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살인자 리포트 (MURDER REPORT 2025)] 줄거리, 인물 소개, 총평

by Roonion 2025. 10. 21.
반응형

 

살인자 리포트 관련 사진

 

줄거리 요약

베테랑 사회부 기자인 백선주(조여정)에게 어느 날 낯선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의 발신자는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자처하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정성일)이다. 그는 “기자님께서 인터뷰에 응해주시면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드리겠다”는 기괴한 제안을 한다.

 

선주는 처음엔 제안을 거절하려 하지만, 특종을 향한 욕망과 위기감, 그리고 ‘살인을 멈출 수 있는 기회’라는 문구에 끌려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곧 그녀는 고급 호텔 스위트룸으로 초대되어 화려하지만 왠지 불길한 공간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스위트룸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선주와 영훈은 1:1 대화를 통해 밀도 있는 심리게임을 펼친다. 영훈은 차분하고 교묘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는 자신이 ‘살인을 통해 환자의 원한을 갚아주었다’ 거나 ‘치유를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며, 선주의 기자로서의 직업적 본능과 인간으로서의 양심 사이를 교묘하게 뒤흔든다. 

 

처음엔 침착하게 질문을 던지며 인터뷰를 이어가던 선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의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영훈이 제시하는 ‘살인 리포트’는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선주 자신을 실험대에 올리는 일종의 심리적 압박 장치가 되어간다. 선주는 뒤통수에 서늘한 공포를 느끼지만, 그간의 기자 인생과 커리어를 걸고 이 인터뷰를 이어간다.

 

하지만 인터뷰 중반부터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다. 영훈이 제시한 조건과 세부사항들이 점점 더 강압적이고 위협적으로 변한다. 선주는 자신이 더 이상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기자가 아니라, 인터뷰의 ‘피응답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자각한다. 인터뷰를 멈추면 또 다른 누군가가 죽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선주를 극한으로 몰아넣는다. 

 

그 과정에서 선주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난다. 커리어 압박, 가정적 책임감, 언론사 내부의 갈등 등이 겹쳐져 그녀를 더 나락으로 끌어들인다. 이영훈이 제시한 질문들은 단지 살인범의 고백이 아니라, 선주가 그동안 회피해 왔던 자기 내면의 어두운 면까지 조명하게 만든다. 결국 두 사람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기자와 살인범이라는 본래의 역할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선주는 인터뷰를 중단하려고 하지만 영훈은 이미 그를 둘러싼 게임의 룰을 바꿔놓은 상태다.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며, 선주의 윤리적 선택과 직업적 욕망 사이에 끝없는 딜레마를 던진다. 결국 선주는 자신이 이 상황에서 ‘질문자’가 아니라 ‘응답자’로 전환되었음을 받아들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는 그 스위트룸을 담담하게 비추며 마무리된다. 조명과 색감은 붉은색, 파란색 등으로 변화하며 시퀀스마다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것에서, 마지막엔 거의 흑백에 가까운 대비로 돌아간다. 이는 게임이 끝났음을, 그러나 그 여운이 사라지지 않음을 암시한다.

 

주요 인물 소개

백선주 (조여정)

백선주는 이 영화에서 베테랑 사회부 기자로 등장하며, 미디어와 보도,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집착이나 욕망을 동시에 지닌 인물입니다. 그녀는 ‘특종’을 잡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하고, 이를 위해 위험한 제안에도 뛰어드는 적극성을 보입니다. 또한 가정적인 측면도 존재합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딸이 있고 연인이 있으며, 직장 내외의 압박과 개인적 책임감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백선주는 영화 전개 상 두 가지 주요 인물과 갈등 및 관계 속에 놓입니다. 첫째는 연쇄살인범이라 주장하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이 대표적입니다. 그와의 인터뷰가 그녀를 단순한 질문자에서 응답자 쪽으로 전환시키며, 역할이 뒤바뀌게 만듭니다. 둘째는 그녀의 연인이자 형사인 한상우입니다. 백선주는 직업적 목표와 사적 삶 사이에서 갈등하며, 상우와의 관계 역시 그 갈등 축에서 작동합니다.

