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스포주의)

영화는 한 시칠리아 신부가 우연히 발견한 【신곡】 원본 필사본에서 시작된다. 이 원고는 단순한 문학 유산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문헌 중 하나로 평가되며, 곧 바티칸과 학계, 그리고 뉴욕 마피아의 관심을 끌게 된다.
원고가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자 뉴욕의 마피아 보스 조 블랙은 이를 거액에 거래하기 위해 전문가의 감정을 의뢰한다. 그는 단테 연구의 권위자인 작가 닉 토시스를 불러 원고의 진위를 확인하도록 지시한다.
닉은 원고를 조사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하지만, 단순한 감정 작업으로 끝날 것 같았던 일은 곧 위험한 범죄 사건으로 변한다. 조 블랙은 자신의 충복인 킬러 루이를 붙여 닉을 감시하게 한다.
루이는 잔혹하면서도 독특한 유머 감각을 지닌 인물로, 원고를 둘러싼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려 한다. 닉은 시칠리아와 로마, 베로나, 파리 등을 오가며 원고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음모와 폭력에 휘말린다.
한편 영화는 현대의 이야기에 맞춰 14세기 단테의 삶을 병렬적으로 보여준다. 추방된 시인이자 정치적 망명자인 단테는 자신의 걸작 【신곡】을 집필하며 인간의 죄와 구원, 사랑의 의미를 고민한다. 특히 그가 평생 동경했던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은 작품 전반의 정신적 원동력이 된다. 영화는 닉과 단테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지만 비슷한 집착과 고독을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원고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여러 범죄 조직과 이해관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닉은 연구 조수 줄리에타와 가까워지며 자신이 오랫동안 책과 지식 속에 숨어 현실을 외면해 왔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반면 루이와 마피아 세력은 원고를 돈과 권력의 수단으로만 바라본다. 영화는 예술의 가치와 소유욕의 차이를 끊임없이 대비시킨다.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관객들은 원고의 최종 소유자가 누가 될지 기대하게 되지만, 작품은 전통적인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여러 세력이 충돌하는 혼란 속에서도 【신곡】 원본은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는다. 그러나 영화는 원고의 소유권보다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에 집중한다.
닉은 긴 여정을 통해 자신이 평생 추구해 온 것이 단순한 문학적 진실이나 희귀한 유물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였음을 깨닫는다.
그는 단테가 베아트리체라는 이상적인 존재를 좇으며 영적 성숙에 이르렀던 것처럼, 자신 역시 현실 속 인간관계와 사랑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줄리에타는 그러한 깨달음의 상징으로 기능하며, 닉이 현실 세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원고는 여전히 역사적 유산으로 남아 있고, 단테의 작품 역시 세기를 넘어 살아남는다. 하지만 가장 크게 변화한 인물은 닉이다. 그는 더 이상 과거와 상징, 환상 속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삶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주요 인물 소개

단테 알리기에리 (Dante Alighieri) / 닉 토시스 (Nick Tosches) - 오스카 아이작 (Oscar Isaac)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인물이다. 오스카 아이작은 무려 두 시대의 주인공을 동시에 연기한다. 중세 파트에서는【신곡】의 저자인 단테 알리기에리로 등장한다. 정치적 추방과 신앙적 갈등 속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학 작품 중 하나를 집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지옥과 연옥, 천국을 향한 영적 여정을 통해 인간 구원의 의미를 탐구한다.
루이 (Louie) / 교황 보니파시오 8세 (Pope Bonifacio VIII) - 제라드 버틀러 (Gerard Butler)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인물 중 하나다. 루이는 현대 뉴욕 마피아 조직의 해결사이자 냉혹한 킬러다. 조 블랙의 명령에 따라 닉 토시스를 감시하며 원고를 둘러싼 모든 장애물을 제거한다.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특유의 유머 감각을 가진 복합적인 캐릭터다. 많은 평론가들이 영화 속 최고의 연기로 제라드 버틀러를 꼽았다.
조 블랙 (Joe Black) - 존 말코비치 (John Malkovich)
뉴욕 마피아 보스. 우연히 손에 넣은 【신곡】 원본 필사본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 한다. 그는 닉 토시스에게 필사본 감정을 맡기면서 사건의 출발점을 제공한다. 겉으로는 냉철하고 교양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위험한 인물이다.
로사리오 (Rosario) - 제이슨 모모아 (Jason Momoa)
시칠리아 마피아 세력의 핵심 인물이다. 필사본이 자신들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인다. 현대 파트에서 닉과 조 블랙의 계획을 위협하는 주요 적대 세력으로 등장한다. 압도적인 체격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며, 원고를 둘러싼 국제 범죄 조직의 이해관계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엉클 카마인 (Uncle Carmine) - 알 파치노 (Al Pacino)
언클 카마인은 현대 시점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뉴욕 범죄 세계와 깊은 연관을 가진 원로급 인물이다. 닉 토시스가 【신곡】 원고를 둘러싼 위험한 여정에 휘말리는 과정에서 조언자이자 과거 범죄 세계의 산증인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레프티 (Lefty) - 루이스 칸셀미 (Louis Cancelmi)
조 블랙 조직의 핵심 구성원이다. 루이와 함께 마피아 세계에서 활동하며 필사본 거래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비교적 현실적인 범죄 조직원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의 범죄 스릴러 요소를 강화한다.
