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데이비드(David)는 어느 날 자신의 차가 주차 단속용 클램프에 걸려 꼼짝 못 하게 된 상태에서, 다소 이상한 렌터카 회사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는 1994년형 새턴 SL 차량이었고, 차량에는 특별한 GPS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이 차량을 몰고 가고, 결혼식장에서 사라(Sarah)를 만나게 됩니다. 사라는 결혼이나 연애에 회의적인 인물로, 관계보다는 자유를 택한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반면 데이비드는 어린 시절 아일랜드에서 이민을 온 뒤 “언젠가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평범하고 감성적인 인물입니다.
결혼식장에서 두 사람은 잠깐의 교류를 하지만, 데이비드는 사라와 함께 춤추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사라는 결국 다른 이와 밤을 보내며 둘 사이에 약간의 어색함이 남습니다.
돌아가는 길, 데이비드의 GPS는 그에게 “큰-대담한-아름다운 여행(A Big Bold Beautiful Journey)을 떠나겠느냐”는 질문처럼 들리는 안내를 하며 뜻밖의 방향으로 그를 이끕니다.
정체 모를 렌터카 회사와 동일한 회사에서 사라도 차량을 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사라의 차량이 시동이 걸리지 않자 데이비드가 그녀를 태우며 둘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렇게 둘은 GPS가 인도하는 대로 낯선 문 앞에 서게 되는데, 이 문은 현실적인 건물로 통하는 문이자 동시에 그들의 과거를 향하는 관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문을 지나 숲 속에서 나타난 것은 과거 데이비드가 방문했던 캐나다의 한 등대였습니다. 그곳은 그가 기억 속 어딘가에 간직해 온 장소였습니다. 이어서 사라가 알아본 문은 그녀가 어머니와 함께 자주 방문했던 미술관의 뒤편 출입구였고, 그 안에서 그녀는 어머니가 살아있을 때의 추억과 마주하게 됩니다.
미술관을 나와 다시 차로 향하는 동안, 사라는 아버지와 소원했던 관계, 어린 시절의 갈등을 떠올립니다. 자신은 결국 사람을 다치게 하는 존재라며 관계를 회피해 왔음을 고백합니다.
다음 여정지로 들어선 온실 같은 공간 안에는 데이비드의 고등학교 교실과 무대가 있었고, 그는 자신의 15세 시절 고등학교 연극 무대에 실제로 다시 서게 됩니다.
제목은 ‘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Really Trying’였고, 그는 무대 위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고백하고 거절당한 기억을 다시 체험하며 감정의 눌림을 해소하게 됩니다. 사라는 그 무대에 합류해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과거와 화해해 갑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사라는 데이비드에게 “나를 추격하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멈추지 않습니다. 차량은 갑작스레 멈추고, 그들을 데려간 곳은 병원의 문이 있는 블랙박스 연극 무대처럼 꾸며진 공간이었습니다.
사라는 대학 시절 교수와 있었던 기억과, 어머니가 홀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죄책감에 몸부림칩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아버지가 겪었던 아들의 조산 위기와 가족의 불안을 위로하며 자신 안의 상처를 마주합니다.
이윽고 둘은 산 위 전망대로 향합니다. 지구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둘은 마치 함께 결혼식장에 왔던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키스를 나눕니다. 그러나 사라는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마음을 믿지 못합니다. 데이비드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라는 “우린 지금 판타지를 체험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거리감을 둡니다.
이후 둘은 길가 빌보드에 있는 문을 통해 카페로 이동하고, 과거의 연인들과 마주합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을 떠난 전 약혼자와, 사라는 자신이 뒤도 보지 않고 떠났던 옛 남자친구와 마주하며 각자의 연애 실패를 직시합니다.
그 장면 직후 그들은 길 위에서 사슴을 치는 사고를 겪지만 무사히 빠져나옵니다. 차량은 크게 파손되고, 사라는 “더 이상 헤매지 말고 이 여행을 끝내자”고 제안하지만 데이비드는 그녀에게 다시금 자신의 사랑을 고백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렌터카 회사를 방문해 차량을 반납하는데, 데이비드는 카운터 직원과 정비사에게 “우리는 고객들을 소울메이트와 이어주는 중이다”라고 장난처럼 말하며 미소 짓습니다. 사라는 마음을 바꿔 데이비드의 집 주소로 찾아가 뒤늦은 사랑의 고백을 합니다. 두 사람은 포옹하며 집 문을 함께 통과하고, 마침내 서로의 관계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주요 인물 소개
데이비드 (David) – 콜린 파렐 (Colin Farrell)
데이비드는 아일랜드 이민자로 자라난 청년으로,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입니다. 차가 주차 단속 클램프에 걸리면서 우연히 이상한 렌터카 회사에 들어가고, 1994년형 새턴 SL 차량과 특이한 GPS를 부여받으면서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는 결혼식장에서 사라와 만나지만,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 망설이고, 그날 밤 그녀가 다른 사람과 있는 모습을 보며 후회를 남깁니다. 이후 차량의 GPS가 안내하는 대로 여정을 떠난 두 사람은 데이비드가 과거에 방문했던 등대, 고등학교 연극 무대, 가족사 등이 담긴 여러 장소를 방문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사라 (Sarah) – 마고 로비 (Margot Robbie)
사라는 결혼이나 연애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지닌 여성으로, 데이비드와 정반대 위치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는 결혼식장에서 데이비드를 만나지만,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자신의 자유를 지키고자 합니다. 여정이 본격화되면서 사라는 어머니와 함께 미술관을 방문했던 기억, 대학 시절 교수와 있었던 일, 아버지와의 거리감 등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게 됩니다.
