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찰리 헬러(라미 말렉)는 CIA 본부에서 일하는 조용한 암호 해독 전문가로, 현장보다는 책상 앞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특화된 요원이다. 아내 사라가 런던에서 테러에 휘말려 목숨을 잃자, 그의 평범했던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진다. 더 큰 충격은 CIA가 이 사건을 단순한 테러로 치부하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상부의 무관심과 조직적인 은폐에 분노한 찰리는 독자적으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는 암호 해독 기술을 이용해 내부 보고서와 기밀문서에 접근하고, 아내의 죽음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CIA 내부의 비공식 작전과 연루되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의 배후에는 고위 간부 알렉스 무어 부국장이 주도한 불법적인 드론 작전이 있었고, 테러는 그로 인한 보복성 공격이었다. 아내가 우연히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은 불운한 사고였지만, 그 진실은 CIA가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었다.
찰리는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는 정식 훈련을 받은 요원이 아닌 민간 출신 분석가였기에, 현장 임무 수행 능력은 전무했다. 이에 그는 CIA 내부 훈련 책임자이자 퇴역 특수전 요원인 헨더슨(“헨도”) 대령을 찾아가 직접 훈련을 요청한다. 처음에는 무모한 시도로 보였지만, 찰리의 의지와 지적 능력, 그리고 상황 판단 능력은 곧 그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몇 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을 마친 찰리는 직접 표적들을 추적하며 실행에 돌입한다. 첫 타깃은 정보 제공자였던 CIA 프랑스 지부의 요원 그레첸으로, 그는 파리의 한 클리닉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해 은밀하게 제거한다. 다음은 동유럽에서 활동하던 중개인 엘리시로, 그의 차량에 설치한 폭발 장치로 제거에 성공한다. 이러한 암살은 단순한 물리력보다는 지능적이며 은밀하게 이뤄지며, 찰리의 전략가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테러 기획자 호르스트 실러와의 대면은 단순한 암살로 끝나지 않는다. 발트해를 건너는 선박 위에서 실러와 마주한 찰리는 결국 그를 죽이지 않고, 그가 소지한 증거와 함께 인터폴에 넘긴다. 이는 찰리가 단순한 복수자에서 벗어나, 정의와 시스템의 회복이라는 더 큰 목표를 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찰리는 암호명 “Inquiline”이라는 정체불명의 내부 협력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는다. 그는 CIA 내부의 고위층과 연결된 제3자 정보원으로, 찰리의 작전을 그림자처럼 지원하지만, 최종 임무 중 희생당한다. 이로 인해 찰리는 조직 내부의 더 깊은 부패와 복잡한 이해관계를 직면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찰리는 CIA 고위층의 불법행위를 세상에 알리고, 언론과 정보기관의 수사를 통해 무어 부국장 일파가 해임되며 정계에서 퇴출되는 성과를 이끈다. 그리고 헨도와 재회한 그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지만, 이전보다 한층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영화는 끝난다.
주요 인물 소개
찰리 헬러 (Charlie Heller) – 라미 말렉
CIA 랭글리 지하 분석실에서 일하는 천재 암호 해독 전문가로, IQ 170을 자랑하는 수학·코딩 천재입니다. 겉보기엔 조용한 ‘책상 요원’이지만, 아내 사라의 테러 사망 이후 조직 내부의 은폐 행태에 분노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결심합니다. CIA의 무관심에 대응해 상부를 협박해 현장 임무 수행에 필요한 훈련, 자금, 위장 신분을 확보하고 스스로 요원으로 거듭납니다. 라미 말렉은 이 인물을 “지적이고 감정적 균형을 가진 비전형 스파이”라고 설명했으며 , 복수와 정의, 기술과 인간성 사이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헨더슨 “헨도” (Hendo) – 로렌스 피시번
CIA 훈련 캠프에서 찰리에게 실전 무술, 무기, 전술 훈련을 제공하는 베테랑 요원입니다. 처음엔 찰리를 신뢰하지 않았지만, 그의 의지와 두뇌 능력에 점차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멘토로서 찰리가 스스로 한계를 인식하고 성장하도록 끌어주며, 훈련 책임자 이상의 ‘정의 실현의 동지’로 역할합니다.
사라 헬러 (Sarah Heller) – 레이첼 브로스나한
찰리의 아내이자 이야기를 촉발시키는 사건의 핵심 인물입니다. 런던 출장 중 발생한 테러 공격에서 사망하며, 찰리의 인생이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됩니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시간이 짧지만, 찰리의 복수와 내적 변화의 원동력으로 중요한 감정적 축을 형성합니다.
