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뉴욕 맨해튼의 고급 매치메이킹 회사 ‘어도어(Adore)’ 에서 일하는 루시 메이슨(다코타 존슨)은 전직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현재는 성공적인 중매 전문가입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자발적 독신 여성(bachelorette)”라고 칭하며,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도, 부자와 결혼할 수도 있다”고 말하죠. 이미 아홉 건의 결혼을 성사시켰지만, 정작 진정한 사랑은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영화는 인류 최초의 결혼 제안 장면으로 시작해, 자연 상태의 순수함과 지금의 ‘완벽 매칭 조건’ 문화 사이의 대비를 암시합니다. 이어 현재로 돌아와, 루시는 이상주의적인 의뢰인들의 지나친 조건 요구 키, 수입, 외모, 학력 등을 나열하며 이상형을 찾아 달라고 하는 사례를 인터뷰 형식으로 유머 있게 표현합니다. 이러한 풍자는 현대 데이트 앱과 매치메이킹 산업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입니다.
한편, 어느 고객의 결혼식 리셉션에서 루시는 해리 카스티요(페드로 파스칼)를 만납니다. 그는 신랑의 형제이자 사모펀드 출신의 억만장자이며, 고객들의 이상형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는 ‘유니콘’ 같은 존재입니다. 해리는 루시에게 흥미를 느껴 직접 데이트를 요청하지만, 루시는 그의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중매 의뢰 고객으로 돌리려 합니다.
바로 그때, 루시의 과거 연인 존 핏츠(크리스 에반스)가 결혼식 케이터링 직원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배우의 꿈을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며, 경제적으로 완전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루시는 과거 금전적 이유로 그를 떠났음을 고백하고, 여전히 남은 감정과 상처를 인정하게 됩니다.
해리와의 관계는 겉으로는 순조롭게 전개됩니다. 고급 식당 데이트, 아이슬란드 여행 제안, 호화 아파트 방문 등은 루시에게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해리는 루시를 키, 수입, 경력 등 조건으로만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당신의 무형 자산(intangible assets)이 중요하다”며 그녀의 자존감을 건드립니다. 하지만 루시는 점차 이 관계가 계산적이고 공허하다는 느낌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소피(조이 윈터스)라는 고객이 중대한 위기에 빠집니다. 루시가 중매한 남성 마크와의 관계에서 폭행이 발생하고 경찰도 개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루시는 직접 개입하여 소피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돕습니다. 루시와 존이 함께 위험을 해결하려 애쓰며, 루시는 자신의 직업적 방식에 대한 반성과 책임감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이 위기는 루시의 내적 전환점을 마련합니다. 그녀는 해리와 함께 아이슬란드 여행을 준비하지만, 해리의 가방에서 약혼반지를 발견하고 그가 다리 길이 수술(tibial lengthening)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해리는 자신의 삶에 변화를 원했다고 고백하지만, 루시는 그가 자신의 기준을 채워줄 뿐 진정으로 사랑하는지는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상호 존중으로 관계를 정리합니다.
집도 잃은 루시는 존의 집에 머무르게 되고, 그와 함께 뉴욕 북부로 떠나는 짧은 여행을 떠납니다. 한 결혼식에 몰래 참석한 루시와 존은 춤을 추고 감정의 불꽃이 다시 타오릅니다. 존은 루시에게 여전히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루시 역시 그의 진심을 받아들일 것인지 깊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루시에게 소피의 긴급 전화가 오고, 존은 루시를 태우고 도시로 돌아갑니다. 마크는 이미 떠났고, 루시는 소피를 위로하며 책임감을 회복합니다. 존은 루시에게 다시 사랑의 제안을 하고, 루시는 그의 진정성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시간이 흐른 뒤, 루시는 어도어 뉴욕 지사 대표로 승진 제안을 받지만 내심 사임을 고민하며 자신의 길을 고민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센트럴파크에서 존이 소박한 청혼을 하고, 루시는 그를 향해 키스로 응합니다. 크레딧 장면에는 여러 커플들이 시청에서 결혼 허가증을 받는 모습이 등장하며, 루시와 존을 포함한 사람들은 물질보다 진정한 사랑을 선택했음을 암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주요 인물 소개
루시 메이슨 (Lucy Mason) – 다코타 존슨 (Dakota Johnson)
뉴욕 맨해튼의 고급 매치메이킹 회사 Adore에서 일하는 중매 전문가. 과거 배우를 꿈꿨으나 현실적 이유로 사랑 대신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겉으로는 감정을 배제하고 고객의 스펙을 계산해 매칭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도, 부자와 결혼할 수도 있다”는 냉소적인 자기 인식으로 시작하지만, 해리와 존을 만나며 ‘계산’과 ‘진심’ 사이의 고민에 휩싸입니다. 루시는 영화 전반에서 성장하며, 결국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본질을 찾아갑니다.
해리 카스티요 (Harry Castillo) – 페드로 파스칼 (Pedro Pascal)
성공한 사모펀드 금융가로, 루시의 고객들이 그토록 바라는 모든 조건을 갖춘 ‘이상적인 남성’으로 등장합니다. 그의 세련된 매너와 부, 외모는 루시에게도 강한 매력을 주지만, 동시에 루시의 가치관을 시험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해리는 루시에게 진심을 보이고자 아이슬란드 여행과 약혼을 준비하지만, 루시가 그의 외적 조건이 아닌 진심을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관계가 끝납니다. 그의 존재는 루시의 ‘물질적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고, 성장의 계기를 마련합니다.
