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주인공 브루노(마르코 자로르)는 과거 해군 특수부대(SEAL) 출신 병사였지만, 임무 중 형을 잃은 사건 이후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PTSD)에 시달리며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태국의 한 강가 주택에서 지내면서 알코올과 우울감 등에 빠져 지내는 듯한 모습이다. 그의 유일한 인간관계는 옛 전우이자 친구인 조(루이스 맨딜로르)와 피치(브룩 인스) 정도이다.
어느 날 밤, 브루노의 집 강가 쪽에 의식을 잃은 채 떠밀려온 정체불명의 여인 아테나(제인 미로)가 나타난다. 브루노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보호하고자 살피기 시작하고, 아테나는 기억이 거의 없는 듯한 상태이다.
브루노는 처음에는 아테나를 의심하며 경계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조는 그녀의 정체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만, 아테나는 자신의 진심과 무해함을 보이며 점차 브루노와 그의 친구들의 신뢰를 얻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테나를 노리는 세력이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 영화 중반부에 아테나는 정체불명의 무장 조직에 납치되고, 브루노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과거의 기술과 본능에 기대야만 한다.
그는 조와 피치의 도움을 받아 추격을 시작하고, 아테나 납치에 연루된 이들의 배후로 닥터 코발스키(에고 미키타스) 등의 인물이 나타난다.
추적 과정에서 브루노 일행은 수많은 마스크를 쓴 암살자들과 조직원들을 상대하면서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칼, 총, 맨손 격투 등 다양한 전투 양상이 뒤섞여 있으며, 브루노는 기량을 되살리면서도 과거의 상처와 마주한다.
중반 이후, 이야기는 단순한 납치 구출극을 넘어서 점점 과학적 / SF적 요소가 드러나게 된다. 특히 아테나의 과거와 정체가 단순한 인간이 아닌 연구 프로젝트 혹은 생체공학적인 실험과 관계되어 있다는 암시들이 뒤늦게 밝혀진다.
최종 결전은 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이 가미된 장소 혹은 변형된 사원(파고다 스타일의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며, 브루노는 아테나를 되찾기 위한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조직의 최종 보스 중 하나인 크리거(브라힘 샤브) 와의 일대일 대결이 기대감을 높인다.
이 싸움에서 브루노는 강력한 신체 능력과 투지를 보여주며, 여러 악당들을 쓰러뜨린 뒤 크리거와 맞짱을 뜬다. 동시에 아테나에게 숨겨진 진실이 완전히 드러난다.
그녀가 단순히 기억을 잃은 인물이 아니라 일종의 생체공학적 실험 대상으로 설계된 존재라는 설정이 밝혀지며, 브루노는 그녀를 단순히 구출하는 것을 넘어 인간다움의 의미와 그녀의 정체성까지 마주해야 한다.
이 반전은 일부 관객에게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영화 전체가 액션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SF 및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주요 인물 소개
브루노 (Bruno) - 마르코 자로르 (Marko Zaror)
브루노는 영화의 중심 주인공이다. 그는 한때 미 해군 특수부대(SEAL) 출신이었지만, 과거 임무 중 비극적인 사건을 겪으며 큰 트라우마를 안게 된다. 어느 날 밤, 의식을 잃은 채 떠밀려 온 여인 아테나를 발견하고 그녀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삶의 균형이 흔들린다. 이후 아테나가 납치되고, 브루노는 과거의 전투 기술과 감춰둔 본능을 다시 꺼내 그녀를 구하려 한다. 감정적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 죄책감, 살고자 하는 욕망이 상충한다. 아테나와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자기 재생을 모색하는 인물이다.
아테나 (Athena) - 제인 미로 (Jane Mirro)
아테나는 기억이 거의 없는 상태로 브루노에게 구조된 여성이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과거가 무엇인지, 왜 그곳에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브루노에게 의지하며 조금씩 관계를 쌓아가지만, 그녀는 단순한 피해자이기만 한 인물이 아니다. 후반부에는 그녀의 정체가 생체공학적으로 조작된 존재라는 반전 요소가 드러난다.
조 (Joe) - 루이스 맨딜로르 (Louis Mandylor)
조는 브루노의 오랜 전우이자 친구이며, 브루노의 은둔 생활 가운데 거의 유일한 사회적 연결고리다. 브루노가 아테나를 구조하려 할 때 조언자 및 지원군 역할을 수행하며, 위험 경고를 주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조는 브루노에게 책임감과 우정의 상징이자, 브루노가 혼자 무너지지 않게 지지해 주는 존재다.
