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1977년, 인류는 보이저 1호를 우주로 발사하며 외계 문명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황금 음반을 실었다. 이는 지구 밖 지성체에게 인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평화적 시도였지만, 수십 년 후 그 메시지는 예상치 못한 재앙의 씨앗이 된다. 영화의 서두는 이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뒤 외계 문명에 의해 발견되는 짧은 시퀀스로 시작된다.
이후 시간은 2025년으로 이동하며, 우즈베키스탄의 전장을 배경으로 한 특수부대 작전이 펼쳐진다. 주인공 켈리(맥스 마티니)는 숙련된 미군 특수부대 대원으로, 동료들과 함께 테러 조직의 아지트를 급습하는 임무에 투입된다. 하지만 작전 도중 알 수 없는 비행체가 상공을 가르며 나타나고, 눈부신 섬광과 함께 부대 전원이 의식을 잃는다.
그들이 눈을 떴을 때는 낯선 금속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곧 외계 우주선 내부였다. 이곳은 인간을 가두고 실험하는 생체 실험장이었다. 부대원들은 사방에 걸린 인간 사체와 해부된 시신을 목격하며 자신들이 외계 생명체의 실험 대상임을 깨닫는다. 외계인들은 인간과 유사한 체형이지만 눈이 없고 커다란 이빨을 가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들은 프레데터와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비주얼로,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켈리와 팀은 탈출을 시도하며, 그 과정에서 이미 오랜 시간 이 우주선에 갇혀 있던 생존자 라비(브리아나 힐데브랜드)를 만나게 된다. 라비는 외계인의 행동 패턴과 약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중요한 동료가 된다. 라비는 자신이 납치되기 전 가족과 헤어졌으며, 어머니 아냐(린다 해밀턴)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우주선 곳곳을 이동하며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이어지는 동안, 부대원들은 하나둘씩 잔혹한 방식으로 목숨을 잃는다. 특히 로디와 깁스는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외계인과 함께 폭발 속으로 사라진다. 이러한 희생은 팀의 사기를 무너뜨리면서도 동시에 살아남은 이들에게 결연한 의지를 심어준다.
이윽고 켈리 일행은 라비의 어머니 아냐를 발견한다. 아냐는 러시아 출신 전차 지휘관으로, 보이저 1호의 황금 음반이 외계 문명에 의해 해석되었고 그들이 지구로 찾아와 문명을 붕괴시켰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인간의 평화적 메시지가 역설적으로 멸망의 원인이 된 것이다.
아냐는 통신 중계기를 통해 구조 신호를 보낼 방법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가동하기 위해선 외계 생명체들이 점령한 핵심 구역으로 진입해야 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아냐는 중계기 가동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폭발을 일으킨다. 잭슨 또한 미끼 역할을 자청해 적을 끌어들이다 목숨을 잃는다. 이러한 연쇄적인 희생으로 켈리와 라비, 그리고 몇 안 되는 생존자들만이 남게 된다.
마지막 대결에서 외계 생명체의 대장 격인 스카스와 켈리의 결투가 벌어진다. 스카스는 내시를 공격하며 켈리마저 치명상을 입히지만, 켈리는 마지막 힘을 짜내 외계인을 쓰러뜨린다. 전투가 끝난 후 우주선은 대폭발을 일으키고, 켈리와 라비는 가까스로 탈출한다.
영화의 엔딩은 생존자들이 폐허가 된 지구의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파리의 에펠탑은 무너져 내렸고, 문명의 흔적은 잿더미가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표정에는 단순한 절망만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의지와 희망이 스쳐간다. 인류의 종말 이후에도 생존자는 존재하며, 그들이 다시 역사를 써 내려갈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
주요 인물 소개
켈리 (Kelly) — 맥스 마티니 (Max Martini)
특수부대의 리더이자 임무 수행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으로, 부하들을 안전하게 이끌기 위해 냉정한 판단을 내리면서도 인간적 양심을 버리지 못하는 복합적 면모를 보인다. 영화 초반 우즈베키스탄 작전에서 외계 우주선에 납치된 이후, 그는 낯선 환경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생존 전략을 세운다.
라비 (Ravi) — 브리아나 힐데브랜드 (Brianna Hildebrand)
우주선 내에서 홀로 살아남아 있던 인물로, 켈리 팀이 발견한 후 그들과 협력하게 된다. 라비는 어린 시절 납치되어 외계인의 실험 대상으로 살아온 과거를 지니며, 오랜 생존 경험으로 외계인의 약점과 우주선 구조를 잘 알고 있다. 덕분에 팀은 라비의 지식에 의존하며 탈출 계획을 세운다.
아냐 (Anya) — 린다 해밀턴 (Linda Hamilton)
라비의 어머니로, 러시아 출신 전차 지휘관이라는 설정을 지녔다. 그녀는 외계인의 침공으로 문명이 붕괴한 뒤에도 살아남아 지구 저항 세력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보이저 1호의 메시지가 외계인들에게 지구 좌표를 제공해 버렸다는 진실을 전한다. 아냐의 등장은 영화 후반부 플롯의 전환점으로 작용하며, 팀이 구조 신호를 보낼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된다.
로디 (Rhodie) — 라모니카 개럿 (LaMonica Garrett)
로디는 켈리 팀의 핵심 병력 중 하나로, 상황 판단과 전투 능력을 지닌 베테랑입니다. 팀 내 형제 같은 존재감을 주며, 동료들을 위한 희생적 결단도 보여 줍니다.
