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는 1897년 흑해 인근 불가리아의 바르나 항구에서 시작한다. 낡고 묵직한 화물선 데미테르는 런던으로 향하는 중요한 짐을 싣기 위해 준비 중이다. 화물 중에는 낯선 기호와 용 문양이 새겨진 수십 개의 나무 상자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 상자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역에서 온 것이었다.
선장은 엘리엇 선장(리암 커닝엄)으로, 오랜 경험과 엄격한 규율로 선원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의 손자 같은 존재인 어린 소년 토비는 선원들의 마스코트이자 희망과 같은 존재로 함께 탑승한다. 선원 중에는 현실적이고 거친 1등 항해사 워즈(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신실한 신앙을 가진 요리사 조셉,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뱃사람들이 있었다.
출항 직전, 배에는 한 명의 의사가 합류한다. 그는 클레멘스(코리 호킨스)라는 흑인 의사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지만 피부색과 사회적 차별 때문에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인물이자, 항해 동안 합류해 드라큘라의 존재에 맞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항해가 시작되자 처음에는 평범한 여정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배 안에서 정체불명의 기운이 감돌고, 선원들은 밤마다 괴이한 소리를 듣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판에 쌓아둔 화물 상자 중 하나에서 젊은 여성이 발견된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아이슬링 프란시오시)로, 루마니아 마을에서 드라큘라에게 희생될 뻔하다가 화물 상자 안에 갇힌 채로 영국으로 운반되고 있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극도로 쇠약한 상태였고, 클레멘스의 치료를 통해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는다. 안나는 드라큘라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이 항해에 실려 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드라큘라는 새로운 땅 영국을 피로 물들이기 위해 데미테르 호에 탑승했고, 상자들은 그의 안식처였다. 이후 선원들은 한 명씩 기묘하게 죽어가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떤 이는 목에 두 개의 상처를 입은 채 피를 완전히 빨린 상태로 발견된다. 밤마다 짙은 안개가 배를 뒤덮으며, 커다란 박쥐와 같은 괴수의 그림자가 돛대 위를 스친다.
선원들은 점차 광기에 휩싸이고, 두려움은 배 안을 지배한다. 엘리엇 선장은 질서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드라큘라의 위협 앞에서 선원들의 사기는 급속도로 무너진다. 클레멘스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안나는 자신이 드라큘라의 먹잇감이자 동시에 그가 운반해 온 "증거"임을 깨닫고, 클레멘스에게 이 존재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호소한다. 드라큘라는 밤마다 선원들을 공격하며 점차 배를 완전히 장악해 나간다. 선원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드라큘라를 태양빛에 노출시키려 하지만, 그는 치밀하고도 무자비하게 그들의 계획을 무너뜨린다.
결정적인 순간, 엘리엇 선장은 자신이 드라큘라의 희생양이 된 것을 깨닫고, 남은 선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는 드라큘라를 배와 함께 바다에 가두려 하지만 끝내 실패한다. 배는 폭풍과 피의 살육 속에서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데미테르 호는 영국 휘트비 해안에 도착하지만, 그곳에는 살아남은 자가 거의 없었다. 기록만이 남아, 이 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클레멘스는 간신히 살아남아 영국 땅을 밟는다. 그러나 드라큘라 또한 이미 그림자처럼 도시로 스며들어 있었다. 클레멘스는 이제 단순한 의사가 아닌, 드라큘라와의 끝없는 싸움을 결심한 추격자가 된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끝나며, 관객에게 브람 스토커 원작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드라큘라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주요 인물 소개
닥터 클레멘스 (Dr. Clemens) - 코리 호킨스 (Corey Hawkins)
캠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한 유능한 의사이자 천문학 지식도 가진 지적인 인물입니다. 피부색 때문에 의료계에서 차별받았던 그는 생계와 돌아갈 길을 찾아 데미테르호에 탑승하게 됩니다. 배에 올라타기 전 위기 상황에서 선장의 손자인 토비를 구하며 신뢰를 얻었고, 과학적 사고와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승무원들을 돕습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공포가 배를 잠식해갈수록, 그는 합리적인 사고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끝내 살아남아, 드라큘라를 향한 추격을 결심하며 영화의 여운을 남깁니다.
안나 (Anna) - 아이슬링 프란시오시 (Aisling Franciosi)
루마니아 작은 마을 출신으로, 드라큘라의 공포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나무 상자에 숨겨져 배에 실려 온 “스톨웨이(stowaway)”입니다. 극도로 쇠약한 상태였지만 클레멘스의 헌신적인 수혈로 의식을 회복합니다. 이후 자신이 드라큘라의 “피의 노예”였음을 밝히고, 그를 막아야 한다고 승무원들을 경고합니다. 영화 속에서 인간성과 희생정신을 동시에 보여주는 핵심 인물입니다.
