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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는 어둠 속을 걷는다 (She Walks in Darkness 2025)] 줄거리, 인물 소개, 총평

by Roonion 2025.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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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둠 속을 걷는다 관련 사진

 

줄거리 요약

영화는 한 젊은 요원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테러 조직 ETA(바스크 독립 무장 조직)에 위장 잠입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프랑스 남부에 숨어 있는 ETA 조직의 은신처를 찾아내기 위해 위험한 작전에 뛰어들게 된다.

 

처음 그녀의 임무는 단순해 보인다. 조직원으로 가장해 조직 내부의 신뢰를 얻고, 은신처의 위치나 조직의 구조를 파악하라는 것. 하지만 잠입은 곧바로 치명적 긴장과 충돌을 낳는다.

 

조직의 감시망은 치밀하고 내부 인물들 간의 갈등은 깊다. 그녀는 정체를 숨긴 채 조직원들과 어울리고, 위험한 정보를 입수하고, 동료의 배신 가능성과 함께 스스로가 조직의 일부처럼 행동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와중에 조직 내부에는 무기 은닉소, 무장 보급 경로 등이 숨겨져 있으며, 이를 가리켜 ETA 조직은 술로스(zulos)라는 은신처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목표는 바로 이 술로스를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술로스를 찾는 일은 단순한 지리적 발견이 아니다. 조직의 숨겨진 구조, 조직원 간의 역할 분할, 내부 권력 암투, 그리고 외부 정보기관의 개입까지 얽혀 있는 복합적인 퍼즐이다.

 

잠입 초기에는 외형적으로 조직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그녀는 점점 조직과 더 깊이 맞닿는다. 조직원들과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때로는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적인지 동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인물들이 뒤엉켜 있고, 그녀는 끊임없이 정체성의 위기를 맞는다. 스파이로서의 삶이 점점 그녀의 본래 삶을 갉아먹는다.

 

조직 내 유대도 단순한 적대 관계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녀는 ETA 조직의 한 핵심 인물, 혹은 조직원과 복잡한 정서적 연결고리를 맺기도 한다. 대립과 연대 사이에서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고, 폭력과 이념이 겹쳐지는 조직의 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관계는 단선적인 적대 구도보다는 깊은 회색지대를 형성하며 극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술로스의 최종 위치를 향해 접근한다. 지도상의 한 구석, 숲 한가운데, 지하 동굴 등 은밀한 공간들이 드러난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조직 내부 또는 외부 요원의 배신이나 역정보,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적의 계책과 자신의 임무 사이에서 고비를 맞고, 목숨을 건 선택을 해야 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술로스 내부 진입, 조직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그리고 그녀의 최종 선택이 맞물리는 지점이다. 은신처 내부에는 조직의 비밀문서, 무기 저장고, 내부 인물들의 면모 등이 드러나면서, 잠입 요원으로서 그녀의 임무가 단순히 정부 조직 대 테러 조직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배신, 기억과 신념의 충돌이 되었음이 드러난다.

 

결말은 명확한 해답을 주기보다 여운을 남긴다. 그녀가 술로스에서 빠져나오든, 아니면 조직 속에 남든, 화면은 어둠 속을 걷는 그녀의 모습을 비춘다. 조직이 남긴 흔적, 그녀가 떠나야 할 길, 남은 질문들 어둠과 빛, 진실과 거짓, 정체성과 외부자성 사이의 미묘한 균열들이 시선을 머무르게 만든다.

 

주요 인물 소개

아마이아 (Amaia) - 수사나 아바이투아 (Susana Abaitua)

영화의 중심 인물이자 스페인 민병대 과르디아 시빌(Guardia Civil) 소속 비밀요원.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 ETA 내부에 잠입해 그들의 비밀 은신처인 ‘술로스(Zulos)’의 위치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는다. 아마이아는 처음엔 완벽히 통제된 요원으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과 진짜 자신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다. 조직원들과의 유대가 깊어지며, 단순히 ‘적’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념과 고통에 감정적으로 공명하게 된다. 그녀의 내면은 냉철한 임무 의식과 인간적 공감 사이에서 흔들리고, 이 심리적 균열이 영화 전체의 정서를 이끈다.

 

카스트로 중령 (Teniente Coronel Castro) - 안드레스 게르트루딕스 (Andrés Gertrúdix)

아마이아의 상관이자 작전을 총괄하는 인물. 군 경력으로 다져진 냉철함과 책임감이 강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압력과 상부 명령에 묶여 있는 관료형 장교다. 그는 아마이아에게 아버지처럼 조언을 건네지만, 감정적으로는 차갑고 거리감이 있다.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그녀의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그 결정의 무게가 결국 자신에게도 상처로 돌아온다.

