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 《위키드》는 고전 명작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로, '사악한 서쪽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가 어떻게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 뮤지컬 판타지입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악'이라는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오즈의 땅에서 서쪽 마녀 엘파바가 죽었다는 소식에 온 도시가 환호하는 가운데, 착한 마녀로 불리는 글린다가 등장해 그들과의 과거 이야기를 회상합니다. 엘파바는 녹색 피부를 가진 채 태어나, 어려서부터 따돌림과 편견 속에서 자랍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엘파바를 냉대하고, 다리가 불편한 여동생 네사로즈에게만 애정을 쏟습니다. 하지만 엘파바는 타고난 강한 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오즈의 최고 마법 학교 쉬즈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합니다.
학교에서 엘파바는 외모와 성격 차이로 글린다와 초반에는 티격태격하는 사이였지만,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면서 둘 사이에는 특별한 우정이 피어납니다. 글린다는 인기가 많고 외향적인 반면, 엘파바는 정의감 넘치고 조용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는 면을 채워주는 존재가 됩니다.
그러던 중, 오즈 땅에서는 동물들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엘파바는 이 현상에 강한 의문을 품습니다. 마담 모리블은 엘파바의 뛰어난 재능을 눈여겨보고, 그녀를 오즈의 마법사에게 소개시켜줍니다. 마법사는 그녀에게 자신의 비밀 연구를 돕게 하며, 날개 달린 원숭이를 창조하는 마법을 실행하게 합니다. 하지만 엘파바는 그 실험이 동물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였음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엘파바는 마법사의 위선과 권력욕에 반기를 들고 도망칩니다. 글린다는 그녀를 말리려 하지만, 엘파바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마녀로서의 길을 택하게 됩니다. 그녀는 오즈의 권력자들에 의해 '사악한 마녀'로 낙인찍히며,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게 됩니다.
한편, 글린다는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착한 마녀'로서 살아가지만, 내면에는 엘파바를 향한 죄책감과 복잡한 감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갈등과 화해, 충돌을 거듭하며,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특히 글린다는 권력을 얻는 대신 진실을 묻어야 했고, 엘파바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지는 엘파바의 생존은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주며, 그녀가 택한 자유와 은둔의 삶은 '악녀'로서의 이미지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와 저항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그리고 글린다는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안고 살아갑니다.
《위키드》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벗어나, 권력과 정의, 진실과 왜곡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뮤지컬 넘버와 화려한 영상미, 그리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얼마나 쉽게 '악인'을 만들어내는지를 되묻는 강한 질문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사악함’이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말하는, 마법보다 강렬한 인간 드라마입니다.
주요 인물 소개
엘파바(Elphaba Thropp) – 신시아 에리보(Cynthia Erivo)
엘파바는 오즈의 사악한 서쪽 마녀로, 녹색 피부를 가진 소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편견과 차별을 받으며 성장하였고, 쉬즈 대학교에 입학하여 마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녀는 정의감이 강하고, 동물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등 사회적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Cynthia Erivo는 이 역할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엘파바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글린다(Galinda Upland) –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글린다는 쉬즈 대학교에서 인기 있는 학생으로, 엘파바의 룸메이트가 됩니다. 처음에는 엘파바와의 차이로 갈등을 겪지만, 점차 그녀와의 우정을 쌓아갑니다. 글린다는 후에 '착한 마녀'로 알려지게 되며, 엘파바와의 관계는 영화의 핵심적인 감정선을 이룹니다. Ariana Grande는 이 역할을 통해 밝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며, 뮤지컬 넘버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입니다.
피예로(Fiyero Tigelaar) – 조나단 베일리(Jonathan Bailey)
피예로는 윙키국의 왕자로, 쉬즈 대학교에 입학하여 엘파바와 글린다와 만납니다. 그는 글린다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엘파바에게 진정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피예로는 엘파바의 신념과 용기를 존중하며, 그녀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Jonathan Bailey는 이 역할을 통해 피예로의 내면적인 갈등과 성장을 잘 표현합니다.