핏치 (Fitch) - 브룩 인스 (Brooke Ence)
핏치는 브루노와 조의 팀 멤버로, 전투 및 기술 지원 면에서 활약하는 여성 인물이다. 브루노가 위기에 처할 때 그녀는 무기 또는 기술 지원 쪽에서 보조 임무를 수행한다.
크리거 (Krieger) - 브라힘 샤브 (Brahim Chab)
크리거는 브루노와 대립하는 주요 적대자 중 하나다. 그는 강인한 전투력을 지닌 악역으로, 브루노의 작전 과정에서 여러 차례 충돌하는 존재다. 그와 브루노의 일대일 대결 신이 하이라이트로 꼽히며, 그는 “브루노의 상대이자 시험대” 같은 인물로 평가된다.
닥터 코발스키 (Dr. Kovalovski) - 에고 미키타스 (Ego Mikitas)
닥터 코발스키는 아테나를 둘러싼 과학적 비밀의 중심인물이다. 그는 아테나의 생체공학적 설계, 정체 조작, 감정 복제 등에 관여한 과학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의 존재는 아테나의 진실을 밝혀내는 열쇠이며, 브루노가 단순히 구출 임무를 넘어서 윤리적 갈등과 정체성 문제까지 마주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ㄱㄱ
총평
《어피니티》는 브랜던 슬래글(Brandon Slagle) 감독이 연출하고, 칠레 출신의 액션 스타 마르코 자로르(Marko Zaror)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처음 공개될 당시부터 ‘저예산 액션의 반격’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순수한 신체 액션의 쾌감과 SF적 상상력을 결합한 독특한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영화는 방콕을 배경으로 기억을 잃은 전직 군인 브루노가 자신을 쫓는 정체불명의 조직과 싸우며, 사랑과 정체성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액션 서사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이 숨어 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액션 시퀀스의 밀도와 타격감이다. 마르코 자로르가 직접 액션 디렉팅에 참여한 덕분에, 모든 격투 장면은 생생한 리듬감과 육체적 긴장으로 가득하다. 주먹이 부딪히는 소리, 칼날이 스치는 질감, 인물들이 내뿜는 숨소리까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초반 골목 전투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빠른 템포로 관객을 끌어당기며, 한순간도 숨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총격, 맨몸 격투, 칼싸움이 혼합된 전투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일종의 ‘무용’처럼 느껴질 정도다.
로튼토마토와 Action-Flix 같은 리뷰 사이트들은 이 영화의 액션을 “물리적 현실감을 극대화한 전투의 연속”이라 평하며, 장르 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는 시각적 완성도에서도 의외의 성취를 보인다. 태국 방콕의 생생한 거리와 습도 높은 공기가 화면을 채우며, 네온사인과 어둠이 교차하는 도시의 밤은 일종의 몽환적인 무드를 만들어 낸다.
브랜던 슬래글 감독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색감과 조명을 교묘히 활용해 공간을 확장시켰고, 이는 저예산 영화에서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섬세한 미장센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후반부의 사원(寺院) 장면은 오묘한 종교적 상징과 함께, 기억을 되찾은 브루노가 자신과 사랑하는 이를 동시에 구원하려는 절박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압축한다.
그러나 영화의 구조적인 완성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하듯, 가장 큰 약점은 서사의 얇음이다. 액션이 멈추는 순간 대사와 플롯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고, 브루노와 아테나의 관계 역시 충분히 감정적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기억 상실이라는 장치와 SF적 반전 요소가 존재하지만, 그것이 인물의 내면적 성장과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해 후반부 전개가 다소 급격하게 흘러간다. The Last Thing I See는 이를 “의미심장하지만 어색한 감정 드라마의 흔적”이라 평했고, Midwest Film Journal은 “후반부의 SF적 전환이 이야기와 어긋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분명한 에너지를 지닌다. 마르코 자로르가 연기한 브루노는 묵묵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전형적인 액션 히어로의 계보를 잇지만, 그 속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가 깃들어 있다.
루이스 맨딜로르가 연기한 조, 브룩 인스의 핏치, 그리고 브라힘 샤브가 맡은 악역 등 조연들의 존재도 작품의 균형을 잡아준다. 특히 조와 브루노 사이의 짧지만 진심 어린 대화는, 영화 속에서 드물게 감정의 여운을 남기는 순간으로 꼽힌다.
《어피니티》는 완벽한 영화라기보다는 가능성의 영화에 가깝다. 완성도 면에서 불균형이 느껴지고, 감정선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액션 장르가 지닌 본질, 즉 “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영화적 쾌감”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현대의 많은 액션 영화들이 화려한 CGI와 편집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배우의 육체와 리얼한 물리적 충돌을 중심으로 영화를 구축한다. 그 결과, 관객은 화면 너머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