메카닉 (The Mechanic) – 케빈 클라인 (Kevin Kline)
메카닉은 렌터카 회사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이야기의 설정적 출발점 역할을 맡습니다. 영화 속 판타지적 장치인 “차량 + GPS +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로, 일상적인 배경을 비틀어 낯설고 상징적인 여정으로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여성 계산원 (Female Cashier) – 피비 월러-브리지 (Phoebe Waller-Bridge)
렌터카 회사를 배경으로 나타나는 조연이지만, 이야기 전체 분위기와 톤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정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등장하는 이 인물은 판타지 같은 여정이 현실적인 배경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힌트를 주며, 관객에게 “이건 보통의 여행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데이비드의 아버지 (David’s Father) – 해미시 링크레이터 (Hamish Linklater)
데이비드 과거의 집안사, 가족사와 깊이 연결된 인물입니다. 영화 중 데이비드는 자신이 어릴 적 겪은 가족사의 상처, 아버지가 겪었던 조산 위기 등과 마주하며 성장의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그의 아버지 역할은 데이비드가 과거를 직면하고 현재의 자신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내적 거울 역할을 합니다.
사라의 어머니 (Sarah’s Mother) – 릴리 라베 (Lily Rabe)
사라가 지닌 내면의 상처, 관계의 회피, 상실감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미술관 방문 기억, 병원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장면 등은 사라의 어머니가 가진 빈자리와 그녀가 그 빈자리를 어떻게 마주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캐릭터를 통해 사라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린 데이비드 (Young David) – 유비 헥트 (Yuvi Hecht)
과거 회상 장면에서 등장하며, 데이비드가 어린 시절부터 가진 꿈과 상처, 희망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플래시백 장치들은 데이비드가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총평
영화 《빅 볼드 뷰티풀》은 제목이 암시하듯 크고, 대담하며, 아름다운 감정의 여정을 그리려는 의지가 분명한 작품이다. 콜린 파렐과 마고 로비라는 두 스타 배우가 조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지만,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기억과 상실, 사랑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시간이 남긴 흔적을 탐구하는 감성적인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 큰 기대를 받았다.
영화는 한 남자와 한 여성이 우연한 사건을 통해 함께 여정에 오르고, 그 여정 속에서 하나씩 열리는 문을 지나며 각자의 과거를 대면한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이는 플래시백이나 내적 독백 대신 현실 공간의 문을 열면 곧바로 과거의 장소로 이동한다는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설정이 영화의 개성과 미학을 이끄는 핵심 축이다.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무엇보다 시각적 표현이다. 감독 코고나다 특유의 절제된 감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이번 작품에서는 과감한 색채 활용과 구조적 화면 연출이 눈에 띈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큐브처럼 연속적으로 쌓아두고, 문을 열 때마다 장면의 분위기와 조명의 톤이 급격히 달라지는 방식은 시각만으로도 이야기의 감정적 변화를 체감하게 만든다.
또한 음악을 맡은 히사이시 조의 점층적인 선율 역시 영화 전체를 감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두 주인공이 감정적으로 고양되는 순간마다 서서히 밀려오는 음색은 관객을 인물의 마음속으로 끌어들이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콜린 파렐은 책임감과 후회 사이에서 흔들리는 데이비드라는 인물을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해 내며, 가장 조용한 장면에서 가장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마고 로비는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심스럽고 다소 파괴적인 사라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관계에 자신을 내어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가까워지려는 마음이 충돌하며 피어나는 미묘한 감정선이 로비의 표정과 말투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폭발적이기보다 잔잔하고 느리게 스며들며, 관객에게 한 걸음씩 다가오는 감정 경험을 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름다움만으로 완벽해지지 못한다. 그중 가장 자주 지적되는 단점은 이야기의 설득력과 리듬감이다. 판타지적 장치와 현실적 감정선의 결합은 매력적 잠재력을 지니지만, 영화는 이 조화를 끝까지 성공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
주인공들이 문을 통해 과거를 마주하는 여정은 초반에는 신비롭고 몰입을 이끌지만, 진행될수록 장면들이 감정적으로 축적되기보다 나열되는 인상이 강해진다.
느린 전개와 정적인 연출은 영화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동시에, 서사적으로 긴장감과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관객 중 일부는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기보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종합적으로 《빅 볼드 뷰티풀》은 흥행성과 대중성을 타깃으로 한 영화가 아니다. 서사적 완성도나 메시지의 명확함보다 감정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확실한 취향을 가진 작품이다.
스펙터클이나 속도감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으나, 느긋하고 감성적인 영화적 여정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깊은 울림과 여운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건네는 메시지는 조용하지만 선명하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살아가기로 선택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그 용기를 얻어가는 길 자체가 삶이라는 사실을, 시각적 아름다움과 감정의 서정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