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영화는 회색빛 새벽의 파리 외곽에서 시작된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잦아든 뒤, 카메라는 한 남자의 얼굴을 비춘다. 가브리엘이다. 그는 프랑스 경찰 내부 감찰부(IGPN)의 지휘관으로, 동료 경찰의 부패와 폭력을 감시하는 냉철한 인물이다.
회의실에서 그는 무표정하게 보고서를 검토하고, 부당한 권력을 행사한 경찰관을 향해 단호한 처분을 내린다. 이 장면은 그가 법과 원칙을 삶의 중심에 둔 인물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장면은 전환되어 어둡고 혼잡한 밤의 항구 지대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또 다른 남자, 이드리스가 등장한다. 그는 불법 거래 현장에서 분쟁을 중재하며 폭력과 협박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범죄자들 사이에서 그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남자’, 즉 fixer로 불린다. 이드리스의 세계는 가브리엘의 세계와 정반대다. 법의 보호가 아닌, 힘과 공포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이 두 세계는 오랫동안 교차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날, 두 사람에게 동시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함께 자랐고, 한때 둘 모두가 사랑했던 여인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다시 마주한 가브리엘과 이드리스의 시선에는 반가움보다 긴장과 거리감이 흐른다. 말없이 관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들이 공유했던 과거가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장례식 후, 영화는 고인의 딸 레일라에게 초점을 맞춘다. 아직 17살에 불과한 레일라는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경찰의 발표는 ‘단순 사고’지만, 레일라는 현장에서 사라진 기록과 석연치 않은 증언들을 떠올리며 의심을 키운다. 그녀는 어머니가 거대 기업의 내부 비리를 알게 된 뒤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죽음이 사고가 아닌 은폐된 살인일 가능성을 직감한다.
레일라는 우연히 가브리엘의 집에서 권총을 발견한다. 그 총은 실제로 사용되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어른들의 세계에 맞서 싸우기 위한 상징이 된다. 카메라는 권총을 쥔 레일라의 떨리는 손을 클로즈업하며, 그녀가 더 이상 보호받는 아이가 아닌 행동하는 주체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레일라가 단서를 쫓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긴장 국면으로 들어선다. 그녀는 기업의 로비스트와 연관된 인물들에게 미행당하고, 집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차량을 발견한다.
위협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브리엘은 경찰로서의 의무와 개인적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레일라를 보호하려 하지만, 공식 수사 절차만으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한다.
결국 가브리엘은 원치 않던 선택을 한다. 그는 이드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대화는 날카롭다. 가브리엘은 이드리스의 범죄 이력을 경멸하고, 이드리스는 가브리엘의 ‘위선적인 정의’를 조롱한다. 그러나 레일라가 납치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은 과거의 감정을 잠시 접고 공조하기로 한다.
이후 영화는 속도감 있는 액션 시퀀스로 전개된다. 이드리스는 암흑가의 인맥을 동원해 기업과 연결된 용병 조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가브리엘은 내부 감찰부의 정보망을 통해 기업과 경찰 간의 부패 연결 고리를 추적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진실에 다가간다. 이 과정에서 과거 고아원 시절의 기억들이 플래시백으로 삽입되며, 그들이 왜 ‘고아들’이라 불리는지, 그리고 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였는지가 드러난다.
클라이맥스는 비가 쏟아지는 산업 지대에서 펼쳐진다. 레일라는 기업 측에 의해 인질로 잡히고, 가브리엘과 이드리스는 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돌입한다. 총성과 격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드리스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 가브리엘과 레일라를 보호한다. 이 장면은 그가 비록 범죄자의 삶을 살았지만, 여전히 의리와 책임감을 지닌 인간임을 증명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건의 진실은 세상에 드러난다. 기업의 범죄와 은폐 시도는 폭로되고, 가브리엘은 다시 법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드리스는 사라지듯 어둠 속으로 떠난다. 영화의 엔딩은 레일라가 어머니의 무덤 앞에 서 있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그녀의 표정에는 슬픔과 함께 단단해진 결의가 담겨 있다.
주요 인물 소개
가브리엘 스테네 (Gabriel “Gab”) – 알반 레누아 (Alban Lenoir)
영화의 중심 인물 중 하나로, 가브리엘 스테네는 경찰 내부 감찰부(IGPN)의 지휘관이다. 그는 어릴 적 고아원에서 이드리스와 함께 자란 친구였으나, 이후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법과 원칙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조직 내 부패를 단호히 처벌하는 검사 같은 모습으로, 강직한 윤리관과 냉철한 판단력을 지녔다.
이드리스 (Idriss) – 달리 벤살라 (Dali Benssalah)
이드리스는 가브리엘의 오랜 친구이자 성장 후 다른 길을 택한 인물로, 영화 속에서 중요한 대조적 존재다. 과거 고아원 시절에는 가브리엘과 함께였지만, 이후 그는 군 특수부대 출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범죄자들을 위한 ‘fixer’(중재자/청부 해결사)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그는 법을 벗어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 감각과 거친 생존력을 지니고 있다.