레예스 (Reyes) — 마이클 어바이 (Michael Irby)
불같은 성격과 즉흥적 행동력으로 팀 내 긴장감을 더하는 인물입니다. 전투 장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내성적 감정이 적은 캐릭터입니다.
내시 (Nash) — 린즈 에드워즈 (Linds Edwards)
내시는 침착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부대원으로서, 팀의 전략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훈련된 전투 능력과 정신적 집중력이 특징이며, 후반부 탈출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합니다.
깁스 (Gibbs) — 데이비드 B. 메도즈 (David B. Meadows)
팀의 배경 및 환경 설정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으며, 정보 전달 및 지원 역할을 수행합니다. 희생 장면을 통해 극적 요소를 강화하며, 캐릭터의 충성심과 희생정신이 강조됩니다.
잭슨 (Jax) — 자렌 미첼 (Jaren Mitchell)
젊고 에너지 넘치는 부대원으로, 팀을 위한 헌신적 희생을 감행합니다. 외계인의 시선을 끌어 미끼 역할을 자처하는 등, 영화 중반 이후 감동을 주는 전개를 이끌어냅니다.
스카스 (Scars) — 스탠리 화이트 주니어 (Stanley White Jr.)
외계 생명체의 일종 대장급 존재로, 인간과의 최종 결전을 이끄는 주요 안타고니스트입니다.
총평
영화《오시리스》는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 탐사선의 황금 음반 메시지가 외계 문명에 도달하면서 벌어지는 인류와 외계 세력 간의 충돌을 다룬 SF 액션 스릴러다. 실존 과학 소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확장한 설정은 흥미롭지만, 그 전개와 완성도는 관객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를 낳고 있다.
작품은 특수부대가 낯선 행성의 우주선 안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군집 서사 구조를 취하며,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심리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영화의 연출 스타일이다. 감독 윌리엄 카우프만은 저예산 액션 영화에서 잔뼈가 굵은 연출자로, 이번 작품에서도 현실감 넘치는 총격전과 전술적 전투 연출에 강점을 보인다.
초반부 우즈베키스탄에서 펼쳐지는 전투 시퀀스는 약 10여 분에 걸쳐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후 우주선 내부로 무대를 옮기면서 생존극으로 전환되는 구도는 에이리언 2나 프레데터 같은 고전 SF 액션의 오마주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전투의 밀도는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적 동력과 신선함이 떨어져 긴장감이 점차 희석되는 아쉬움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주연 맥스 마티니는 냉철하면서도 인간미 있는 특수부대 리더 켈리 역을 맡아 군인의 강인함을 잘 표현한다.
그는 퍼시픽 림이나 캡틴 필립스에서 이미 군인 캐릭터로 익숙한 얼굴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 경험이 묻어난다. 브리아나 힐데브랜드가 연기한 라비는 외계 우주선 안에서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로, 젊지만 상처 입은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보조 인물이 아니라 영화의 감정적 축을 담당하며,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후반부 등장하는 린다 해밀턴은 러시아 전차 지휘관 아냐로 출연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비록 출연 분량은 짧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구축한 액션 히로인의 이미지가 영화의 무게중심을 강화한다. 작품의 미술과 특수효과 역시 눈길을 끈다. Todd Masters가 주도한 실물 특수 분장은 외계 생명체를 고무 수트와 실제 조형물로 구현해 복고적인 매력을 살린다.
일부 평론은 이러한 실물 효과가 오히려 영화의 매력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반면 CGI와 디지털 효과는 한계가 두드러진다. 조명, 세트 디자인, 후반 합성의 완성도가 떨어져 저예산의 흔적이 역력하며, 고퀄리티 SF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다. 사운드와 음악 역시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편이라, 긴박한 상황을 뒷받침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스토리의 주제의식은 생존과 희생, 그리고 인류가 외계와 조우했을 때의 윤리적 질문을 다루려 하지만, 깊이 있는 탐구로 확장되지는 못한다. 보이저 메시지라는 매혹적인 서사가 있음에도, 외계인과 인간의 갈등 구조는 단순히 “생존 vs 위협” 구도로 축소되어 설명된다. 그 결과 관객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보다 액션의 강도에 집중하게 되며, 철학적 여운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특히 캐릭터 간의 관계와 감정선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희생 장면이 감정적 클라이맥스로 폭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장르 팬들에게 나름의 매력을 제공한다. 80~90년대 B급 SF 액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미학, 밀실 공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전투, 특수부대 전술의 디테일은 카우프만 감독의 특기라 할 만하다.
특히 실물 특수효과와 배우들의 몸을 던진 액션은 저예산 한계 속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반대로 서사와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린다 해밀턴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활용도가 낮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결국 오시리스는 SF와 군사 액션을 결합한 장르 실험으로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지만, 스토리텔링과 완성도 면에서는 한계가 명확한 작품이다. 치밀한 세계관이나 깊은 철학 대신 전투와 생존 본능을 전면에 내세운 선택은 일부 관객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으나, 동시에 단조롭다는 인상도 남긴다.
보이저 메시지라는 설정을 좀 더 치밀하게 확장했다면, 단순한 괴수 생존전 이상의 울림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작은 전투 연출과 복고풍 SF 미학으로 특정 장르 팬층에게 충분히 소비될 만한 매력을 갖춘 영화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