이사야 (Isaiah) -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전설적인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배우로 특별 출연한다. 이사야는 철학적이고 신비로운 인물로 묘사되며 단테와 닉의 정신적 여정에 영향을 준다. 영화 속 종교적 상징과 예언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돈 레코 (Don Lecco) - 로렌초 주르졸로 (Lorenzo Zurzolo)
시칠리아 지역 마피아 가문의 후계자로 등장한다. 젊고 야심 찬 범죄 조직원으로 필사본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현대 범죄 세계의 욕망과 권력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줄리에타 토시스 (Giulietta Tosches) - 갤 가돗 (Gal Gadot)
현대 시점의 주요 여성 인물. 닉 토시스가 【신곡】 원고의 진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학자이자 연구 협력자이다. 닉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며 그의 정신적 변화와 구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영화 후반부에는 단순한 로맨스 상대를 넘어 닉이 현실 세계와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 상징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젬마 도나티 (Gemma Donati) - 갤 가돗 (Gal Gadot)
14세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실제 아내. 역사적으로도 단테의 배우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추방 생활을 이어가는 단테 곁을 지키지만, 단테는 여전히 이상적 사랑의 대상인 베아트리체를 잊지 못한다. 젬마는 현실적인 사랑과 삶을 상징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총평
영화 《단테의 손》(In the Hand of Dante, 2026)은 개봉 전부터 화려한 캐스팅과 독특한 원작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감독은 화가 출신의 영화감독인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이며, 원작은 작가 닉 토스체스(Nick Tosches)의 동명 소설이다.
여기에 오스카 아이삭, 갤 가돗, 제라드 버틀러, 알 파치노, 존 말코비치, 제이슨 모모아, 그리고 마틴 스코세이지까지 참여하면서 2026년 가장 기이하고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실제 공개 이후 평론가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으며, 결과적으로는 "대담한 실패작" 혹은 "천재적인 광기"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독창성이다. 현대의 작가 닉 토시스가 단테의 친필 【신곡】 원고를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와, 14세기 단테 알리기에리의 삶을 병렬적으로 엮어낸 구성은 기존 영화에서 보기 힘든 시도다. 작품은 단순히 원고를 둘러싼 모험담에 머물지 않고 예술과 신앙, 사랑과 구원, 인간의 집착과 욕망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탐구한다.
감독 줄리안 슈나벨 특유의 회화적인 영상미는 이러한 철학적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특히 중세 이탈리아를 재현한 장면들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유화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 듯한 인상을 남긴다. 여러 평론가들이 영화의 서사에는 비판적이었지만 영상미만큼은 높게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작품의 강점이다. 오스카 아이작은 현대의 닉 토시스와 중세의 단테 알리기에리를 동시에 연기하며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그의 연기력이다. 특히 내면의 고독과 집착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왜 그가 동시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지 보여준다.
또한 제라드 버틀러는 살인 청부업자 루이와 교황 보니파시오 8세를 연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일부 평론에서는 오히려 버틀러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의 약점 역시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복잡한 서사 구조다. 영화는 1300년대와 현대를 끊임없이 오가며 수많은 인물과 사건을 소개하지만, 이를 충분히 정리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
그 결과 관객들은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따라가기 어려운 순간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를 "예술적 야망이 지나치게 앞선 작품"이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평론가들은 "감독 본인만 이해하는 영화"라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평론가 평가도 상당히 엇갈린다.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인 Rotten Tomatoes에서는 평론가 신선도 43%를 기록했으며 평균 평점은 4.2/10 수준에 머물렀다.
주요 평론가 평점은 다음과 같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 1/5점
- 라디오 타임스 : 2/5점
- 디스커싱 필름 : 1/5점
- 엘 문도 : 3/5점
- 쇼비즈 411 : 3.5/4점
- 더 랩 : 40/100점
흥미로운 점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대담함 자체는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버라이어티〉의 평론가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작품"이라고 평가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길을 잃을 때조차 결코 지루하지 않은 영화"라고 평했다. 반면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농담 없는 다빈치 코드 패러디 같다"고 혹평했다.
관객 반응 역시 비슷하다. 일반 관객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각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지나치게 난해하다", "오스카 아이작과 제라드 버틀러의 연기는 뛰어나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영화의 153분 러닝타임과 복잡한 전개는 관객들의 호불호를 크게 나누는 요소로 작용했다.
종합적으로 《단테의 손》은 대중적인 오락영화라기보다는 감독의 예술적 야심이 극단적으로 투영된 작품이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결코 성공작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오늘날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문 모험적인 시도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서사의 명확함과 대중성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실험적인 영화와 철학적 상징, 문학적 해석을 즐기는 관객에게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작품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영화"는 아니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강렬하게 기억될 문제작이자 컬트 영화의 잠재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