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이야기는 매년 열리는 국가 주최의 ‘롱 워크’라는 경연에서 시작된다. 이 행사는 10대 소년 50명이 참여해 쉬지 않고 일정 속도 이상으로 걷는 경기다. 속도가 떨어지거나 잠시라도 멈추면 경고를 받게 되고, 세 번의 경고 후에는 즉시 사살된다.
단 한 명만이 끝까지 살아남으며, 그에게는 막대한 상금과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소원”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 화려한 약속의 이면에는 인간 생명을 희생 삼아 국민의 관심과 체제의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전체주의적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주인공 레이 개러티(레이먼드 개러티)는 메인 주 출신의 평범한 소년으로, 아버지가 체제의 희생양이 되어 처형당한 과거를 품고 있다. 그는 겉으로는 상금을 위해, 속으로는 아버지를 죽게 만든 체제에 맞서기 위해 이 잔혹한 ‘걷기’에 참가한다. 출발 지점에서 그는 여러 소년들을 만난다.
낙천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피터 맥브리스, 묘하게 비밀스러운 스테번스, 유쾌하지만 충동적인 콜리 파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한계를 견디는 아서 베이커 등이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소년들이지만, ‘걷는다는 것’ 하나로 묶여 같은 길 위에 선다.
걷기가 시작되자 곧바로 인간의 체력과 정신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단 하루 만에 다리가 풀려 쓰러지는 참가자들이 속출하고, 규칙은 냉정하게 작동한다. 속도가 떨어진 참가자에게 군인들은 세 번의 경고를 외치고, 네 번째에는 총성이 울린다.
피가 아스팔트에 번지고, 다른 소년들은 그 옆을 지나간다. 누구도 멈출 수 없고, 누구도 애도할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은 발을 떼야만 한다.
시간이 지나며 소년들은 점차 인간다움을 잃어간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레이와 피터는 서로에게 인간적인 온기를 느낀다. 피터는 이 걷기를 단순한 생존이 아닌 ‘자유를 향한 행진’이라 부르며, 체제의 모순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는 언젠가 이 게임을 끝내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한다. 레이는 피터의 이상주의를 믿지 않으려 하지만, 점점 그의 신념에 감화된다. 그들에게 ‘걷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무너진 세상 속에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행위가 된다.
하루가 이틀, 사흘로 이어지고, 참가자 수는 줄어든다. 절망과 피로 속에서 동료들이 하나씩 쓰러질 때마다 레이는 그 죽음을 지켜보며 “이 게임을 끝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힌다. 콜리는 정신이 붕괴되어 폭주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서는 내출혈로 쓰러지며 마지막까지 레이에게 “계속 걸어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스테번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그는 이 행사를 만든 권력자 ‘메이저’의 사생아였으며, 자신의 소원은 단지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이 폭로는 이 ‘행사’가 얼마나 타락한 체제의 상징인지 드러내는 결정적 순간이 된다.
남은 인원은 이제 단 두 명, 레이와 피터뿐이다.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서로를 격려하지만, 결국 체제는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레이는 피로와 환각 속에서 고향 근처를 지나며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
그는 본능적으로 멈춰 서서 “미안해요, 엄마”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그 순간 경고가 울리고, 총성이 뒤따른다. 레이는 쓰러지고, 메이저가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죽음을 확인한다.
그때 피터는 더 이상 이 경연이 의미 없음을 깨닫는다. 그는 레이의 소원을 대신 이루기로 결심하고, 쓰러진 동료의 곁에서 군인의 총을 집어 든다. 그리고 메이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총성이 울리고, 피터는 승자의 자리에서 권력자에게 맞선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그 눈빛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공허와 슬픔으로 가득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멈추지 않고 다시 걷는다. 그 걷기는 더 이상 체제의 명령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의지이자 자유를 향한 발걸음이다.
주요 인물 소개
레이먼드 “레이” 개러티 (Ray Garraty) – 쿠퍼 호프먼 (Cooper Hoffman)
영화의 주인공 레이 개러티는 메인 주 출신의 10대 소년으로, 매년 정부가 주최하는 생존형 도보 경쟁 ‘롱 워크’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는 단지 상금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처형당한 과거사와 체제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습니다. 레이의 여정은 단순한 ‘끝까지 걷기’가 아닌, 자신의 인간성·우정·저항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걷는 과정에서 다리가 풀리고 친구들이 떨어져 나갈 때, 그는 친구 피터 맥브리스와의 우정을 통해 연대의 가치를 배우며 결국에는 체제의 폭력에 맞서는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피터 맥브리스 (Peter McVries) – 데이비드 존슨 (David Jonsson)
피터 맥브리스는 낙천적이면서도 이상주의적인 걷기 참가자입니다. 그는 레이와 빠르게 친구가 되며, 이 극한 상황 속에서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피터는 걷기 대회라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함께라면”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며, 레이와의 관계를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연대’와 ‘인간성’의 중심축이 됩니다. 레이와 다르게 그의 목표는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뒤에 무엇을 할 것인가까지 염두에 둡니다.