인퀼린 (Inquiline) – 캐트리오나 발프
찰리의 작전을 그림자처럼 돕는 정체불명의 내부 정보원입니다. 카카오명 ‘Inquiline Davies’로 활동하며, 암호 파일, 타깃 위치 등 기술적·전략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이후 작전 도중 희생되며, 찰리에게 중요한 동기 부여를 전달하고 CIA 내부 무언의 응원자로 남습니다.
호르스트 쉴러 (Horst Schiller) – 마이클 스툴바그
사라를 죽인 테러 배후이자 찰리가 최종적으로 생포하려는 주요 인물입니다. 찰리는 단순 복수 대신 실러를 생포하고 국제 수사기관에 넘기며 ‘정의’를 향한 한 단계 도약을 선택합니다. 지능과 자원을 동원해 냉혹한 전략가로서 찰리의 마지막 시험대가 됩니다.
CIA 부국장 알렉스 무어 (Alex Moore) – 홀트 맥컬러니
찰리의 상급자로, 테러 배후 은폐 및 조직 내부 적폐의 화신입니다. 찰리의 훈련 요청을 비웃다 협박에 굴복하여 기반을 제공하지만, 이내 찰리의 행동을 경계하고 제거하려 듭니다. 찰리와의 대립은 단순 개인 대 조직이 아니라, 정의와 권력의 충돌을 상징합니다.
국장 사만타 오브라이언 (Samantha O’Brien) – 줄리안 니콜슨
CIA 직속 국장으로, 무어보다는 좀 더 공정하고 윤리적 관점을 대변합니다. 찰리의 복수 여정에 영향을 미치며, 내부에서의 균형추 역할을 함으로써 갈등에 미묘한 색채를 더합니다.
“더 베어” 잭슨 오브라이언 (Jackson “The Bear” O’Brien) – 존 번설
전설적인 현장 요원으로, 찰리의 기술적 재능을 인정하는 인물입니다. 등장 횟수는 적지만 강렬하며, 찰리에게 ‘현역 요원의 세계’를 체감하게 해주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합니다.
총평
2025년 개봉한 영화 《아마추어》는 첩보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따르되, 감정적 동기와 지적 역량에 중점을 둔 인물 중심의 드라마로 주목받는다. CIA 암호 해독 전문가 찰리 헬러가 아내를 잃은 뒤 내부 시스템의 무능과 무관심에 절망하고, 스스로 복수를 결심하며 첩보의 세계에 뛰어드는 이야기는 기존 첩보 영화에서 보기 드문 감성적 긴장감을 부여한다. 그는 군인도, 요원도 아닌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영화 제목 '아마추어(The Amateur)'는 주인공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연출은 제임스 호스 감독이 맡아, 차분한 호흡 속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클래식 스릴러의 기법을 구현했다. 특히 감정을 절제한 카메라 워크와 도시 풍경을 활용한 로케이션 연출은 주인공의 고립된 심리를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또한 찰리의 복수는 단순한 사적 분풀이가 아니라, 거대한 조직과 불의에 맞서는 고뇌의 여정을 그리며 관객의 공감대를 확장한다.
라미 말렉은 외유내강형 인물에 맞는 내면 연기를 펼치며, 감정이 폭발하지 않아도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그의 캐스팅은 '무기 없는 복수자'라는 콘셉트에 적확하게 들어맞는다. 무차별 액션보다는 계산된 대응, 코드 분석과 정보 수집을 통해 상황을 풀어나가는 찰리의 접근은 전통 액션물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차별화를 지향하는 요즘 첩보 영화의 경향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감정선을 억제한 나머지 캐릭터의 인간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플롯상 주요 사건이 과하게 우연에 기대는 부분이 있어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후반부의 전개가 다소 단조롭게 흘러가며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마추어》는 복수와 정의, 개인과 조직, 감정과 이성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통합해 내며 성숙한 첩보 스릴러의 형식을 제시한다.
특히 영화가 던지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는 개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가?” 는 장르적 재미를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로 확장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격렬한 액션보다는 내면의 갈등과 계산된 움직임으로 긴장감을 쌓아가는 구성은 취향을 타겠지만, 고전 첩보물의 분위기를 선호하거나 감정 중심의 서사를 중시하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아마추어》는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감정과 이성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