭니다. 유선은 정다연 역을 통해 감정과 이성의 경계에 선 여자의 복합적인 심리를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
  • 김준성 (오민석): 영화 내내 직접적인 역할은 제한되지만,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으로 기능합니다. 그가 실제 범인인지 아닌지는 영화 전체의 핵심 미스터리이며, 그는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합니다. 오민석은 극도로 절제된 감정과 말을 아끼는 태도로, ‘정말 모르겠다’는 관객의 감정을 끝까지 유지시켜 줍니다. ​
  • 조상필 형사 (정해균): 경찰 수사 측의 대표 인물로, 사건에 대해 냉정하고 분석적인 시각을 제공합니다. 그는 진범에 다가가려는 듯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 ‘공권력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리게 만듭니다. ​
  • 박상민 (장혁진): 사건과 관련된 인물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사건의 전개에 영향을 미칩니다.

 

 

 

총평

 

『진범』은 흔한 한국형 스릴러 영화와는 확실히 결을 달리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인 찾기 추리극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불신과 진실에 대한 상대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드라마입니다.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액션 장면은 거의 없고, 사건 해결의 중심은 오로지 인물 간의 대화와 심리전으로 전개됩니다. 때문에 영화는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감독 고정욱의 연출력입니다. 그는 초장부터 관객에게 특정 인물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게 한 뒤, 그것을 하나씩 뒤집어가며 서서히 파괴합니다. 이 방식은 관객이 인물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신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몰입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와 방관자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흐릿한지를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에서 ‘진실’은 과연 누가 결정하는가? 그 진실은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지점에 영화가 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특히 송새벽은 이 작품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며, 평범함 속의 의심, 순진함 속의 불안, 분노 속의 두려움을 차분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유선 역시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 마디, 한 표정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 관객의 해석을 유도합니다.

 

물론, 일부 관객에게는 답답하거나 서사가 늘어진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락성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오히려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습니다.

 

총체적으로 『진범』은 ‘진실은 늘 하나다’라는 공식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누가 진짜 범인인가 보다 중요한 건, 그 진실이 밝혀졌을 때 우리는 과연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심리 서스펜스를 찾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놓치기 아까운 작품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