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세상은 AI가 생성한 딥페이크 가짜 뉴스로 점점 파괴되고 있으며, 이 혼란의 시기 ‘브루스터스(Brewsters)’라 불리는 네 명의 기술 억만장자들이 고립된 산장 ‘Mountainhead’에 모입니다. 극 중심에는 Traam이라는 초대형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창업자 베니스 “Ven” 패리시(코리 마이클 스미스)가 있는데, 그의 최신 AI 툴은 전 세계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각자 직면한 이슈는 다릅니다. Ven은 Traam에서 AI 기능을 철회하고 책임을 지는 대신, 사실 검증 회사 Bilter를 인수하려 합니다. 이와 대립하는 건 제프 “Jeff” 압레다지(래미 요세프)로, 그는 AI 기반 팩트체킹 기술로 사회에 균형을 제공하지만, Traam과의 통합은 거부합니다.
랜달 “Randall” 개럿(스티브 카렐)은 치명적 병에 걸렸지만, Ven의 구상을 통해 의식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해 불멸화할 수 있을지에 희망을 건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휴고 “Souper” 반 얄크(제이슨 슈워츠만)는 네 명 중 가장 부유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앱 ‘Slowzo’ 성공을 위해 전쟁에 참여하려 합니다.
영화는 이들이 산장에 모여 본심과 이기심이 드러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가짜 뉴스로 각국이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대화는 철학과 현실, AI의 미래와 권력 논의로 흐릅니다. Ven은 “다른 사람들을 믿는가?”라며 무관용 태도를 드러내고, 제프는 인간성 유지를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친구들에 의해 제거 위기에 몰립니다.
갈등은 살인 음모까지 치닫습니다. Ven, Randall, 그리고 Souper는 제프를 제거하려 계획하고, 두 차례 암살 시도가 이어지지만 실패합니다. 제프는 사우나에 숨고, 친구들이 불로 그를 죽이려 하나 결국 협상 끝에 Traam이 Bilter를 인수하고 제프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위기는 봉합됩니다.
다음 날 아침, 제프는 협상 조건을 지키지 않겠다며 돌연 인수 계약을 거부하지만, Ven과 합법적 방식으로 다시 협의할 것이라 밝혀 결말은 모호하게 남습니다. 남은 셋은 전 세계 권력 게임 계획을 포기한 듯 보이며, Souper는 Bilter와의 통합 덕에 억만장자가 된 뒤 자신의 산장 앞에서 ‘Slowzo’ 명상 앱을 실행하며 마무리됩니다.
주요 인물 소개
랜달 개럿(Randall Garrett) - 스티브 카렐(Steve Carell)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새로운 삶과 영생을 갈구하는 한 남자의 심리를 심도 있게 전달한다. 랜달 개럿은 한때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새로운 기술의 미래를 설계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심각하게 악화되어가고 있는 건강과 죽음이라는 심리적 한계 앞에서 더욱 집요하게 기술과 권력이라는 수단을 활용하기로 결심한다. 이로 인해 그는 더욱 고집스러운 인물로 발전하게 되고, 이는 산장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또 다른 인물들과 심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베니스 "벤" 패리시(Ben Parish) - 코리 마이클 스미스(Cory Michael Smith)
벤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Traam’의 공동창업자이며, 이 기술로 인해 세상의 정보가 심각하게 왜곡되는 데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는 더욱 심각하게 양분되어 가고, 사람들은 정보의 진실과 허구를 더욱 구분하기 어려워지며 심리적으로 불안과 갈등을 느끼고 있다. 벤은 이러한 현실에도 아랑곳없이 오직 자신의 이익과 권력 유지를 위해 더욱 치밀하게 움직이는 인물로서, 이는 산장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더욱 강조된다.
제프리 “제프” 애브레다지(Jeffrey “Jeff” Abredazi) - 래미 요세프(Ramy Youssef)
제프는 정보의 투명성을 위해 만든 실리콘밸리의 한 팩트를 확인하는 플랫폼 ‘Bilter’의 공동창업자다. 사회의 정보의 신뢰가 무너지는 가운데, 제프는 어떻게든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정보의 무결성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는 곧 벤과의 갈등과 대치로 발전하게 되고, 이는 이야기의 심리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휴고 “수퍼(Souper)” 반 얄크(Hugo Van Yalk) - 제이슨 슈워츠먼(Jason Schwartzman)
수퍼는 산장이라는 이 심리전의 무대에서 가장 서툴고 우유부단하게 움직이는 인물로서, 한 걸음 앞서고자 하나 매번 한 걸음 늦고 만다. 이는 수퍼가 공동창업한 앱 ‘Slowzo’에도 드러나며, 이로 인해 수퍼는 더욱 심리적으로 초조함과 불안을 느끼고 또 이는 이야기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총평
영화 《마운틴헤드》는 아주 흥미로운 사회 풍자극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이는 바로 ‘Succession’의 제작자인 제임스 암스트롱이었다. 암스트롱은 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전의 권력 투쟁이나 계층 갈등에서 한 걸음 넘어, 테크 엘리트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고, 이는 아주 심리적이면서도 코믹하게 풀어진다.
이 이야기는 AI로 인류의 미래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네 사람의 실리콘밸리 권력자들의 심리전과 갈등이라는 아주 협소하면서 밀도 높은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들이 모이는 장소는 유타의 한 외딴 산장, 바로 Mountainhead다. 이 산장이라는 고립된 장소는 세상의 광란과 이들의 심리 상태를 더욱 강조하면서, 이들끼리 만든 새로운 질서의 허구성을 한층 강조한다.
주인공들의 개성은 아주 또렷하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공동창업자인 벤(코리 마이클 스미스)은 세상의 붕괴마저 하나의 새로운 성장 계기로 생각하면서, 아주 오만하게 “우리가 미래를 만든다”라고 강조한다. 이에 반해 팩트를 확인하거나 윤리를 중시하는 제프(래미 요세프)는 이들 중 유일하게 현실 감각과 도덕성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고, 이는 심리전과 갈등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랜달(스티브 카렐)은 죽지 않고 영생을 얻겠다는 집념 하나로 새로운 의료 기술과 권력과 돈을 연결해내려고 하고, 수퍼(제이슨 슈워츠먼)는 한 걸음 앞서 세상의 판을 엎고 또 새로운 판을 만들어내려고 음흉하게 움직인다. 이 네 사람의 심리전과 음모, 갈등과 협잡이라는 한바탕의 소동은 아주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심각하게 비극적으로 펼쳐진다.
그 결과 이들의 선택과 다툼은 세상의 질서를 더욱 어지러운 방향으로 이끈다. 이는 곧 기술과 권력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우상의 붕괴로 발전하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회의감과 우스꽝스러움, 광기는 아주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서늘하게 다가온다.
한국과 해외의 비평가들 역시 이 영화를 아주 긍정적으로 봤고, 그 풍자가 전달되는 방식과 배우들의 호연을 호평했다. 다만 일부는 결말로 넘어가며 이야기의 균형을 잃고 심리전과 서스펜스가 어지러워지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또 관객들의 반응 역시 호불호가 아주 갈렸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지향되는 풍자가 누구에게는 아주 깊고 의미 있게 전달되는 한편, 또 다른 이에게는 난해하게 느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테크 엘리트를 통해 권력과 우상의 허구성을 꼬집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심리의 균열과 파멸을 풀어내며, 아주 강렬하게 관객들의 심리 한가운데 파고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운틴헤드》는 시대의 민낯과 우스꽝스러운 권력관계를 심리적으로 풀어낸 걸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