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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 (Asura : The City of Madness 2016)] 줄거리, 인물 소개, 총평

by Roonion 202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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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관련 사진

 

 

줄거리 요약

 

영화 <아수라: The City of Madness>은 부패와 폭력이 일상처럼 뒤엉킨 대한민국의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악을 택할 수밖에 없는 한 형사의 파멸적 여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범죄 누아르다. 줄거리는 경찰, 정치인, 검찰이 얽히고설킨 음모와 배신 속에서 중심인물인 한도경(정우성)의 몰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도경은 안남시청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비리를 덮고 일을 처리해주는 ‘사냥개’ 역할을 하는 경찰이다. 박성배는 지역 개발 이권을 둘러싼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한도경은 자신의 병든 아내의 병원비와 출세를 위해 박 시장에게 충성을 바치며 각종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해왔다. 하지만 이중적인 삶은 오래갈 수 없었다. 중앙지검 반부패부의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특수수사팀장 도창학(정만식)이 한도경의 약점을 잡고 그를 압박하면서, 도경은 양쪽의 명령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가 양쪽을 모두 속이면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동안, 한때의 동료이자 후배였던 경찰 문선모(주지훈)가 점점 박성배의 또 다른 사냥개로 부상하며 도경의 자리를 위협한다.

 

이야기는 한도경이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며 죄의식과 생존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박성배는 점점 폭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제거하고, 검찰은 도경을 끈질기게 조이면서도 그를 수단으로 삼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도경은 가족, 동료, 조직 어디에서도 구원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끝없이 타락해 가는 세계 속에서 점점 본성마저 악으로 물들어 간다.

 

결국 한도경은 자신을 이용하려는 모두에게 등을 돌리고, 마지막 선택을 감행한다. 하지만 그 선택조차 그에게 구원이 되지 못하며, 영화는 주인공의 파멸로 끝을 맺는다. 도경은 끝내 정의를 위해 싸우지도, 완전한 악인이 되지도 못한 채 모든 걸 잃는다. 그렇게 <아수라>는 한 인간의 추락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정의란 과연 존재하는지를 묻는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생존과 타협, 비열한 권력 구조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를 냉혹하게 보여준다. ‘지옥 같은 세상’이라는 제목 그대로, 도경이 발을 딛고 선 그 땅은 구원 없는 혼돈의 세계이며, 결국 모든 선택이 ‘악’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주요 인물 소개

 

한도경 (정우성)

영화의 중심인물로, 안남경찰서 강력반 소속 형사다. 외적으로는 냉정하고 과묵하지만, 내면에는 불안과 죄책감, 절박한 생존 본능이 자리 잡고 있다. 병든 아내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안남시 시장 박성배의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으며, 각종 범죄와 비리를 은폐하는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한다. 그에게 정의는 오래전에 사라졌고, 남은 것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뿐이다. 하지만 중앙지검의 압박과 주변 인물들의 배신 속에서 점차 선택의 여지가 사라지고, 악으로 물들어가는 길을 걸으며 파멸에 다가선다. 정우성은 이 인물을 통해 도덕적 딜레마와 생존의 이중성을 강렬하게 표현해 낸다.

 

박성배 (황정민)

안남시 시장으로, 권력과 이권을 위해서라면 살인조차 서슴지 않는 냉혹한 인물이다. 겉으로는 시민을 위한 시장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도시 전체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탐욕의 화신이다. 한도경을 수족처럼 부리며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반기를 드는 자는 무자비하게 제거한다. 말투와 행동은 유쾌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폭력성과 사이코패스적 성향은 보는 이에게 강한 불쾌감을 준다. 황정민은 이 역할에서 인간적인 외피 속에 숨겨진 괴물 같은 본성을 압도적인 에너지로 구현했다.

