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이야기는 어린 왕자 아믈레트(알렉산더 스카르스가드)가 아버지인 오르반딜 왕(에단 호크)과 어머니 구드룬 왕비(니콜 키드먼)와 함께 살던 북해의 작은 왕국에서 시작된다. 오르반딜은 전쟁에서 돌아온 뒤 아들에게 왕위 계승 의식을 가르치며, 피의 서약을 통해 “정의로운 왕이 되어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르반딜의 동생 퓌욜니르(클라에스 방)가 왕위를 탐내 반란을 일으키고, 형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왕비 구드룬을 강제로 차지한다. 어린 아믈레트는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단 하나의 문장으로 새긴다. “아버지를 복수하고, 어머니를 구하고, 왕국을 되찾겠다.”
세월이 흘러, 아믈레트는 성인이 되어 바이킹 약탈자 무리에 섞여 살아간다. 야만적이고 신화적인 북유럽 세계 속에서 그는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전사로 성장한다. 어느 날 점쟁이 셰르(윌렘 대포)의 환영과 예언을 통해 그는 다시 자신의 운명을 자각한다.
아버지의 복수를 완수하기 위해 퓌욜니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노예로 위장해 퓌욜니르가 현재 아이슬란드의 외딴 농장에 숨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곳으로 향한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아믈레트는 노예 신분으로 농장에 들어가 퓌욜니르의 가족들을 관찰한다. 그곳에서 그는 슬라브 출신의 여성 올가(안야 테일러-조이)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점차 신뢰와 사랑을 쌓는다.
올가는 지혜로운 여인으로, 자연과 마법의 힘을 다룰 줄 아는 인물이다. 그녀는 아믈레트에게 복수를 넘어선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아믈레트는 여전히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밤이 되면 그는 한 명씩 퓌욜니르의 부하들을 처단하며 두려움을 조성한다. 그 과정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일종의 의식처럼 묘사되며, 인간이 신화적 존재로 변모해 가는 경계를 넘나 든다. 그의 복수는 점점 피비린내 나는 전설로 변해간다. 그러나 구드룬 왕비를 다시 만난 순간, 아믈레트는 예상치 못한 진실을 듣게 된다.
어머니는 자신이 퓌욜니르의 반란을 사주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오히려 남편 오르반딜을 증오했고, 퓌욜니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 충격적인 고백은 아믈레트의 신념을 무너뜨린다. 자신이 ‘구해야 할’ 존재가 사실은 자신을 버린 자였음을 깨달은 그는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그의 복수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른다. 퓌욜니르의 아들이 그의 손에 죽자, 두 남자는 운명적인 결투를 준비한다. 올가는 그에게 함께 떠나 새로운 삶을 살자고 제안하지만, 아믈레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는 예언을 떠올리며, 자신의 아이가 앞으로 ‘새로운 왕조를 세울 것’이라는 신탁에 희망을 건다. 결국 그는 올가를 배에 태워 보내며, 자신은 아이슬란드의 화산 아래 퓌욜니르와 마지막 결투를 벌인다.
붉게 타오르는 화산의 불길 속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결투는 일종의 신화적 클라이맥스로 그려진다. 옷은 찢기고, 살은 불타며, 피가 대지에 스며드는 그 장면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신의 의지가 맞닿는 순간을 상징한다.
결국 아믈레트는 퓌욜니르를 죽이지만, 자신 또한 치명상을 입고 함께 쓰러진다. 마지막 순간, 그는 환상 속에서 발할라로 향하는 여신을 본다. 그의 영혼은 하늘로 승천하고, 영화는 고요한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함께 끝난다.
주요 인물 소개
아믈레트 (Amleth) - 알렉산더 스카르스가드 (Alexander Skarsgård)
아믈레트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어릴 적 왕국이 무너지고 아버지를 살해당한 뒤 복수를 맹세하는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 본 왕의 피로 서약하며 “아버지를 복수하고, 어머니를 구하고, 왕국을 되찾겠다”는 운명을 품는다. 세월이 흘러 그는 바이킹 전사로 성장하고, 늑대 가면을 쓰고 전쟁터를 누비는 ‘울프헤딘(늑대 전사)’으로서 잔혹한 전투를 이끈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인간으로서의 감정과 신화적 사명감이 교차한다.
구드룬 왕비 (Queen Gudrún) -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구드룬은 아믈레트의 어머니이자 왕 아우르반딜의 아내로 등장한다. 초반에는 평온한 왕국의 여왕으로 그려지지만, 남편이 동생 퓌욜니르에게 살해당한 후 운명이 급변한다. 그녀는 퓌욜니르에게 납치되어 그의 왕비로 살아가며, 외부에서는 희생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한 비밀을 품고 있다. 훗날 성인이 된 아믈레트가 그녀를 구하려 돌아왔을 때, 구드룬은 자신이 퓌욜니르를 사랑했고 남편의 죽음을 묵인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도덕적 축을 무너뜨리며, 아믈레트의 복수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간다.
퓌욜니르 (Fjölnir the Brotherless) - 클라에스 방 (Claes Bang)
퓌욜니르는 아믈레트의 숙부로, 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에 형을 살해하고 왕국을 탈취한다. 그는 ‘형제 없는 자’라는 별명처럼, 피의 배신을 통해 왕좌를 차지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은 비극적 인물이다. 반란 이후 그는 왕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아이슬란드의 외딴 지역으로 도망쳐 농장을 꾸리며 은둔한다. 그러나 그의 과거는 여전히 그를 따라다닌다. 성인이 된 아믈레트가 복수를 위해 찾아오자, 퓌욜니르는 과거의 죄와 맞닥뜨린다.
