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썬더볼츠》는 어벤져스가 해체된 이후 혼란에 빠진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초인들의 힘을 더는 믿지 않게 된 정부는 '히어로'가 아닌 '통제 가능한 존재'들을 중심으로 비밀 팀을 구성한다. 그 결과, 정부 주도 하에 만들어진 다크 히어로 집단 ‘썬더볼츠’가 결성된다. 이 팀의 목적은 공식적으로는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함이지만, 그 이면에는 통제를 목적으로 한 은밀한 정치적 목적도 숨어 있다.
팀의 핵심 멤버는 전직 블랙 위도우 옐레나 벨로바,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버키 반스, 러시아의 슈퍼 솔저 레드 가디언, 양자 불안정 상태의 고스트, 캡틴 아메리카의 후계자였던 US 에이전트 존 워커, 복제 전투 능력을 지닌 태스크마스터 등이다. 각기 다른 배경과 동기를 가진 이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그들을 지휘하는 인물은 ‘컨트롤러’라 불리는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이다.
첫 번째 임무는 동유럽의 한 불안정 지역에 침투해 수상한 생화학 무기의 생산을 중단시키는 것. 그러나 이 미션은 단순한 침투 작전이 아니라, 국제 정세를 흔들 수 있는 정보 조작과 과거 히어로 조직들의 어두운 비밀을 드러내는 도화선이 된다. 팀은 이 과정에서 내부의 분열과 각자의 내면적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된다. 옐레나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 하고, 버키는 자신이 여전히 살인 병기인지, 아니면 속죄할 수 있는 인간인지 자문한다.
임무가 진행될수록 이들은 각자의 상처를 드러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실체와 썬더볼츠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면서, 이들은 결정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들은 단순한 '정부의 도구'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결국, 각자의 선택이 모여 ‘진짜 팀’으로서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해 나가기 시작한다.
주요 인물 소개
옐레나 벨로바 (플로렌스 퓨) – 전직 블랙 위도우이자 나타샤 로마노프의 여동생. 시니컬한 유머와 냉정한 판단력을 지녔으며,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블랙 위도우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여전히 세상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감정을 숨기고 있다. 썬더볼츠 팀 내에서 중심축이 되는 인물이며, 특히 버키와의 상호 존중은 그녀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
버키 반스 / 윈터 솔져 (세바스찬 스탠) – 과거 하이드라의 세뇌를 받아 수많은 암살을 저지른 인물. 어벤져스의 일원이었지만, 세상이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자 다시 변두리로 밀려났다. 썬더볼츠에 참여하는 이유는 죄책감의 속죄와 자아 회복이다. 그는 팀 내 가장 경험이 풍부하며,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여전히 내면에는 ‘내가 악인인가 영웅인가’에 대한 혼란이 자리 잡고 있다.
레드 가디언 (데이비드 하버) – 러시아의 전 슈퍼 솔저.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팀에 합류한다. 다소 유머러스하고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강한 애정과 책임감이 있다. 옐레나를 진심으로 아끼며,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끌어내는 데 기여한다. 전투에서는 힘과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물리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에이바 / 고스트 (해나 존-카멘) – 양자 상태로 인해 신체가 불안정해졌으며,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팀에 참여한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그녀는 팀을 통해 비로소 ‘공존’을 배운다. 과묵하고 불안정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존 워커 / US 에이전트 (와이엇 러셀) – 정부의 후원을 받은 캡틴 아메리카의 후속 모델이었으나, 폭력성과 통제 불능의 면모로 인해 추락한 인물. 그는 명예 회복을 갈망하며 다시금 정의를 증명하고자 팀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만의 정의관은 종종 팀과 충돌하며, 특히 버키와는 첨예한 갈등을 겪는다.
태스크마스터 / 안토니아 드레이코프 (올가 쿠릴렌코) – 뛰어난 전투 기술 복제 능력을 지닌 인물. 과거 세뇌와 억압 속에 살았고,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타입이다. 감정을 억제해왔지만, 팀을 통해 서서히 인간적인 면모를 회복한다. 옐레나와는 복잡한 과거를 공유하며, 그녀와의 관계는 태스크마스터의 변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 (줄리아 루이 드레이퍼스) – 전략가이자 썬더볼츠의 설계자. 그녀는 팀을 정부의 통제 도구로 활용하려 하지만, 멤버들의 예상치 못한 연대로 인해 그 계획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녀의 인물상은 정부의 이중성과 정체성 조작을 상징한다.
총평
《썬더볼츠》는 기존 마블 히어로 영화와는 결을 달리하는 서사로 주목받는다. 이 영화는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혹은 과거에 상처를 남긴 인물들이 다시금 ‘영웅’이라는 타이틀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정의롭고 완벽한 히어로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약점과 도덕적 회색 지대를 보여주며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감독 제이크 슈라이어는 액션 중심의 히어로물에서 벗어나 각 인물의 서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캐릭터들은 서로 충돌하고 화합하며, 단순한 팀 이상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영웅 서사의 진화라 부를 만한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고뇌, 속죄의 의미, 관계 회복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마주한다. 옐레나, 버키, 고스트처럼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기존 마블 작품보다 더욱 감정적으로 밀도 있는 서사를 제공한다.
또한 영화는 기존 MCU와의 연결 고리를 적절히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색채를 잃지 않는다. 다소 과감한 액션과 정치적 메시지, 그리고 심리적인 갈등 구조가 섬세하게 배합되어 있다. 정부 주도의 히어로 팀이라는 설정은 통제와 자유, 시스템과 인간성 사이의 갈등을 조명하며, 단순한 영웅담 이상의 철학적 메시지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이들이 끝내 선택한 정의란 정부의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의 믿음’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생, 갈등, 그리고 화해는 《썬더볼츠》를 단순한 팀업 영화가 아닌 진정한 ‘재정의된 히어로물’로 만든다. 기존 MCU의 화려함은 줄었지만, 감정선과 서사 깊이는 한층 성숙해졌다. 《썬더볼츠》는 MCU의 또 다른 도전이자 성숙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