 

김차인 (곽도원)

중앙지검 반부패부 검사로, 박성배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벌이는 인물이다. 겉보기에는 정의를 구현하려는 법의 수호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기 권력과 승진을 위한 수단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는 또 다른 형태의 권력자다. 한도경의 약점을 쥐고 협박하며 이중 스파이처럼 활용하고, 그를 수단으로 삼는 데 주저함이 없다.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인간적인 온기는 전혀 없는 인물로, 곽도원은 차가운 권력의 화신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도창학 (정만식)

김차인과 함께 일하는 특수수사팀 팀장으로, 한도경을 밀착 감시하고 협박하며 검찰 쪽의 지시를 수행한다. 사사건건 도경을 조이는 실무자로서, 그의 불법 행위를 기록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며, 냉정한 현실주의자의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때때로 그의 태도에는 공포감과 불안이 배어 있고, 정의감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이 엿보인다. 이 인물은 권력 구조의 중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

 

문선모 (주지훈)

한도경의 후배 형사로, 처음에는 순박하고 충직한 경찰로 보이지만, 점점 박성배에게 충성을 바치며 도경의 자리를 위협하는 인물로 변모한다. 욕망과 기회주의 사이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도경을 배신하고 권력의 사냥개가 되어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선모의 변화는 무서운 속도로 사람을 타락시키는 권력의 속성을 보여준다. 주지훈은 이 역할에서 서서히 변모하는 인물의 내면을 날카롭게 표현했다.

 

 

 

 

 

 

총평

 

영화  <아수라>는 제목 그대로 '지옥 같은 세상'을 치열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그려낸 하드보일드 범죄 누아르다. 김성수 감독의 날카로운 연출 아래,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집결해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드라마나 권력 비리 고발극이 아닌,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을 택한 인간들의 추악한 생존 본능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먼저 영화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절망적이다. 비가 내리고, 어두운 회색빛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희망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한도경이라는 인물은 보통의 범죄 영화 주인공처럼 ‘정의롭지만 상황 때문에 타락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악의 한복판에 깊숙이 발을 담근 인물이고, 관객은 그가 회복 불가능한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이처럼 <아수라>는 주인공을 영웅화하거나 감정적 동정을 유도하지 않고, 냉소적인 시선을 끝까지 유지하며 그가 맞닥뜨리는 세계의 잔혹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악의 다양성'이다. 등장하는 모든 주요 인물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타락해 있고, 각자의 목적과 방식이 있어 단순한 악역이나 선역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박성배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전형적인 괴물형 권력자이며, 김차인은 정의를 외치지만 사실상 더 교묘하고 교활한 방식으로 인간을 이용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악들이 충돌하고 맞물리는 구조는 영화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연기 면에서는 배우들의 시너지가 압도적이다. 정우성은 기존의 선한 이미지와 달리, 도덕적 파산자에 가까운 인물을 절제된 감정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 냈다. 특히 도경이 점점 몰락하면서도 자존감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은 씁쓸하고도 처연하다. 황정민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광기를 절묘하게 오가며 박성배라는 인물을 실존감 있게 구현했고, 곽도원은 냉정한 검사로서 권력의 또 다른 이면을 차갑게 드러낸다. 주지훈은 선과 악의 경계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문선모의 내면을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게 소화했다.

 

영화의 미장센과 편집도 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 강렬한 조명과 암흑의 대비, 거칠고 빠른 카메라 워킹, 그리고 극도의 폭력성이 뒤섞인 액션 장면들은 관객에게 시각적, 감정적 충격을 안긴다.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펼쳐지는 추격전과 결말의 대가는 단순한 액션 그 이상으로, 주인공의 파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고통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음악 또한 영화의 음울한 정서를 극대화시키며, 특정 장면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아수라>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비관적이고, 모든 인물들이 악에 찌들어 있어 정서적으로 힘들 수 있으며, 폭력성과 피로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는 감독이 의도한 ‘지옥도’의 일부이며, 영화가 가진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와 부패, 그 안에서 희생되고 무너지는 개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오락보다는 충격과 사유를 유도하는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아수라>는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 그리고 정의와 생존 사이의 무력한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단순한 범죄 누아르가 아닌, 권력의 민낯을 들춰낸 정치적 스릴러이자, 한 인물의 지옥 같은 몰락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불편함과 동시에 묵직한 성찰을 안겨준다. 고통스럽지만 강렬하고, 불쾌하지만 기억에 남는, 그런 독특한 미덕을 지닌 한국 범죄 영화의 문제작이자 걸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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