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는 먼 미래, 이른바 ‘60분 전쟁’으로 불리는 핵전쟁과 첨단 무기 충돌로 문명이 붕괴한 뒤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인류는 대륙이 갈라지고 자원이 고갈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냈다.
그 결과 거대한 바퀴와 엔진을 단 도시들이 움직이며 다른 도시를 사냥하는 ‘견인 도시(트랙션 시티)’ 체제가 등장한다. 작은 마을이나 도시들은 더 크고 강력한 도시에게 흡수당하고, 그 자원을 빼앗기며 살아가야 하는 냉혹한 약육강식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도시가 바로 런던이다. 영화 초반, 런던은 작은 채굴 도시를 추격하여 통째로 삼켜 버린다. 그 속에는 주인공 중 한 명인 헤스터 쇼(헤라 힐마)가 숨어 있었다. 그녀는 런던의 권력자이자 역사학자이자 무기 책임자인 테디우스 발렌타인(휴고 위빙)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런던에 잠입한 것이다.
헤스터는 발렌타인이 과거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믿고 있으며, 복수심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헤스터는 군중 속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발렌타인을 칼로 습격한다. 하지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하고, 곧 톰 내츠워디(로버트 시한)라는 젊은 역사학도에게 발각된다.
톰은 헤스터가 도망치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렌타인은 두 사람 모두를 런던 밖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이렇게 헤스터와 톰은 예기치 않게 함께 버려지고, 광활한 폐허의 대륙을 헤쳐 나가야 하는 운명을 공유하게 된다.
두 사람은 위험천만한 황야에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맞닥뜨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존재가 슈라이크(스티븐 랭)다. 그는 인간이었으나 기계와 결합된 ‘리스서렉션맨(부활자)’으로, 런던의 명령에 따라 헤스터를 추격한다. 헤스터는 과거 슈라이크와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으며, 슈라이크는 헤스터를 자신의 딸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기계 인간으로 만들겠다는 집착을 보이는데, 이는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소녀 시절 헤스터가 언젠가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버리고 싶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 설정은 영화에서 헤스터의 과거와 감정을 깊게 드러내며, 슈라이크라는 비극적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한편, 런던 내부에서는 발렌타인의 야망이 드러난다. 그는 고대의 파괴무기인 ‘메두사(MEDUSA)’를 복원하여 런던에 장착한다. 메두사는 과거 문명을 멸망시킨 슈퍼무기로, 대륙을 지키고자 하는 반 견인 도시 연합과의 전면전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었다. 발렌타인은 명목상 런던 시민의 안전과 번영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권력과 지배욕에 사로잡혀 있었다.
톰과 헤스터는 도망치던 중 안나 팽(지혜)이라는 공중 해적단의 리더와 조우한다. 안나는 자유를 수호하며 발렌타인의 야망에 맞서는 인물로, 두 주인공을 구출하고 훈련시키며 점차 그들의 동료가 된다. 안나는 런던의 위협에 맞서 싸우는 반격의 상징으로, 헤스터와 톰에게 새로운 목적의식을 심어준다.
슈라이크와의 치열한 대결 끝에, 헤스터는 마침내 자신의 과거를 톰에게 털어놓는다. 어머니는 런던의 고대 유물 연구자였으며, 메두사의 핵심 기술을 발견했지만 발렌타인에게 살해당했다. 어린 헤스터는 그 현장을 목격했고, 얼굴에 깊은 흉터를 입은 채 살아남아 복수심만으로 버텨왔다. 이 고백은 톰과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며, 두 사람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발렌타인의 폭주를 막기로 다짐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런던이 메두사를 가동해 반견인 도시 연합의 요새인 샨 구오(일종의 ‘비견인 도시 국가’)를 공격하는 장면이다. 발렌타인의 계획대로라면 런던은 아시아 대륙을 지배하며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하지만 톰과 헤스터, 그리고 안나의 협력으로 메두사의 시스템은 차단되고 런던의 공격은 막아낸다. 이 과정에서 안나는 목숨을 잃으며 숭고한 희생을 보여준다.
마지막 순간, 발렌타인은 또다시 헤스터를 궁지에 몰아넣지만, 톰과 헤스터의 협력으로 결국 제압당한다. 런던은 메두사의 폭주로 크게 파괴되고, 시민들은 새로운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엔딩에서 톰과 헤스터는 비행선을 타고 함께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복수와 증오로 시작된 이야기가, 동행과 희망으로 끝을 맺는 것이다.
주요 인물 소개
헤스터 쇼 (Hester Shaw) – 헤라 힐마 (Hera Hilmar)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얼굴에 큰 흉터를 가진 젊은 여성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런던의 권력자 발렌타인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복수를 다짐한다. 헤스터는 거친 성격과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진 캐릭터로, 항상 붉은 스카프로 흉터를 가린다. 영화는 그녀의 복수 여정이자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헤라 힐마는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내면의 고독을 표현하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톰 내츠워디 (Tom Natsworthy) – 로버트 시한 (Robert Sheehan)
런던의 역사학도이자 주인공 헤스터와 함께 사건의 중심으로 휘말리는 청년. 원래는 런던 사회의 하층민에 속하지만, 우연히 헤스터의 암살 시도 현장을 목격하면서 발렌타인에게 배신당해 도시 밖으로 추방당한다. 톰은 헤스터와 모험을 함께하며 성장하고, 자신이 속했던 런던 체제의 모순을 깨닫는다. 배우 로버트 시한은 미스핏츠와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한 바 있으며, 이 작품에서는 이상주의적이면서도 따뜻한 청년상을 보여준다.