존 핏츠 (John Fitz) – 크리스 에반스 (Chris Evans)
루시의 과거 연인이자 현재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케이터링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지만, 여전히 루시에 대한 감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루시와 재회하면서 묻어둔 감정이 다시 떠오르고, 두 사람은 여행과 사건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존은 영화 속에서 ‘안정은 없지만 진심은 있는 사랑’을 상징하며, 루시가 물질적 가치보다 감정적 진정성을 선택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소피 (Sophie) – 조이 윈터스 (Zoë Winters)
루시의 고객 중 한 명으로, 스토리 전반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드는 인물입니다. 루시가 매칭해 준 남성과의 관계에서 폭행 피해를 겪으며 루시의 직업적 윤리와 책임감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소피 사건은 루시가 ‘사랑을 매칭한다’는 업무가 단순 비즈니스가 아님을 깨닫게 하며, 루시가 직업을 넘어 진정한 감정의 의미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바이올렛 (Violet) – 마린 아일랜드 (Marin Ireland)
Adore의 상사이자 루시의 멘토 같은 존재. 루시에게 뉴욕 지사 대표 승진 제안을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개인적 성장과 갈등을 지켜보며 객관적인 조언을 제공합니다. 루시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인물로, 직업적 성공과 개인적 행복 사이에서 고민하는 루시의 내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입니다.
데이지 (Daisy) – 다샤 네크라소바 (Dasha Nekrasova)
루시의 동료이자 직장 내 친구로, 영화 속 유머와 현실감을 제공합니다. 다이시는 루시와 대화 속에서 매치메이킹 업계의 이면과 인간관계의 허상을 드러내는 장치 역할을 합니다. 또한 루시의 연애 고민에 현실적이고 솔직한 시각을 제시하며 극의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샬롯 (Charlotte) – 루이사 제이콥슨 (Louisa Jacobson)
Adore의 또 다른 직원으로, 루시와 함께 고객 인터뷰와 매칭을 진행합니다. 샬롯은 고객들의 과도한 조건 요구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루시의 이상과 현실 사이 갈등을 관찰자 시점에서 보여줍니다. 그녀의 작은 대사들이 영화의 풍자적 메시지를 강화합니다.
총평
영화《머티리얼리스트》는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전작 Past Lives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감성적인 접근과는 달리 훨씬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현대 연애의 풍경을 그린다. 작품은 뉴욕 맨해튼의 고급 매치메이킹 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루시 메이슨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랑과 물질, 감정과 조건이라는 양극단의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들을 깊이 탐구한다.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루시는 고객들의 조건을 면밀히 분석하고 통계화하여 이상적인 파트너를 찾아주는 전문가다. 그녀에게 사랑은 ‘계산 가능한 수학’처럼 보인다. 고객들은 키, 외모, 수입, 학력, 사회적 지위 등 세세한 요구 조건을 나열하며 매칭을 의뢰하고, 루시는 그것을 맞추기 위해 능숙하게 데이터와 감정을 조율한다.
그러나 루시 본인은 정작 자신의 사랑에는 무심한 채 냉소적으로 살아가며,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도, 부자와 결혼할 수도 있다”는 태도로 감정을 배제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루시 앞에 두 명의 상반된 남성이 나타난다. 하나는 사모펀드 금융가로 성공한 해리 카스티요다. 그는 루시의 고객들이 그토록 바라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인물로, 재력과 세련미, 안정감을 제공하는 이상적인 파트너상이다. 다른 한 명은 루시의 과거 연인이자 배우 지망생인 존 핏츠로, 경제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진정성과 인간미가 묻어나는 캐릭터다.
이 두 인물은 루시의 내면 갈등을 구체화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영화는 루시가 물질적 안정과 감정적 진정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서브플롯 또한 주제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루시가 매칭해 준 고객 소피가 연인에게 폭력을 당하는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을 넘어 루시의 직업적 윤리와 책임감을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이 사건을 계기로 루시는 자신이 중매하는 사랑이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타인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녔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루시의 가치관 변화를 촉진하는 핵심 전환점으로 작용하며, 이후 그녀가 사랑을 대하는 방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연출 측면에서 셀린 송 감독은 전작의 서정적 톤을 일부 유지하면서도, 뉴욕이라는 도시의 현실적 풍경을 활용해 인물들의 내면을 극대화한다.
세련된 고급 레스토랑과 아이슬란드 여행 제안 장면은 해리와 루시의 관계에서 물질적 풍요와 공허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소피 사건 이후 루시와 존이 함께 도피하듯 떠나는 북부 여행 장면은 감정적 진정성과 해방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결말부의 시청 결혼 허가 장면은 여러 커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속에서 루시와 존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구도를 통해, 이들이 선택한 사랑이 거창한 환상이나 조건이 아닌 ‘평범함 속의 진정성’ 임을 강조한다.
평단과 관객 반응은 엇갈리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평론가들은 셀린 송 감독의 섬세한 인물 묘사와 현대 연애 풍토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에 주목하며,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특히 사랑과 물질 사이의 갈등을 ‘선택’의 이야기로 풀어낸 점은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결국《머티리얼리스트》“사랑의 가치는 무엇으로 측정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해, 조건과 진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비춘다. 루시의 여정을 통해 감독은 물질적 안정이 사랑의 본질을 보장하지 않으며, 진정한 사랑은 계산될 수 없는 무형의 가치임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