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2025년, CIA를 떠난 지 8년이 흐른 클레어 헤이든(카메론 디애즈)은 과거를 완전히 지운 채 런던 교외에서 조용한 삶을 살아간다. 그녀의 연인은 전직 특수요원 매튜 로건(제이미 폭스).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를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총이나 비밀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날, 클레어의 옛 동료이자 지금은 국제 테러 조직 '팔콘 셀'의 핵심 간부로 변절한 미셸 크라우더(라샤나 린치)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클레어의 신분이 드러나고, 매튜의 정체도 노출된다. 이들은 한때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던 요원에서, 이제는 자신들의 가족과 삶을 지키기 위한 생존자가 된다.
테러 조직은 클레어의 과거 작전 파일, 일명 '백 리스트'를 노린다. 이 파일은 전 세계 요원의 신원, 작전 위치,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비밀 무기를 포함한 기밀이 담긴 리스트다. 이 파일을 먼저 손에 넣는 쪽이 세계 안보의 균형을 좌우할 수 있다.
클레어와 매튜는 다시 총을 들 수밖에 없다. 전직 요원들의 망명처를 찾아가고, 유럽 전역을 누비며 과거 동료들과 적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여정 속에서, 두 사람은 한때 떠났던 세계로 완전히 "백 인 액션"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음모가 아닌, 국가조차 통제할 수 없는 무정부적 권력의 실체였다.
주요 인물 소개
- 클레어 헤이든 (카메론 디애즈)
전직 CIA 요원. 8년 전 ‘오로라 작전’의 실패로 인해 요원을 은퇴하고 일반인으로 살아가던 중, 과거의 망령이 다시 그녀를 찾아오며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냉정하고 치밀한 판단력, 그리고 감성적인 인간미를 동시에 갖춘 인물. - 매튜 로건 (제이미 폭스)
전직 특수부대 요원. 현재는 민간 경호업체에서 일하며 클레어와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지만, 클레어와 함께 다시 위험한 세계로 끌려들어 간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 미셸 크라우더 (라샤나 린치)
클레어의 옛 동료. 전직 요원에서 팔콘 셀의 리더로 변절한 인물. 신념의 대립보다는 세상의 구조적 모순을 이용하려는 냉혹한 전략가. 클레어와의 대결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과거와 미래의 충돌처럼 그려진다. - 사이먼 브랙 (존 말코비치)
‘백 리스트’의 창시자이자 은퇴한 정보국의 전설. 과거의 기술을 숨기고 살아가지만, 클레어의 등장으로 다시 사건의 핵심에 선다. 그의 존재는 정보와 진실의 상징처럼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축을 이룬다.
총평
백 인 액션은 단순한 스파이 액션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지우고 새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인간적인 질문을 첨예하게 던지는 작품이다. 특히 카메론 디애즈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고, 그녀는 그 기대를 능숙하게 충족시킨다. 디애즈는 전성기 시절 특유의 에너지와 이번 역할에 걸맞은 성숙함을 동시에 발산하며 클레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액션 시퀀스는 할리우드답게 탄탄하고 세련됐다. 베를린의 지하철, 로마의 성당, 파리의 지붕 위를 넘나드는 추격전은 모두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실제 로케이션을 활용한 촬영 덕분에 영화는 무게감을 잃지 않는다. 제이미 폭스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뿐 아니라 감정선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주며, 디애즈와의 케미도 탁월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액션'과 '정서'를 동시에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인물은 단순한 총잡이나 정보요원이 아닌, 실존적인 죄책감과 갈망을 가진 인간으로 묘사된다. 특히 미셸 캐릭터는 기존 악역과는 달리, 동기를 이해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감독인 로버트 브랜든은 과거 TV 드라마 연출 경험을 살려 인물 간의 긴장감 있는 대사와 밀도 높은 구성을 능숙하게 펼쳐낸다. 스파이물의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그 안에 새로운 인간 드라마를 불어넣는 솜씨는 놀랍다.
영화의 결말은 명확한 승리도, 패배도 아니다. 오히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한 씁쓸한 통찰을 남긴다. 클레어와 매튜는 또다시 사라진다. 하지만 이번엔 도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 장면은 마치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듯한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