스테번스 (Stebbins) – 가렛 워레잉 (Garrett Wareing)
스테번스는 초기에는 반항적이고 독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참여자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며 그의 사연과 동기가 드러나면서 단순히 ‘적’ 혹은 ‘경쟁자’의 위치를 넘어선 복합적 인물이 됩니다. 그는 걷기라는 과정 속에서 겉으로 보인 것 이상의 상처와 분노를 드러내며, 이 경쟁이 단지 신체적 생존뿐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갈등임을 보여주는 주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아서 베이커 (Arthur Baker) – 툿 뉴옷 (Tut Nyuot)
아서 베이커는 비교적 조용하고 내성적인 참여자이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레이와 피터가 결성한 ‘머스킷 팀(Musketeers)’에 포함되는 인물입니다. 아서의 존재는 ‘혼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가를 관객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게리 바코비치 (Gary Barkovitch) – 찰리 플러머 (Charlie Plummer)
게리 바코비치는 강한 경쟁심과 충동성을 지닌 인물로, 팀워크보다는 개인생존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의 방식은 곧 팀에서 고립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방식만으로는 이 경쟁을 이겨낼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큰 고통을 맞이하게 됩니다.
행크 올슨 (Hank Olson) – 벤 왕 (Ben Wang)
행크 올슨은 대회 참여자들 중 비교적 덜 주목받지만, 그만큼 ‘평범한 청년’의 얼굴을 가진 인물입니다. 행크는 다른 인물들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존재로서 영화가 던지는 질문 “만약 나였다면?”을 관객에게 던지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메이저 (The Major) – 마크 해밀 Mark Hamill
영화 속에서 ‘롱 워크’ 대회를 주관하고 집행하는 권위적 인물 메이저는 전체주의 체제의 얼굴이자 잔혹한 시스템을 상징합니다. 메이저는 극 중에서 참가자에게 ‘세 번 경고 → 사살’이라는 냉정한 규칙을 실행하며 권력의 폭력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총평
영화 《롱 워크》는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배크먼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서바이벌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체제와 폭력,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연대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는 철학적 서사가 자리한다.
작품의 세계는 가까운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다. 정부는 매년 ‘롱 워크’라는 이름의 도보 생존 대회를 개최하며, 참가자 백 명의 청소년이 단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걷는다. 멈추거나 속도가 떨어지면 경고가 주어지고, 세 번의 경고 후에는 즉시 사살된다.
이 잔혹한 경기의 우승자에게는 일생의 부와 명예가 주어진다. 그러나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승리의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왜 우리는 이 길을 걷는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주인공 레이 개러티(쿠퍼 호프만)는 평범한 10대 소년이지만, 체제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과 가족의 상처를 품은 인물이다. 그는 경쟁을 통해 살아남으려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걸으며 조금씩 인간의 연대와 희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피터 맥브리스(데이비드 존슨)와의 우정은 영화의 핵심 정서적 축이다. 두 사람은 지쳐가는 몸과 무너지는 정신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체제가 인간성을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나간다.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는 전작인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보여준 세계관 연출력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롱 워크》는 더 절제되고, 더 잔혹하며, 더 철학적이다.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과 발걸음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걷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의식’처럼 묘사한다.
먼 길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 무표정한 군인들, 그리고 구경꾼들의 냉혹한 시선은 인간의 비극을 거대한 실험처럼 보여준다. 특히 촬영감독 조 윌렘스의 묵직한 롱테이크와 침묵의 리듬은 관객이 마치 그 길 위를 함께 걷는 듯한 감각을 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감정적 중심을 단단히 붙잡는다. 쿠퍼 호프만은 불안과 공포, 그리고 점차 각성해 가는 청년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스티븐 킹의 주인공들이 지닌 ‘순진함 속의 저항성’을 완벽히 재현했다.
데이비드 존슨은 이상주의자 피터를 통해 인간이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신념과 희망을 그려내고, 가렛 워링, 찰리 플러머, 벤 왕 등 젊은 배우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체제의 희생자이자 저항자로서의 얼굴을 보여준다. 여기에 마크 해밀이 연기한 ‘메이저’는 무표정하고 냉정한 권력의 상징으로 등장해,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잔혹함을 실감 나게 드러낸다.
평단은 이 영화를 두고 “냉혹하지만 아름다운 반영웅 서사”라 평했다. 로튼토마토 평점 88%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영화는 그 완성도와 메시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삶과 죽음, 자유와 억압을 동시에 말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편 일부 평론가는 영화가 원작의 철저한 사회비판적 맥락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체제의 구조나 경기의 배경이 암시적으로만 제시되어, 이야기의 사회적 규모가 다소 축소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중반부 이후 피로감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던지는 윤리적 질문과 감정의 진정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롱 워크》는 단순한 생존 게임의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걷는 자의 여정이자 인간 존재의 은유다. 길 위에서 인간은 죽어가지만, 동시에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체제는 그들의 몸을 파괴하지만, 그들의 의지는 꺾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걷는 자의 발걸음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 정신의 상징처럼 울린다. 결국 이 영화는 “누가 살아남는가”보다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