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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 줄거리, 인물소개, 총평

by Roonion 202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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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관련 사진

 

줄거리

 

영화는 중년의 중국계 미국 이민자 ‘에블린 왕’의 혼란스럽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남편 웨이먼드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며 바쁘고 무료한 삶을 살아간다. 딸 조이와는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고, 아버지 곤공은 고령으로 건강이 나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국세청 감사관 디어드리로부터 세금 문제가 제기되며 에블린은 인생 최대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런 일상 속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국세청 방문 도중 갑자기 남편 웨이먼드가 다른 성격의 인물로 돌변하며 “알파 유니버스”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는 에블린에게 수많은 평행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들과 연결해 능력을 흡수하는 ‘버스 점프’를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유는 ‘조부 투파키’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다중우주 전체를 파괴하려 하기 때문이며, 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에블린이라는 것.

 

에블린은 점점 더 많은 세계에서 자신의 또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배우, 셰프, 쿵푸 마스터, 핫도그 손을 가진 존재, 심지어는 생명이 없는 돌까지도… 각각의 우주는 그녀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떻게 살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여행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후회와 선택, 존재의 의미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조부 투파키’가 사실은 조이의 알파 유니버스 버전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에 마주한다. 조부는 수많은 우주를 체험한 끝에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모든 것 베이글’이라는 상징물 속에 존재를 말소시키려 한다.

 

에블린은 파괴가 아닌 ‘수용’과 ‘이해’를 통해 조이를 구하려 하며, 웨이먼드의 평범하지만 강한 친절과 긍정의 철학에서 진정한 힘을 얻는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파편화된 존재를 하나로 통합하고, 조이와 화해하며 무너져가던 가족과의 유대를 회복한다. 에블린의 여정은 곧 관객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질문이자,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우리 모두를 향한 찬가다.

 

 

 

 

인물 소개

 

에블린 왕 (양자경) 

중년의 중국계 이민자 여성으로, 가정과 일, 문화적 차이 속에서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모험 속에서 그녀는 무수한 다른 자아들과 연결되며, 자신이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때는 실패한 인생처럼 느껴졌던 삶이, 오히려 수많은 가능성과 선택이 응축된 ‘중심축’ 임을 알게 되는 과정은 진정한 자아 찾기와도 같다. 에블린은 영화 내내 강인함과 혼란, 공감과 두려움을 모두 아우르며 중심축 역할을 맡는다. 그녀의 인물상은 여성 주인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형으로도 평가받는다.

 

웨이먼드 왕 (키 호이 콴)

겉보기엔 순박하고 다소 무능해 보이는 남편이지만, 그의 진심 어린 친절과 평화주의는 에블린이 파괴보다 이해를 선택하게 만드는 결정적 힘이 된다. 알파 유니버스의 웨이먼드는 숙련된 전사로 등장해 그녀를 도우며, 다정함이야말로 가장 강한 무기임을 증명한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를 되살리고 싶어 이혼을 요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녀가 자신을 다시 봐주길 바라는 소망이 숨어 있다.

 

조이 왕 / 조부 투파키 (스테파니 수) 

에블린의 딸이자 영화의 실질적인 ‘적’으로도 등장한다. 현실 세계의 조이는 동성애자이며,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알파 유니버스에서는 수많은 우주의 기억을 흡수한 존재 ‘조부 투파키’가 되어 존재의 무의미함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파괴적 충동은 사실 사랑받고 싶은 욕망, 이해받고 싶은 외로움의 극단적인 표현이다. 조이는 어머니의 선택을 통해 구원받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며 성장한다.

 

디어드리 (제이미 리 커티스) 

디어드리는 국세청 감사관으로, 세탁소를 감사하러 오는 딱딱하고 무뚝뚝한 공무원이다. 그러나 멀티버스에서는 에블린과 로맨틱한 관계를 맺은 자아도 존재하며, 이질적인 현실 속에서도 그녀 역시 외로움과 고통을 지닌 인간으로 조명된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완전히 변신한 외모와 함께 정형화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곤공 (제임스 홍) 

에블린의 아버지로, 중국 전통을 상징하는 보수적인 인물이다. 그는 딸의 선택과 손녀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갈등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우주 속에서는 딸을 지지하는 조력자로 그려진다. 제임스 홍은 이민자 1세대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영화의 문화적 층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총평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한 멀티버스 SF 영화를 넘어, 삶과 존재, 관계에 대한 심오한 사유를 담은 걸작이다. 다중우주라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틀을 빌려, 실제로는 우리 모두가 겪는 정체성 혼란, 가족 간의 갈등, 인생의 무게 같은 현실적 문제를 끌어올린다. 특히 '모든 것의 가능성'을 마주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 존재의 무게를 견디고,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는지를 보여주며, 진정한 해답은 거대한 힘이 아닌 ‘작고 사소한 친절’에 있음을 강조한다.

 

양자경은 주인공 에블린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강인하지만 유약하고, 헌신적이지만 혼란스러운 복합적인 인물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2023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조이 역의 스테파니 수 역시 ‘조부 투파키’라는 절망의 존재와 현실의 딸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훌륭히 표현하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키 호이 콴은 웨이먼드로서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그의 복귀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영화의 윤리적 중심축이 된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일명 ‘다니엘스’)는 유머와 혼돈, 감동과 사유를 섬세하게 배치하며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서사를 창조해냈다. 핫도그 손, 돌, 애니메이션, 액션 등 무수한 장르적 요소가 튀어나오지만, 중심에 ‘사랑’과 ‘화해’라는 단단한 정서가 있어 혼란은 곧 통합으로 나아간다. 기술적으로도 독창적이며, 편집과 미장센, 사운드트랙까지 모든 면에서 창의성이 돋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어떤 선택을 했든, 그 선택의 결과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이며, 각자의 인생이 그 자체로 우주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전한다. 화려한 설정 속에 가장 인간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이 작품은 단지 ‘잘 만든 영화’가 아니라, 관객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철학적 성찰의 장이기도 하다. 다중우주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결국, “하찮은 인생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가능성”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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