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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컷 (The Cut 2024)] 줄거리, 인물 소개, 총평

by Roonion 2025.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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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컷 관련 사진

 

줄거리 요약

영화는 어두운 조명 속에서 시작된다. 관중의 함성과 함께 링 위에서 주인공 권투선수(올랜도 블룸)가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는 고개를 치켜들고 상대의 펀치를 받아내려 하지만, 눈 위쪽에 크게 갈라진 상처  ‘컷(cut)’ 이 다시 열리며 피가 흘러내린다.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그는 허망하게 무너진다. 환호는 사라지고, 조용한 정적 속에서 카메라는 그의 상처 난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처’의 은유를 각인시킨다.

 

장면이 전환되며, 10년 후. 그는 한적한 아일랜드 마을의 낡은 체육관에서 지친 몸을 이끌며 청소를 하고 있다. 체육관 한쪽에는 젊은 아이들이 샌드백을 치고, 옆에서는 그의 파트너 케이틀린(카트리오나 발페)이 훈련을 지도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동료이자 파트너, 연인에 가까운 모습까지 보이지만, 대화 속에는 그가 여전히 과거의 영광과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암시한다. 거울 앞에서 홀로 섀도복싱을 하는 그의 동작은 느리지만 집요하다.

 

어느 날, 문득 체육관 문이 열리고 프로모터 도니(게리 비들)가 들어선다. 그는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게 말을 건네지만, 금세 본론으로 들어간다. “큰 기회가 왔다. 챔피언 타이틀전을 준비하던 선수가 갑자기 사망했어. 네가 대체 선수로 나선다면, 다시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어.” 처음엔 비웃듯 무시하는 주인공. 그러나 도니가 건넨 조건표에 적힌 거액의 출전료와 방송 중계 이야기는 그의 눈빛을 흔들리게 만든다.

 

하지만 조건은 혹독하다. 그는 체급을 맞추기 위해 단 6일 만에 30파운드를 감량해야 한다. 케이틀린은 불가능하다며 말리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오랜만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무대라 믿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감량 장면은 사소한 것으로 시작된다. 샤워실에서 땀을 짜내며 체중계를 확인하고, 저녁 식사를 거른 채 물만 들이킨다. 그러나 체중은 거의 줄지 않는다. 그의 얼굴에는 조급함이 떠오른다. 케이틀린은 과학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을 고집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주인공은 과거 알던 트레이너 보즈(존 터투로)를 불러들인다.

 

보즈의 등장과 함께 영화의 톤은 더욱 음울해진다. 보즈는 서두에서부터 “네 몸을 불태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사우나에서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게 하고, 뜨거운 물속에 오래 머무르게 하며, 탈진할 때까지 러닝머신 위를 달리게 만든다.

 

땀은 비처럼 쏟아지고, 그는 허겁지겁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쓰러진다. 카메라는 그의 흐릿한 시선 너머로 케이틀린이 불안하게 지켜보는 모습을 교차 편집한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몸은 망가져간다. 거울 속에서 마른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는 점점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다. 어린 시절 북아일랜드의 혼란, 거리의 폭발, 부모의 얼굴, 공포에 떨던 소년 시절의 그림자가 불쑥불쑥 등장한다. 영화는 이 장면들을 환영처럼 삽입해, 그가 단순히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악몽과 맞붙고 있음을 보여준다.

 

체중 감량 막바지에는 거의 자학에 가까운 행위들이 이어진다. 그는 바닥에 드러누운 채 숨을 몰아쉬며 물 한 모금조차 거절하고, 밤마다 꿈속에서 링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본다. 그러나 그 링은 텅 비어 있고, 그를 바라보는 건 과거의 자기 자신뿐이다. 이 시퀀스는 그가 승부보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과정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 날, 그는 겨우 걸음을 옮겨 체중계 앞에 선다. 탈진으로 몸은 떨리고, 눈은 초점이 흐려진다. 케이틀린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부축한다. 체중계에 올라서는 순간, 관객은 그의 체중이 목표치에 도달했는지 확인하기 전에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며 장면이 전환된다.

 

영화는 링 위의 최종 승부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싸움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의 상처와 마주하고 그것을 견뎌낸 과정이 진정한 ‘경기’였음을 남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거울을 응시한다. 깊은 상처 자국이 남아 있지만, 그 눈빛에는 이전과 다른 평온함이 깃든다. 영화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얻은 내적 승리 '자신과의 화해'를 은유하며 막을 내린다.

 

주요 인물 소개

복서 (Boxer) - 올랜도 블룸 (Orlando Bloom)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이름은 영화 내내 명시되지 않고 단순히 “Boxer(권투선수)”로 불린다. 과거 챔피언이었지만 치명적인 경기 중부상(컷 상처)으로 인해 경력이 중단된 상태였다. 영화가 시작될 무렵 그는 은퇴 이후 권투장을 함께 운영해 온 케이틀린과 함께 작은 체육관에서 지내지만, 과거의 영광과 실패가 내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어느 날 프로모터로부터 타이틀전에 나설 기회가 주어지며,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극단적 미션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붕괴 위기를 동시에 겪게 된다.