레일라 락티 (Leïla Lakti) – 소니아 파이디 (Sonia Faidi)
레일라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분노를 품고 있으며, 자신의 힘으로 진실을 찾기 위해 행동하는 강인하고 지적인 청소년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가브리엘의 권총을 손에 넣고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면서 위험에 빠지며, 영화의 드라마와 갈등의 중심이 된다. 그녀의 존재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크리스티나 로벨리 (Christina Roveilli) – 수잔 클레망 (Suzanne Clément)
크리스티나는 이야기 속에서 강력한 권력을 가진 여성 기업인으로 등장한다. 그녀가 이끄는 기업은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권력의 핵심 세력으로, 레일라의 어머니 소피아의 죽음과 관련해 의심을 사는 인물로 그려진다.
파니 (Fanny) – 아누크 그린버그 (Anouk Grinberg)
파니는 고아원 시절부터 가브리엘과 이드리스를 알고 있는 중요한 서브 캐릭터이다. 현재는 고아원에서 어린 소년·소녀들을 돌보는 역할로, 두 인물의 과거를 상징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소피아 락티 (Sofia Lakti) – 나이드라 아야디 (Naidra Ayadi)
소피아는 레일라의 어머니이자 과거 가브리엘과 이드리스가 함께 사랑했던 여성이다. 영화는 그녀의 사망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녀가 살아있을 때 어떤 진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이야기의 핵심 갈등으로 이어진다.
요나스 (Jonas) – 로망 레비 (Romain Levi)
요나스는 영화 속에서 크리스티나와 연관된 중요 인물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그의 구체적인 행동과 역할은 작품 내 미스터리와 갈등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퍼즐 조각 중 하나로 기능한다.
총평
《레 오르펠린(Les Orphelins)》은 2025년 8월 프랑스에서 개봉한 액션 영화로, 감독 올리비에 슈나이더(Olivier Schneider)가 연출을 맡고 알반 레누아(Alban Lenoir)와 달리 벤살라(Dali Benssalah)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이 작품은 법과 범죄의 경계에 선 두 남자가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위기 속에서 다시 만나 협력하게 되는 이야기다. 과거 함께 자란 고아 출신의 친구였던 가브리엘과 이드리스는, 첫사랑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의, 충성, 우정 같은 주제를 액션 장르 속에 녹여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클래식한 범죄 액션의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서로 반대되는 인물 간의 불가피한 공조는 액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버디 무비(Buddy Movie)’적 요소를 갖는다. 실제로 비평과 관객 평 가운데도 이 영화가 ‘L’arme fatale(리쎄 웨폰)’ 같은 1980~90년대 액션 듀오물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연출과 액션의 완성도는 작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올리비에 슈나이더는 오랜 기간 카체이싱과 스턴트 조정 경험을 쌓아 온 감독으로, 그 경험이 액션 장면 곳곳에 느껴진다. 특히 영화배급사 Gaumont의 소개에서도 그의 움직임 감각이 작품의 핵심 매력으로 언급되었으며, 운전 장면, 전투 시퀀스, 추격전 등이 박진감 있게 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알반 레누아와 달리 벤살라의 연기 호흡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두 배우는 대조적인 성격과 삶의 경로를 가진 인물들로서 서로 충돌하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상황을 연기하며, 캐릭터 간의 묘한 ‘케미스트리’(케미)를 구축해 낸다. 관객 평 중 일부는 이들의 관계가 영화의 엔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는 레일라(17세 소녀)의 캐릭터는 전통적인 액션 장르에 감정적 중심축을 제공한다. 레일라가 어머니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과정은 단순한 추격극을 넘어 가족과 정의, 개인의 용기를 이야기하게 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드라마성을 높였다.
가족을 잃은 상실과 법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심리는 액션 장면뿐 아니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모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비평과 관객 평점의 평균은 대체로 ‘보통’ 혹은 ‘그럭저럭’ 수준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영화 리뷰 사이트 AlloCiné에서의 언론 평가는 3/5, 관객 평점은 약 3.3/5 정도로 중간 수준을 유지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서사의 예측 가능성이 자주 언급된다. 여러 관객은 영화가 전개 방식과 갈등 구조에서 참신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익숙한 ‘서로 다른 두 남자의 동맹’이라는 플롯은 흥미를 일으키지만, 극적 반전이나 깊이 있는 서사적 여운을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평론가와 시청자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이미 많이 본 액션 영화의 공식”을 반복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정선과 유머의 조화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액션과 진지한 가족 드라마 사이에서 유머가 종종 삽입되지만, 일부 관객은 이 유머가 장면의 톤을 흔들고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다소 균형 잡히지 않은 연출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은 볼만한 액션 장면, 배우들의 케미, 그리고 프랑스 액션 영화 특유의 로컬 감성을 즐길 수 있었다는 반응을 남겼다. 특히 배경으로 활용된 바스크 지방과 도시 풍경은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종합하면 《레 오르펠린》은 완전히 새로운 액션 걸작이라기보다는, 프랑스 현지에서 제작된 오락적이고 전통적인 액션 영화의 정통적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교적 탄탄한 액션 연출과 배우들의 호흡 덕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주말 영화’로서의 매력은 충분하지만, 다소 예측 가능한 서사와 깊이 부족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면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프랑스 액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다”는 평가보다는, 기존의 액션 장르가 가진 장점들을 충실히 재현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강렬한 액션과 빠른 전개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서사적 독창성과 감정적 여운을 찾는 관객에게는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