캡틴 엘리엇 (Captain Eliot) - 리암 커닝엄 (Liam Cunningham)
데미테르호의 엄격하고 책임감 강한 선장입니다. 배를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도하려는 의지가 강하며, 손자 토비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클레멘스가 토비를 구한 사건 이후 그를 믿고 데미테르호의 일원이 되도록 힘써줍니다. 공포가 번져가자 승무원을 이끌던 그는 결국 자신을 희생해 드라큘라를 막기 위해 분투하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고립된 운명을 맞이합니다.
워즈첵 (Wojchek) -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David Dastmalchian)
1등 항해사이자 캡틴의 유력한 후계자로 보이는 인물입니다. 현실적이고 다소 냉정한 성격으로, 클레멘스의 입성을 처음엔 반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지식과 행동력이 위기 속에서 점차 인정받게 됩니다. 마지막엔 드라큘라에게 희생되며 영화의 긴장감과 절망감을 강화합니다.
토비 (Toby) - 우디 노먼 (Woody Norman)
엘리엇 선장의 어린 손자로, 배 위에서 희망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클레멘스와의 관계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드라큘라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며 영화의 감정적 깊이를 더합니다.
조셉 (Joseph) - 존 존 브라이언스 (Jon Jon Briones)
깊은 신앙심을 가진 요리사로, 영화 속에서 지혜와 신앙의 상징 같은 존재입니다. 드라큘라의 존재를 감지한 뒤 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극도의 공황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판단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드라큘라 (Dracula) - 하비에르 보텟 (Javier Botet)
전설적인 흡혈귀이자 이 항해의 핵심 공포이자 적입니다. 플랑마른 체형과 긴 팔다리를 이용한 특유의 공포스러운 묘사로 ‘기생적 존재’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깁니다. 기존의 매혹적인 백작 이미지 대신, 원초적이고 잔혹한 괴물로 그려졌습니다. 배우 하비에르 보텟의 몬스트로 연기는 매우 강렬하며,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총평
《데메테르호의 마지막 항해》는 브람 스토커의 원작 소설 『드라큘라』 중 소장으로 알려진 '선장의 일지(Captain’s Log)' 챕터를 중심으로 한 공포 영화입니다. 1897년 불가리아 발나에서 영국 윗비로 향하던 상선 데메테르호가 실은 드라큘라를 태우고 있었으며, 마지막에는 무인 상태의 배만 도착했다는 이 섬뜩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감독은 『제인의 자백』, 『트롤헌터』, 『무서운 이야기들』을 연출한 안드레 외브레달(André Øvredal)이며, 수십 년간 개발 지옥을 거친 끝에 2019년 암블린이 판권을 인수하고 본격 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요 촬영은 2021년 6월부터 베를린과 몰타 등에서 진행되었고, 당초 작곡가는 토마스 뉴먼이었으나 일정 문제로 Bear McCreary가 교체되어 음악을 담당했습니다.
출연진에는 코리 호킨스(클레멘스), 아이슬링 프란시오시(안나), 리암 커닝엄(선장 엘리엇),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그리고 드라큘라 역 하비에르 보텟 등이 참여했습니다. 전체 상영 시간은 약 119분이며, 예산은 약 4,500만 달러, 전 세계 누적 수익은 약 2,180만 달러로 박스오피스에서는 아쉽게도 실패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평단의 반응은 혼재된 평가에 가까웠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절반가량의 평점이 긍정적이지 않은 편으로 나타났는데, 예를 들어 Rotten Tomatoes에서는 약 49%의 긍정적 평가(평균 5.6/10), Metacritic은 52점(100점 만점 기준, 평단의 평균 수준)이라는 중간 평점을 받았습니다. 관객 점수는 CinemaScore 기준 B–, 그리고 PostTrak 긍정 평가는 약 66%로, 관객 반응도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독일 매체에서는 진부한 전개와 예측 가능한 줄거리를 지적했으며, 그럼에도 노스페라투 오마주, 해머 호러 오마주 등 클래식 호러 정서를 살린 연출은 꽤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독일 영화 등급 위원회는 “가치 있다(wertvoll)”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데메테르호의 마지막 항해》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이야기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챕터를 확장해 내며, 감독의 강력한 비전과 시각적 완성도가 주된 강점이었습니다. 특히 비주얼 연출력과 캐릭터 중심의 연기는 호러 장르 팬이라면 분명히 즐길 수 있는 요소였지만, 서사적 반복성과 캐릭터 입체감 부족, 그리고 예측 가능한 전개 구조는 작품의 깊이를 제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완벽한 걸작은 아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였다”라는 평가가 어울립니다. 향후 외브레달 감독이 이와 비슷한 장르적 접근을 시도한다면, 이 작품이 가진 장점은 살리고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