터데우스 발렌타인 (Thaddeus Valentine) – 휴고 위빙 (Hugo Weaving)
런던의 권력자이자 고고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표면적으로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도시를 발전시키려는 지도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냉혹하게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인물이다. 헤스터의 어머니를 살해한 장본인이며, 헤스터가 그를 죽이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휴고 위빙은 매트릭스의 에이전트 스미스, 반지의 제왕의 엘론드 등으로 유명하며,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악역의 무게감을 더했다.
캐서린 발렌타인 (Katherine Valentine) – 레이아 조지 (Leila George)
터데우스 발렌타인의 딸로,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점차 그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권력의 어두운 면을 목격하면서 정의로운 선택을 하게 되고, 영화 후반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배우 레이아 조지는 배우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딸로,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안나 팡 (Anna Fang) – 지혜 (Jihae)
공중 도시 연맹(앤티-트랙셔니스트 리그)의 지도자이자 자유 전사. 비행선을 이끌고 다니며 트랙션 시티들의 침략적 체제에 맞선다. 헤스터와 톰에게 든든한 동맹이 되어 주는 인물로, 붉은 코트를 입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 겸 배우인 지하이는 이 캐릭터를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슈라이크 (Shrike) – 스티븐 랭 (Stephen Lang)
기계와 인간이 결합된 ‘리저렉션 맨’으로, 과거 헤스터를 돌보며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캐릭터다. 그러나 시스템에 의해 조종당하며 헤스터를 추격하는 안타까운 비극적 인물이다. 차갑고 무시무시한 외형과 달리, 내면에는 따뜻한 감정을 지니고 있어 관객의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배우 스티븐 랭은 아바타의 군인 악역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번에도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총평
크리스찬 리버스 감독이 연출하고 피터 잭슨이 제작·각본에 참여한 영화 《모털 엔진》은 2018년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긴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영화는 필립 리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도시가 바퀴 위에 올라타 작은 도시를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시각적·상상력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낳으면서, 할리우드 대작 판타지의 어려움을 다시금 드러낸 사례가 되기도 했다.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비주얼과 세계관의 스케일이다. 거대한 도시 런던이 바퀴 위를 굴러 다니며 작은 마을들을 삼키는 오프닝 장면은 관객에게 압도적인 충격을 선사한다. 디젤펑크적 감성, 산업혁명과 증기기관을 연상시키는 기계 문명, 공중선과 이동 도시가 뒤섞인 세계는 기존의 판타지 영화들과 차별화된다.
피터 잭슨의 제작 참여답게 WETA 디지털의 기술력이 총동원되어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CG 비주얼이 완성되었고, 이로 인해 원작의 독창적 상상력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화려한 외피에 비해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인공 헤스터 쇼의 복수극과 성장 서사는 흥미로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인물 간의 내적 갈등이 충분히 입체적으로 드러나지 못했다.
특히 휴고 위빙(Hugo Weaving)이 연기한 악역 발렌타인의 동기 역시 단순화되어, 기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흔히 보아온 클리셰적인 악인에 머문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 결과, 관객이 캐릭터에 감정적으로 깊이 이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비평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작품은 원작 시리즈의 방대한 설정과 뒷배경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내려다 보니, 서사의 흐름이 과도하게 압축되거나 비약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야기가 흡입력 있게 이어지지 못하고 설명조 대사에 의존하는 장면들이 늘어나면서,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의 독창적인 세계관에 충분히 몰입하기 힘들었다.
원작 팬들은 이런 점에서 특히 실망을 크게 표했으며, 시리즈화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1편에서 바로 좌절된 것도 이러한 완성도의 문제와 직결된다.
흥행 성적 역시 제작비에 비해 매우 저조했다. 약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전 세계 수익은 8천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로 인해 《모털 엔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실패 사례로 꼽히기도 하며, 피터 잭슨의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비평 면에서도 신선한 세계관을 칭찬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스타워즈의 아류작 같다”거나 “줄거리가 진부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로튼토마토 평점 역시 호의적이지 못해, 기대했던 판타지 대작의 성공은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의미는 단순한 흥행 실패로만 축소하기 어렵다. 할리우드가 여전히 원작 판타지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시각적 상상력의 극한을 체험할 수 있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10대와 젊은 관객층에게는 강렬한 비주얼과 기계 문명의 미학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동시에 이 영화는 “아무리 뛰어난 세계관이라 해도,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드라마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된다.
종합하면, 《모털 엔진》은 혁신적인 비주얼과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며 판타지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했으나, 스토리와 인물 묘사의 부족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통해 영화가 제공할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다시금 일깨우며, 동시에 “볼거리와 내러티브의 균형”이라는 영화 제작의 본질적 과제를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