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평온한 가발돈(Gavaldon)이라는 마을에 사는 두 소녀, 소피(소피아 앤 카루소)와 아가사(소피아 와일리)는 외양뿐 아니라 가치관도 극명히 대비된다. 소피는 금발에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동화 속 공주가 되기를 꿈꾸는 낭만주의자이며, 아가사는 어두운 옷차림과 냉소적 태도를 지닌 ‘마녀’라 불리는 아이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깊은 우정만큼은 확고하다.
어느 날 밤, 붉은 달이 뜨는 순간, 두 사람은 거대한 뼈의 새인 ‘스토리안(Storian)’에게 마법처럼 끌려가, ‘선의 학교(School for Good)’와 ‘악의 학교(School for Evil)’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소피는 자신이 기대한 선의 학교가 아닌 악의 학교로, 아가사는 선의 학교로 배정되어 당혹감을 느낀다. 이 배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진정한 선과 악’을 판별하는 기준은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본질이며, 두 소녀의 기대와 정체성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선의 학교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도비 교수(케리 워싱턴)가 학생들을 다정하게 이끌고, 악의 학교는 차갑고 날카로운 레이디 레소(샤를리즈 테론) 중심으로 운영된다.
학교의 절대 규칙은 “진정한 사랑의 키스(True Love’s Kiss)”만이 학생을 잘못된 학교에서 원래 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둘 다 자신이 속한 학교가 잘못 배정되었다고 믿는다. 소피는 당연히 ‘공주’가 되어야 할 존재로 믿으며 선의 학교로 옮기기 위해 발버둥 치고, 아가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은 학교에서 주어진 역할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악의 학교에서 배우는 마법 실습과 과제들을 통해 소피는 자신의 야망과 어둠에 매료되고, 왕자 테드로스(제이미 플랫터스)와 가까워지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반면, 아가사는 선의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본질적 선함을 드러내며 동료의 신뢰를 얻는다.
이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길을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선다. 소피는 점점 악의 유혹을 받아들여, 어둠의 힘과 혈마법(blood magic)에 손을 대고 학교 질서를 뒤흔들기 시작한다. 반면 아가사는 진정한 사랑과 자기희생의 의미를 깨닫고, 친구를 되돌리기 위해 싸운다. 이 과정에서 테드로스는 소피에게 마음이 기울었다가도, 진정한 용기와 진실된 사랑을 보인 아가사에게 마음이 돌아간다.
결국 두 학교 간의 전면전이 벌어지고, 소피는 자신의 욕망을 최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학교의 근본 법칙인 ‘Good must defend, Evil must attack’ 원칙이 무너지자, 전투의 흐름이 뒤집힌다. 소피는 거짓된 사랑 앞에서 무너지지만, 아가사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며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완성시킨다. 이를 통해 소피는 악의 유혹에서 벗어나고, 두 사람은 마법의 균형을 회복한다.
주요 인물 소개
소피 (Sophie) – 소피아 앤 카루소(Sophia Anne Caruso)
소피는 금발의 꽃무늬 원피스를 즐겨 입으며 평범한 시골 마을을 벗어나 공주가 되기를 꿈꾸는 소녀입니다. 본인은 착한 아이라 믿지만, 그 내면에는 강한 야망과 질투심, 그리고 허영심이 자리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학교 배치에서 ‘악의 학교(Never)’로 끌려간 이후, 어둠의 힘과 혈마법에 손을 대며 스스로의 야망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친구 아가사와 진정한 사랑의 힘으로 균형을 되찾는 성장 과정을 겪습니다.
아가사 (Agatha) – 소피아 와일리(Sofia Wylie)
검은 옷과 어두운 분위기로 ‘마녀’라 불리는 아가사는 외모와 달리 따뜻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선의 학교(Ever)에 배치되어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선함과 정의감을 표출합니다. 소피와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결국 진정한 사랑과 용기로 친구를 되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테드로스 (Tedros) – 제이미 플랫터스(Jamie Flatters)
아더 왕의 아들인 16세 왕자 테드로스는 카멜롯 출신으로, 학교에서 인기 많은 인물입니다. 처음엔 소피에게 마음이 갔다가 아가사의 용기와 진심에 이끌려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왕자로서의 책임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라파엘/리언 (Rafal/Rhian) – 킷 영(Kit Young)
쌍둥이 형제로, 한 명은 선을, 한 명은 악을 대표하는 학교의 설립자입니다. 형 리언은 선의 학교를, 동생 라파엘은 악의 학교를 다스립니다. 라파엘은 연막을 치며 어둠의 계획을 꾸미고, 최종적으로 악의 학교를 통합하려 하지만 아가사의 희생으로 무산됩니다.
