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영화 ‘기차의 꿈’은 20세기 초, 미국의 대륙을 가로지르는 철도 건설 붐이 한창이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벌목꾼으로 일하며 희망과 상실 사이에서 삶을 이어가는 남자, 로버트 그레이니어(조엘 에저턴).
그는 깊은 숲 속에서 나무를 오르고 도끼를 휘두르며 나날을 보낸다. 영화는 거대한 자연의 품 속에서 한 개인이 평범하지만 결코 평온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내는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로버트는 아내 글래디스(펠리시티 존스)와 어린 딸과 떨어져 살면서 철도와 벌목 현장을 오가며 생활한다. 그가 지향하는 것은 단지 나무를 베어내고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미국 서부의 풍경 속에서 자신과 가족이 살아가야 할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은 빠르게 변해간다. 숲이 베어지고, 철도는 숲을 관통하며 마을이 들어서고, 기계가 자연을 밀어낸다. 로버트는 벌목과 철도 건설이라는 일 속에서 변화의 물결을 몸으로 겪는다.
그런 중에 그는 깊은 사랑을 경험하고 동시에 충격적인 상실을 맞이하게 된다. 가족과의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외로움도 커지고, 아내와 딸에게 돌아가야 할 책임감은 막중해진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숲과 강, 철로와 마차가 교차하는 세상을 매일 마주하면서 “나는 왜 이 길을 택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영화는 이 질문을 단순한 대사나 장면이 아닌, 로버트의 표정, 도끼질, 기계의 울림, 기차 레일 위에서의 시간 흐름으로 전달한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어느날 숲 속에서 벌어진 사고 혹은 조우이다. 그는 친구 혹은 동료와 숲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도중 불가피한 사고를 목격하거나 당하게 되고, 그 경험은 그를 다시 과거로 돌이켜보게 만든다. 자연과 기계의 충돌, 인간과 풍경의 충돌이 한 개인의 내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이 사건 이후 로버트는 더 이상 단순히 나무를 베고 철도를 깔며 돈을 버는 남자가 아니라, 삶이란 무엇이고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존재로 변해간다.
그와 더불어 글래디스 역시 자신의 자리를 갖는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녀는 먼 곳에서 기다리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로버트가 지향해야 할 삶의 상징이다. 그녀와 딸의 존재가 로버트에게 버팀목이자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면서 그 관계는 긴장과 갈등을 동반한다.
어느 순간부터 로버트는 벌목꾼으로서의 자아와 가족의 남편·아버지로서의 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잃는 듯 보인다.
영화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로버트는 노년으로 접어들고, 그 시대의 변화와 함께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작고 무력한 것이었는지를 깨닫는다. 기차가 숲을 가로지르고 철도가 대륙을 잇는 동안, 그는 그 모든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내야 했던 것을 회상한다.
가족의 상처와 자연의 상처, 그가 살아온 벌목의 상처가 겹쳐지면서 영화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그는 더 이상 기계 앞에서 혹은 숲 앞에서 단순히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억하고 증언하는 존재로 바뀐다.
영화가 끝날 무렵, 자연과 기계, 과거와 현재, 정착과 이동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며, 로버트의 삶은 하나의 서사로 읽히기보다는 시간 속에 흩어진 여러 꿈과 후회, 선택과 순응의 결합으로 다가온다. 그는 결국 자신이 택한 길 위에서 기차의 레일처럼 나아갔지만, 그 기차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그 길 위에서 존재했고, 그 존재가 남긴 흔적은 자연만큼이나 조용하고 깊다.
주요 인물 소개
로버트 그레이니어 (Robert Grainier) – 조엘 에저튼(Joel Edgerton)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로, 초기 20세기 미국 북서부 벌목지와 철도 건설 현장을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그는 고아 출신으로 어린 시절 정처 없이 떠돌았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채 노동 현장 속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로버트의 삶은 단순히 벌목과 철도 업무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는 결혼하고 딸을 낳으며 가정을 이루려 하지만, 먼 벌목지와 철로 건설 현장의 반복적이고 가혹한 노동이 그를 끊임없이 집과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그 와중에 동료의 죽음, 대형 산불로 인한 집터 소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일터의 자연 파괴를 직시하면서 그는 ‘나 여기서 왜 살아가는가’,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품게 됩니다.
글래디스 그레이니어 (Gladys Grainier) – 펠리시티 존스(Felicity Jones)
글래디스는 로버트가 벌목지에서 만난 여성으로, 그의 삶에 잠시나마 평화와 가정을 안겨 준 인물입니다. 배우 펠리시티 존스가 이 역할을 맡았으며, 그녀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내면을 지닌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글래디스의 등장은 로버트에게 ‘정착’이라는 가능성을 열어 줍니다. 그와 딸 케이트와 함께 강가 옆 통나무집을 지으며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가 바라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벌목 현장의 위험과 자연재해가 그들의 삶을 덮칩니다.
“붐머” (Boomer) – 클리프턴 콜린스 주니어 (Clifton Collins Jr.)
붐머는 로버트가 벌목 현장이나 철도 건설 현장에서 만나는 동료 노동자 중 한 명으로, 그 역시 이동하며 일하고 사라지는 ‘떠돌이 노동자’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로버트가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일터에서 겪는 무력감과 슬픔, 자연을 베어내고 산을 허물며 살아가는 삶의 단면들이 붐머라는 인물의 주변 서사를 통해 더욱 생생해집니다.