마담 모리블(Madame Morrible) – 양자경(Michelle Yeoh)
마담 모리블은 쉬즈 대학교의 마법학 교수이자, 엘파바의 멘토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엘파바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녀를 마법사의 제자로 소개합니다. 하지만, 마담 모리블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엘파바를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영화의 주요한 갈등 구조를 형성합니다. Michelle Yeoh은 이 역할을 통해 마담 모리블의 다면적인 성격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오즈의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 – 제프 골드브럼(Jeff Goldblum)
오즈의 마법사는 엘파바가 만나는 인물로, 처음에는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는 듯하지만, 점차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엘파바를 이용하려 합니다. Jeff Goldblum은 이 역할을 통해 마법사의 위선적인 면모를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네사로즈(Nessarose Thropp) – 마리사 보데(Marissa Bode)
네사로즈는 엘파바의 여동생으로, 어린 시절 사고로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그녀는 엘파바와의 관계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영화의 감정적인 깊이를 더합니다. Marissa Bode는 휠체어 사용자로서 이 역할을 맡아, 장애를 가진 인물의 현실적인 묘사를 선보입니다.
보크(Boq) – 에단 슬레이터(Ethan Slater)
보크는 쉬즈 대학교의 학생으로, 글린다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그녀의 관심을 얻지 못합니다. 그는 엘파바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며, 그의 선택은 영화의 전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Ethan Slater는 이 역할을 통해 보크의 순수함과 갈등을 잘 표현합니다.
총평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즈의 마법사’ 이전 이야기를 담아낸 판타지 뮤지컬 영화다. 이 작품은 원작이 가진 화려한 무대와 감동적인 스토리를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영화만의 시각적 특성과 감정 표현을 극대화해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감독 존 M. 추는 뮤지컬 특유의 다채로운 에너지와 서사를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옮겨 관객을 몰입시키는 데 주력했다. 특히, 영화는 단순한 동화적 판타지에서 벗어나 권력, 우정, 그리고 편견과 차별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층적으로 다룬다. 이를 통해 단순한 ‘마법’ 이야기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두 여성 캐릭터의 대조적인 면모와 성장 과정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신시아 에리보가 연기한 엘파바는 ‘마녀’라는 낙인과 싸우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물로서, 내면의 고뇌와 강인함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녀가 부르는 ‘Defying Gravity’ 장면은 감정의 폭발과 해방감을 극적으로 묘사하며,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맡은 글린다는 밝고 매력적인 외면 뒤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과 성장통을 연기하며, 두 배우의 조화로운 케미스트리가 영화 전반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시각적 완성도 또한 매우 뛰어나다. 세트 디자인과 의상, 특수 효과는 원작의 화려함을 재현하는 동시에, 카메라 워크와 편집을 통해 영화적 리듬을 살려냈다. 마법과 환상의 세계가 스크린에 생생하게 펼쳐지며, 관객에게 몰입감을 제공한다. 다만, 16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은 중반부 일부 느린 전개와 맞물려 다소 집중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이야기가 종종 반복되거나 서사적 템포가 느려지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이로 인해 일부 관객은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내면 묘사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음악적 요소는 영화의 감성적 깊이를 더하는 핵심이다. 오케스트라와 풍부한 사운드 트랙은 각 장면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배우들의 뛰어난 보컬 퍼포먼스가 감동을 배가시킨다. 특히, 주요 넘버들은 원작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살려내면서도 영화만의 특성을 반영해 재해석되었다. 음악과 영상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순간들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총평하자면, 《위키드》는 원작 뮤지컬의 팬뿐 아니라 뮤지컬과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일반 관객에게도 충분한 만족을 줄 만한 작품이다. 권선징악과 선입견, 우정과 배신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판타지라는 장르 안에서 섬세하게 풀어내며,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심리 묘사와 뛰어난 음악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전한다. 다만 긴 러닝타임과 느린 전개가 호불호를 가를 수 있으나, 이는 영화가 가진 깊이와 감정의 진폭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위키드》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본연의 감정을 다채롭게 담아낸 작품이다.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가 던지는 편견에 대한 도전과 자기 수용의 메시지는 오늘날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팬이라면 반드시 관람해야 할 작품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