 

케이틀린 (Caitlin Harney) - 케이트리오나 발페 (Caitríona Balfe)

주인공의 파트너이자 동료, 과거 트레이너 출신으로 함께 체육관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케이틀린은 주인공이 복귀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반대의 입장이며, 그의 건강과 무모한 시도에 대해 걱정하는 보호자 역할을 자주 맡는다. 그녀도 과거에 어려움과 상처를 지닌 인물로 암시되나, 영화는 그녀의 배경을 깊게 설명하기보다는 표정과 행동을 통해 감정적 부담을 전달한다. 복귀 준비 과정에서는 점점 주인공의 변화와 극한 감량 방식에 대해 갈등이 커지며, 감정적으로 가장 힘든 고비들을 함께 겪는 보조자이자 갈림길에 선 인물이다.

 

보즈 (Boz) - 존 터투로 (John Turturro)

주인공의 극단적 체중 감량 훈련을 감독하는 트레이너로, 비호감적이며 무자비한 면모가 강하게 드러난다. 보즈는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태도로 주인공을 신체와 정신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때로는 윤리 경계선을 넘어서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그는 단순한 트레이너라기보다, 주인공의 내면 어둠과 충돌을 유도하고 시험하는 역할을 맡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한다.

 

도니 (Donny) - 게리 비들 (Gary Beadle)

권투 프로모터 역할을 맡은 인물로, 주인공에게 복귀 기회를 제안하는 중개자이다. 그는 경제적 보상과 조건이라는 현실적 유인을 제시하며, 주인공이 위험을 감수하고 복귀 결심을 굳히게 만드는 외부 압력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그는 훈련 과정의 윤리성이나 주인공의 건강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보다는, 결과 중심의 입김을 행사하는 입장이다.

 

어머니 (Mother) - 클레어 던 (Clare Dunne)

주인공의 과거 회상(flashback) 장면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그의 어린 시절, 정서적 상처,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고통 혹은 결핍의 뿌리가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 암묵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인물은 주인공이 왜 복귀를 향해 절박해지는지, 왜 체중 감량과 고통, 자기파괴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지 심리적 배경을 제공하는 역할입니다.

 

총평

《더 컷》은 전형적인 복싱 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승부보다는 고통과 파괴, 자기 정체성의 붕괴를 중심 주제로 삼는다. 올랜도 블룸이 연기한 익명의 복서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몸을 갈아 넣으며 자신과 싸우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링 위의 드라마보다는 체중 감량 과정 자체, 그리고 그로 인한 정신적 분열과 환각, 트라우마의 물살 속에서 인물이 어떻게 부서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점수는 약 67%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 쪽에 속하지만, 많은 리뷰가 “강렬한 퍼포먼스가 돋보이지만, 이야기 구조나 감정적 연결이 약하다”는 비판을 함께 제시한다.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는 평론가 평균 평점이 50점대로 “보통 혹은 혼재된 반응(Mixed or Average)”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영화가 관객마다 받아들이는 폭이 크다 할 수 있다.

 

많은 평론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힘으로 블룸의 몰입 연기를 꼽는다. 롤리타적 외모 이미지에서 벗어나, 육체적 변형과 감정선의 폭을 감당하며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극심한 체중 감량, 격심한 육체 부하, 정서적 붕괴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배우의 몸과 얼굴이 말하는 바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복싱 영화는 보통 연습-시합-극복 등의 구조를 따르지만, 《더 컷》은 그 중 ‘체중 감량 과정’ 하나에 집중한다. 링 위의 복싱은 거의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대신 땀·탈수·환각과 강박의 영역이 중심이 된다. 이런 연출 방식은 복싱물이 아니라 심리 스릴러 혹은 바디 호러(신체 공포)로 느껴지기도 한다. 평론가들은 이 점을 “스포츠 영화의 어두운 변주”라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감독 숀 엘리스는 점진적으로 영화의 리듬을 무너뜨리며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연출을 시도했는데, 이 실험적인 면모는 영화가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이 영화는 단순히 복귀 드라마를 넘어서, 몸과 마음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 폭력과 자기 파괴의 선을 넘는 순간, 과거 상처가 남긴 흔적을 질문한다.

 

특히 어린 시절 회상 장면들은 주인공의 트라우마, 어머니와의 관계, 자기 가치감의 붕괴와 연결되며, 영화의 정서를 뒷받침하는 내러티브 축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테마는 남성주의적 강박, 경쟁 세계의 비인간성, 외적 성공 뒤에 감춰진 폐허 같은 내면을 드러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여러 평론이 지적하듯, 이야기 뼈대 자체는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클리셰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복귀 제안, 체중 감량, 정신 붕괴, 끝내 링 위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 등은 익숙한 모티프이며, 특히 플래시백 회상의 반복 사용이나 어머니 회상 신은 종종 과잉 해설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스토리 내적 긴장감이 점점 고갈되는 지점이 있고, 전환점들이 예측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주인공과 케이틀린 사이의 감정적 중심축이 영화의 핵심 축이어야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깊이 있게 발전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일부 평론가는 케이틀린 캐릭터가 감정적 위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백그라운드 역할에 머문다고 본다. 감정선이 느려지거나 산만한 장면들이 중간중간 발견되며, 관객이 주인공의 고통에 지속적으로 몰입하기엔 버거운 지점이 있다는 평가도 많다.

 

많은 평론가가 결말이 너무 열려 있거나 감정적 해소가 부족하다고 본다. 영화는 승패의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기보다는 상처와 자기 투쟁의 잔여를 남기는 방식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관객에게 강한 여운을 주기보다는 때로는 허전함이나 불만족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

 

《더 컷》은 승리를 향한 드라마라기보다는 실패, 상처, 인간성의 균열을 들여다보려는 영화다. 모든 관객을 사로잡기보다는, 그 어둠과 불편함을 견딜 용의가 있는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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