 

이영훈 (정성일)

이영훈은 스스로 "열한 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연쇄살인범이자, 동시에 정신과 의사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자신이 겪은 과거의 사고, 혹은 가족의 상처를 바탕으로 ‘치유’와 ‘응징’이라는 혼합된 논리를 펼치며, 자신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위치에서 범죄를 정당화하려 합니다. 이영훈은 백선주와 직접적으로 심리적 대결을 벌이는 상대이면서, 또한 백선주의 가치관과 윤리적 한계를 시험하는 존재입니다. 그는 인터뷰라는 틀을 가지고 백선주를 자신의 무대로 끌어들이며, 그녀를 단순히 질문하는 기자가 아니라 응답하고 행동해야 하는 위치로 몰아넣습니다.

 

한상우 (김태한)

한상우는 본 영화에서 강력계 형사로 등장하며, 백선주의 연인이자 동반자처럼 보이는 인물입니다. 그는 백선주가 위험한 인터뷰 제안을 수락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걱정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단순한 보호자 역할 이상으로 복잡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한상우와 백선주의 관계는 애정 관계이자 직업적 관계의 혼종입니다. 그는 백선주가 위험한 제안에 뛰어드는 것을 보며 걱정하고 제한하려 들지만, 백선주의 선택을 단순히 막을 수만은 없는 위치에 놓입니다.

 

총평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국내 상업영화 시장에서 보기 드문 ‘밀실 심리 스릴러’ 장르로 주목받았으며, 그 형식적 도전과 배우들의 연기가 만들어낸 긴장감이 관객·평단 양쪽에서 화제를 모았다. 다만 그 도전이 완벽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뒤따르며, 여러 장단점이 복합적으로 얽힌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제한된 공간 안에서의 치밀한 심리전이다. 많은 리뷰들이 지적하듯, 이 작품은 넓은 필드와 복잡한 액션 대신 단 한 장소에서 주인공 조여정(백선주 기자)과 정성일(자칭 연쇄살인범이자 정신과 의사 이영훈) 사이의 대화로 극을 풀어간다.

 

이처럼 극장 내부를 배경으로 한 ‘밀실형’ 구성이 관객에게 긴장을 고조시키는 구조적 장치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한 비평가는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밀실 스릴러’ 장르라는 점만으로도 높이 살 만하다”고까지 평했다.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조여정은 기자라는 직업적 정체성과 개인적 위기를 동시에 안고 있는 인물로서, 강인함과 붕괴되는 불안감을 오가며 관객이 쉽게 공감하도록 만들어냈다.

 

정성일은 그간의 연기 이력에서 다져온 내공을 바탕으로, 단순 살인범 이상의 ‘설계자’이자 ‘게임 마스터’로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관객 리뷰에서도 “끝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배우들의 물오른 연기, 밀도 있는 스릴러” 등의 언급이 많았다.

 

또한 이 작품은 언론의 윤리, 피해자·가해자 구도, 기자와 범죄자 사이의 힘의 역학 등 사회적으로도 시사성이 있는 주제를 던졌다. 영화가 단순히 충격적인 장면을 나열하는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기자가 인터뷰 대상이 되는 순간”, “취재 대상이 질문자가 되는 순간”이라는 아이러니를 통해 관객이 스스로 위치를 바꿔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평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지점도 적지 않다. 가장 빈번히 언급되는 비판은 바로 연출 및 서사의 밀도 유지 문제였다. 중반 이후부터는 초반이 보여준 몰입감이 다소 수축되거나 리듬이 느슨해지는 감을 준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한 감상문에서는 “좋은 큰 그림을 그려놓았지만, 디테일에서 점수를 따지 못한다”, “초중반의 컷 전환은 스릴러 장르와는 맞지 않는다” 등의 언급이 나왔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결말부의 메시지 처리 방식에 대한 아쉬움이다. 영화는 기자와 살인범 역할의 뒤바뀜, 미묘한 권력관계의 전도 등을 보여주지만, 그 복잡한 윤리적 질문을 완전히 해소하지 않고 모호함으로 남기는 선택을 택했다. 일부 관객에게는 이 열린 결말이 매력으로 작용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좀 더 깊이 파고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종합하자면, 《살인자 리포트》는 한국 장르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한된 공간과 인원으로도 긴장감 있는 심리극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배우 중심의 연기 드라마와 구조적 선택이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뤘다. 관객 반응 또한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실관람객 평점 97%라는 높은 수치를 보이며 흥행적 의미도 갖췄다. 

 

다만 이 작품이 완벽한 수작이라 부르기에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 장르적 재미와 주제적 깊이, 연출적 완성도 사이에 균형이 완전히 맞지는 않았고, 관객에 따라 몰입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영화로서 감히 도전한 밀실 구조와 심리전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