레이디 레소 (Lady Lesso) –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
악의 학교를 이끄는 카리스마 있는 학장으로, 사악함을 가르치되 냉철하고 강인한 면모를 지닙니다. 소피의 재능을 처음엔 얕보고 견제하지만, 그녀가 가진 어둠의 잠재력을 보며 관심을 두게 됩니다.
도비 교수 (Professor Dovey) – 케리 워싱턴(Kerry Washington)
선의 학교의 학장으로, 햇살 같은 인상과 교과를 자랑합니다. 모두를 영웅으로 보는 이상주의자이며 아가사의 내면 선함을 꺼내는 역할을 맡습니다. 따뜻한 지혜와 우정을 전달하는 조력자 캐릭터입니다.
엠마 아네모네 교수 (Professor Emma Anemone) – 미셸 요(Michelle Yeoh)
‘아름다움 수업’을 담당하는 선의 학교 교수로, 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내면의 빛을 키우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주요 장면에서 소피와 아가사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제공합니다.
스쿨 마스터 (School Master) – 로렌스 피시번(Laurence Fishburne)
두 학교의 설립자 형제 중 한 명이자, 전체 학교 시스템의 권위자로 등장합니다. 그의 본심과 이중적인 면모는 후반부 주요 반전의 축을 이루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합니다.
총평
영화 《선과 악의 학교》는 동명의 판타지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제작 영화로, ‘진정한 선과 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전개된다. 겉으로는 전형적인 동화 판타지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기 정체성, 우정, 선택의 의미, 사회가 규정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를 해체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조용한 시골 마을 가발돈에서 시작된다. 서로 성격도, 외모도, 가치관도 전혀 다른 두 소녀, 소피와 아가사는 특별한 마법 학교로 소환된다. 누구나 예상했듯 금발의 소피는 선의 학교로, 음울하고 어두운 인상의 아가사는 악의 학교로 가게 될 것이라 여겼지만, 운명은 반대로 흘러간다. 이러한 엇갈림은 단순한 반전이 아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핵심을 드러내는 장치다.
외형이 아닌 내면의 선택과 행동이 곧 진정한 선과 악을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인물의 운명 자체에 투영시킨 것이다. 영화의 미장센은 찬란하고 화려하다. 선의 학교는 금빛의 성채와 찬란한 정원으로 묘사되고, 악의 학교는 음침하고 어두운 숲 속에 자리한다. 두 세계의 대비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며, 전통적인 동화의 미학을 차용하면서도 현대적인 색감을 입혔다.
폴 페이그 감독은 이러한 비주얼을 통해 판타지 장르 특유의 몰입감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의상, 세트, 분장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연출된 미장센은 단연 이 영화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화려한 외양에 비해 서사의 깊이는 아쉽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원작 소설의 감정선과 세세한 설정이 영화에서는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지며, 소피와 아가사의 내적 변화 역시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소피가 ‘공주가 되고 싶다’는 순수한 바람에서 점점 어둠에 매혹되어 가는 과정, 아가사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친구를 위해 헌신하게 되는 흐름은 중요한 성장 서사지만, 영화는 이를 지나치게 빠르게, 또는 피상적으로 처리하며 감정적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해리포터 시리즈나 디즈니의 디센던츠 같은 기존 청소년 판타지 영화들과의 유사성도 지적된다.
마법 학교라는 설정, 선과 악의 구도, 왕자 캐릭터와의 삼각관계 등은 이미 익숙한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화가 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점에서 《선과 악의 학교》는 흥미로운 설정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의 신선함이나 밀도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선’과 ‘악’이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과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피와 아가사는 서로에게 있어 거울 같은 존재로, 각자가 가진 선함과 어둠은 상대를 통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영화는 결국,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결말부에서 두 학교는 하나로 통합되고, 소피와 아가사는 서로를 통해 성장한 자신을 받아들이며 가발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또 다른 위협이 예고되며, 이 세계가 단순한 동화로 끝나지 않음을 암시한다. 이는 원작 시리즈의 후속 이야기를 이어갈 여지를 남기며, 영화가 가진 세계관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다.
종합적으로 볼 때, 《선과 악의 학교》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이야기의 밀도나 감정의 설득력에서는 부족함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관객층에게 자기 존재와 정체성을 고민할 수 있는 판타지적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단순한 선악 이분법을 넘어서려는 시도, 그리고 여성 중심 서사를 바탕으로 한 우정과 자아의 서사는 분명히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