아우르반딜 왕 (King Aurvandill War-Raven) - 에단 호크 (Ethan Hawke)
아우르반딜은 아믈레트의 아버지이자 왕국의 군주로, 영화 초반에 등장한다. 그는 전쟁에서 돌아와 아들과 함께 왕위 계승 의식을 치르며, 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제사를 올린다. 이 장면은 영화의 신화적 세계관을 확립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아우르반딜의 죽음이 곧 서사의 출발점이 된다. 그는 동생 퓌욜니르에게 배신당해 살해당하지만, 그 유산은 아믈레트의 마음속에 살아남아 복수의 불씨가 된다.
올가 (Olga of the Birch Forest) - 안야 테일러-조이 (Anya Taylor-Joy)
올가는 아믈레트가 복수를 위해 노예로 잠입한 농장에서 만나는 여성으로, 슬라브 출신의 노예다. 그녀는 단순한 조력자나 연인이 아니라, 자연과 마법의 힘을 통해 아믈레트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존재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사랑에 빠지고, 올가는 아믈레트에게 복수 외에도 삶의 의미가 있음을 일깨운다. 그녀는 지혜롭고 강인하며, 마지막에는 그의 아이를 품고 새로운 왕조의 탄생을 예고한다.
헤이미르 (Heimir the Fool) - 윌렘 대포 (Willem Dafoe)
헤이미르는 왕실의 어릿광대이자 신탁자 같은 인물로, 왕 아우르반딜과 아믈레트가 제사를 지낼 때 함께 등장한다. 그는 인간과 신,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언자적 존재로서 영화의 상징적 축을 담당한다. 그의 의식 장면은 영화의 가장 독특하고 신비로운 시퀀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나중에 아믈레트는 헤이미르의 해골을 통해 다시 신탁을 받으며 운명을 확인한다.
점쟁이 여인 (Seeress) - 비요크 (Björk)
아이슬란드의 전설적인 가수 비요크가 연기한 점쟁이 여인은, 아믈레트가 바이킹 전사로 활동하던 시기에 등장한다. 그녀는 신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며, 아믈레트에게 그의 운명을 깨닫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녀의 대사는 마치 시처럼 흘러가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운명의 불가피함’을 상징한다.
총평
영화 《노스맨》은 로버트 에거스 감독이 연출한 북유럽 복수 서사로, 고대 바이킹 신화를 정교한 고증과 압도적인 시각미로 재구성한 대서사시다.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능, 운명, 폭력의 순환이라는 심오한 주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에거스 특유의 시각적 상징성과 철저한 역사적 디테일이 맞물리며, 관객은 한 편의 신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복수를 맹세한 왕자 ‘아믈레트’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고, 어머니를 구하고, 적을 죽인다”라는 주문 같은 맹세를 되뇌며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그는 강인한 전사로 성장해 적국을 침략하는 바이킹 부대의 일원이 된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아버지를 죽인 숙부 ‘피욜니르’에 대한 복수심이 불타오르고 있다. 아믈레트는 어느 날 우연히 피욜니르가 아이슬란드에서 노예를 거느리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복수를 완수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그곳으로 향한다. 이후 영화는 잔혹한 운명과 피의 굴레 속에서 한 남자가 인간성과 짐승성 사이를 오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노스맨》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철저한 고증과 미장센에 있다. 로버트 에거스는 ‘더 위치(The Witch)’와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에서 보여준 정교한 시대 재현 능력을 이번 작품에서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고고학과 인류학 자문을 거쳐 복식, 건축, 무기, 종교의식, 음악까지 모두 당시 바이킹 문화에 근거해 재현했다.
화면 속의 풍경은 한 편의 회화처럼 장엄하며, 안개 낀 들판과 화산 지대, 거친 바다와 불길한 달빛은 신화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이런 시각적 압도감 덕분에 관객은 영화 속 세계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하는 듯한 감각에 빠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주인공 아믈레트를 연기한 알렉산더 스카르스가드는 야수 같은 육체성과 내면의 분노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그는 복수에 사로잡힌 인간의 광기와 슬픔을 신체적인 움직임과 절제된 표정으로 표현하며, 캐릭터의 비극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니콜 키드먼은 어머니 ‘구드룬’ 역을 맡아 영화 후반부의 충격적인 반전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욕망과 생존을 위해 선택을 하는 인간으로 그려지며, 영화의 주제의식을 복잡하게 만든다.
또한 아냐 테일러 조이가 연기한 ‘올가’는 아믈레트의 운명에 깊이 얽히는 신비로운 여인으로, 현실과 초자연을 잇는 존재로 기능한다. 그녀의 눈빛과 대사는 영화의 신화적 이미지를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단순한 복수극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운명과 자유의지의 모순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아믈레트는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그 복수가 완성될수록 자신이 신화 속의 인물이 아닌 ‘운명의 노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속에서 어떻게 자기 존재를 정의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철학적 주제의식은 폭력적인 장면들 속에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평론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는 약 90%로, “압도적 시각미와 몰입감 있는 세계 구축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일부 비평가들은 “스토리가 전형적이며, 상징과 리얼리즘에 치중하다 보니 감정의 흐름이 단절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어떤 이는 “예술적인 걸작”이라 찬사 했지만, 또 다른 이는 “너무 잔혹하고 난해하다”고 평가했다. 흥행 성적 면에서는 제작비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지만, 예술적 성취만큼은 분명히 인정받았다.
결국 《노스맨》은 현대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신화적 체험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운명의 순환을 시각과 청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복수는 이 영화에서 하나의 서사적 장치에 불과하며, 진정한 핵심은 인간이 자기 운명과 어떻게 싸우고 받아들이는가에 있다. 로버트 에거스는 다시 한번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화 언어로, 고대의 신화와 현대의 감각을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