아른 피플스 (Arn Peeples) – 윌리엄 H. 머시(William H. Macy)
아른 피플스는 로버트가 벌목지에서 만나는 늙은 동료이자 폭발물 전문가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배우 윌리엄 H. 메이시가 연기했으며, 그가 등장함으로써 벌목 현장의 위험성과 노동이 인간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드러납니다. 그는 위험한 폭발물 작업 중 사고를 당하며 세상을 떠나고, 로버트는 그의 죽음을 목도하며 생존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묻게 됩니다.
클레어 톰슨 (Claire Thompson) – 케리 콘돈(Kerry Condon)
클레어는 미국 산림청(United States Forestry Service)에서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으로, 로버트가 벌목 대신 다른 삶을 모색하던 시기에 그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주는 인물입니다. 클레어의 인물은 자연과 노동의 관계, 인간과 환경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영화 속에 던져 줍니다. 그녀를 통해 로버트는 단지 자연을 파괴하고 돈을 버는 존재에서, 자연과 관계 맺고 기억하는 존재로 조금씩 변화해 나갑니다.
이그나티우스 잭 (Ignatius Jack) – 나다니엘 아칸드(Nathaniel Arcand)
이그나티우스 잭은 로버트가 조우하게 되는 인디언 출신 상점 주인이자 친구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당시 미국 서부 노동자 사회의 다양성과 상호관계를 보여 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잭은 로버트에게 단순히 동료나 친구가 아니라, 일종의 인류학적·정서적 거울처럼 작용하며, 로버트가 살아온 삶을 기억하고 증언하는 존재로 기능합니다.
총평
《기차의 꿈》은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가진 서사로, 단순한 개인의 삶을 통해 산업화 시대 미국의 변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상실과 회복이라는 깊은 주제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명상적인 시대극”(The Guardian), “요절한 전원 시(詩) 같은 영화”(Time Out)등으로 묘사하며, 조엘 에저턴의 절제된 연기와 클린트 벤틀리 감독의 미묘한 연출, 그리고 자연의 존재감을 강조한 미장센을 높게 평가한다.
먼저 연기 면에서 조엘 에저턴은 로버트 그레이니어 역을 통해 그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할 만한 깊이를 보여 준다. 그레이니어는 말수가 많지 않은 노동자이지만, 그의 얼굴과 몸짓, 눈빛에서 삶의 고단함과 내면의 고요함이 동시에 느껴지며, 에저턴은 그 존재감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페리시티 존스(글래디스 역) 또한 매력적이다. 그녀는 강인하고 현실적인 여인으로, 로버트의 삶에 안정감과 사랑을 불어넣는 동시에, 고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인물로 그려져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결단과 애정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게 한다.
그리고 윌리엄 H. 머시(아른 피플스 역) 같은 조연들도 단순한 조력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로버트의 삶과 세계관을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의 존재는 벌목지의 위험과 노동의 무게를 실감 나게 드러낸다.
주제적 깊이도 이 영화의 강점이다. 기차의 꿈은 단순히 개인의 고단한 삶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철도라는 상징을 통해 “진보와 파괴의 이중성”을 성찰한다. 로버트가 철도 건설 노동자로 살아가며 숲을 자르고 기차 레일을 놓는 행위는, 한편으로는 연결과 발전의 상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 파괴와 인간 소외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또한 영화는 기억과 시간, 상실에 대해 매우 사려 깊게 접근한다. 로버트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고, 목격했던 폭력과 인종차별, 자신이 선택한 삶의 의미를 되짚으며 존재의 무게를 느낀다.
평론가들은 이러한 느낌적인 서사와 느린 리듬을 장점으로 보면서도, 일부 지점에서는 비판도 한다. 예컨대 The Guardian에서는 영화가 때로는 감정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너무 많은 “명상적 여백”에 의존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서사 구조가 일부 감상자에게는 평온함을 넘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내러티브 면에서는 대화보다는 음성 내레이션과 회상에 의존하는 구성이 많아, 일부는 이 내레이션이 불필요하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관객 중 일부는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전달되는 감정과 장면을 내레이션이 다시 설명하는 느낌”이 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식은 작품의 의도된 미학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다는 평이 많다. 예컨대 The Jam Report는 이 영화가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이 보존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고 평하며, 영화의 느림과 여백을 의도된 미덕으로 본다.
또한 관객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Reddit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름답고 감성적이다”,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영화”라는 찬사가 다수 있지만, 반대로 “속도가 너무 느리고 감정적 피크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는 영화의 미묘한 톤이 관객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크게 갈리는 작품임을 보여 준다.
종합적으로, 《기차의 꿈》은 상업적 블록버스터보다는 예술적 영화에 더 가까운 작품이며, 느린 리듬, 시적 이미지, 조용한 감정의 흐름을 선호하는 관객에게 특히 강하게 호소한다.
평론가들은 조엘 에저턴의 연기, 자연을 담아낸 시네마토그래피, 그리고 주제의 깊이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 영화를 “소박한 삶의 서사이면서도 거대한 존재론적 성찰”로 본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야기의 구조나 내레이션 중심의 전개 방식이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