 

베고냐 (Begoña) - 이라이아 엘리아스 (Iraia Elias)

ETA 조직 내 핵심 여성 간부로, 냉철하고 신념이 강한 인물. 그녀는 폭력보다는 ‘독립’이라는 이상을 신성시하는 이념가형 지도자로 등장한다. 아마이아가 잠입 과정에서 가장 신뢰를 얻어야 하는 대상이며, 동시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두 여성은 적이자 동지처럼 관계가 형성된다. 베고냐는 아마이아 안에 숨어 있는 감정의 틈을 간파하며, 그녀가 정부의 요원일 수도 있다는 불신을 품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둘 사이엔 묘한 연대감이 싹튼다.

 

아리에타 (Arrieta) - 라울 아레발로 (Raúl Arévalo)

ETA 조직 내 실무 책임자이자 감시자. 작전, 은닉, 물자 조달을 총괄하며 조직 내에서 ‘눈과 귀’ 역할을 한다. 그는 아마이아를 의심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며 감정적으로 흔들린다. 이 이중적인 감정이 그를 위험하게 만들고, 결국 스스로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아리에타는 영화 속에서 ‘권력에 사로잡힌 인간의 취약함’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조직에 충성하지만,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언제든 배신할 수도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소레다드 이파라기레 / 암보토 (Soledad Iparraguirre / Anboto) - 아리아드나 길 (Ariadna Gil)

ETA의 상징적인 여성 지도자이자, 조직 내 ‘정신적 지주’로 불린다.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로 알려져 있으며, 극 중에서는 이념과 신앙, 그리고 혁명적 낭만을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녀는 아마이아에게 “왜 싸우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그녀의 언어는 단호하고 신념에 차 있지만, 그 속에는 인간적인 피로감과 외로움이 묻어난다.

 

총평

넷플릭스 영화 《그녀는 어둠 속을 걷는다》는 단순한 첩보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에는 훨씬 더 깊은 인간 내면의 갈등과 정치적 긴장이 얽혀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스페인의 분리주의 무장조직 ETA의 실존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 여성 요원이 비밀리에 조직 내부로 잠입해 무기 은닉처를 찾아내려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히 임무의 성공과 실패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신념’ 사이의 경계, 그리고 진실을 위해 거짓을 살아야 하는 인간의 모순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영화는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약 10여 년에 걸친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며, 스페인 사회의 불안정한 정치적 공기와 테러리즘의 그림자를 정교하게 그려낸다. 초반부, 주인공 아마이아(수사나 아바이투아)는 정부기관의 첩보원으로, ETA의 내부에 침투하기 위한 임무를 맡는다.

 

그녀는 조직원들과 섞이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완벽히 감춘 채,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지우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임무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그녀는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간다. 영화는 바로 그 ‘잃어버림’의 순간들을 천천히, 그러나 섬세하게 포착한다.

 

감독 아길레라 디아스 야네스는 기존의 스릴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액션이나 극적인 반전을 최소화하고, 대신 정적인 긴장감과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

 

주인공을 연기한 수사나 아바이투아는 이번 작품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절제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외적으로는 냉철하고 임무에 충실한 요원의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점점 커져가는 혼돈과 후회를 억누르고 있다.

 

엘리아스는 조직 내부의 인물로서, 아마이아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복잡한 인물을 연기한다. 아레발로는 냉정한 정보요원으로, 감정보다는 국가의 논리를 따르는 인물을 맡아 두 세계의 충돌을 상징한다.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빛과 어둠”의 대립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에 가깝다. 아마이아는 조직원으로 위장하며 점점 자신의 윤리적 기준이 흐려지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의 임무가 과연 ‘정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또 다른 폭력의 형태에 불과한지를 끊임없이 자문한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스릴러의 구조를 빌려온 심리극”이라 평가한다. 외적으로는 첩보의 서사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영화가 탐구하는 것은 ‘거짓 속의 진실’이다.

 

로저 이버트 리뷰는 이 영화를 “모두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도덕적 비극”이라 평했다. 시네유로파 역시 “공포와 정치, 현실과 허구가 한 몸으로 엮인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그 밀도 있는 연출을 높이 샀다.

 

결국 《그녀는 어둠 속을 걷는다》는 어둠을 직시하는 영화다. 그것은 단지 테러리즘의 그림자만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윤리적 어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마이아가 어둠 속을 홀로 걸어가는 순간, 관객은 비로소 제목의 의미를 이해한다.

 

그녀가 걷는 어둠은 세상의 어둠이자, 자기 안의 어둠이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도 한 발짝씩 나아가는 그녀의 걸음은, 인간의 양심과 생존 본능 사이의 끝없는 싸움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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