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이 영화는 총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욕망의 유사성과 파멸로 이어지는 공포의 궤적을 공유한다. 다섯 편의 이야기에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욕망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그 이유는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공포 요소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초자연적 세계에서 얻고자 하는 태도가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계기가 된다는 메시지 때문이다.
먼저 한 에피소드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미연의 이야기다. 미연은 시골 마을로 와서 글쓰기 소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귀시’의 문을 열게 된다.
처음에는 단지 영감과 성공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이 상상하지 못한 공포와 직면하게 되며, 단순한 소재 찾기가 아닌 자신의 욕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된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외모 집착에 사로잡힌 채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채원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귀시와 거래를 시도하는데, 이는 단순한 자기 개선의 욕망으로 시작되지만 곧 자기 존재의 왜곡과 파괴로 이어진다.
이 에피소드는 현대 사회에서 외모가 갖는 의미와 그에 따른 압박을 공포라는 틀을 통해 극대화한다. 결과적으로 채원의 선택은 그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상황 전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으며, 욕망이 통제불능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공포적으로 묘사한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엄마 희진과 그녀의 딸 수민이 등장한다. 희진은 딸을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귀시’를 찾아 위험한 거래를 한다. 이 에피소드는 부모의 기대와 자식의 성취라는 현실적 주제를 공포의 언어로 변주하며, 끊임없이 경쟁과 성과를 요구받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희진의 선택은 단지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그 욕망은 결국 가족 전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재난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형사 동식과 그의 파트너 윤건의 수사 이야기다. 징계를 받고 실수를 만회하고 싶어 하는 형사 동식은 후배와 함께 정체불명의 납치 사건을 조사하다가 귀시의 존재와 맞닥뜨린다.
이 사건은 초자연적 현상과 형사적 추리가 맞물리면서, 직업적 욕망과 명예욕이 어떻게 공포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부분은 전형적인 수사 드라마의 형식을 차용하지만, 그것을 공포 설정과 결합시켜 장르적 긴장감을 높인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SNS 인기에 집착하는 유학생 은진의 이야기다. 그녀는 조회수와 영향력을 얻기 위해 귀시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촬영하려 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현실과 초자연의 경계를 무시한 무모함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자기 파괴로 귀결된다. 이 에피소드는 디지털 세대의 취향과 욕망이 어떻게 극단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 준다.
주요 인물 소개
동식 - 유재명
형사 동식은 이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인물 중 하나로, 과거 사건으로 인해 징계를 받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납치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다. 동식은 사건 해결에 집착한 나머지 비정상적인 단서를 좇으며 귀시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그는 겉으로는 차갑고 냉철하지만, 그 내면에는 실수에 대한 죄책감과 인정 욕구가 자리해 있으며, 그것이 결국 자신을 더 위험한 길로 이끈다.
채원 - 문채원
채원은 외모에 집착하는 여성으로, 귀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대표적 캐릭터다. 그녀는 이미 외모적으로 매력적인 존재이지만, 스스로 더 완벽한 모습을 갖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욕망을 넘어서 현대 사회의 자아 이미지와 불안이라는 주제를 드러낸다.
희진 & 수연 - 서영희 & 배수민
희진은 딸 수연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귀시와 거래를 시도하는 엄마다. 그녀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경쟁이라는 현대적 문제의식 속에서, 가족의 희생과 사회적 압박을 극단적으로 체감하는 인물이다. 수연은 자신의 성적과 미래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고, 희진의 선택으로 인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과 연대가 공포로 이어지는 양상을 드러낸다.
미연 - 솔라
미연은 유명 작가가 되기 위해 시골 마을로 온 여성으로, 자신의 꿈과 열망을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귀시의 문을 열게 된다. 그녀는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성공 욕망과 창작 열망이 어떻게 공포적 상황으로 전환되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은서 - 서지수
은서는 외적으로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마저도 완벽해지려는 욕망으로 인해 귀시와 위험한 거래를 한다. 은서는 채원과의 관계 속에서 외적 이미지와 내적 공포 사이의 긴장을 보여 주며, 현대 사회에서 ‘보기 좋은 상태’가 왜곡된 형태의 욕망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은진 - 손주연
은진은 귀시를 소재로 콘텐츠를 제작해 조회수를 올리고자 하며, 디지털 시대의 인기 욕망과 현실적 목표가 어떻게 초자연적 공포와 충돌하는지 보여 준다. 그녀의 이야기는 ‘욕망이 미디어와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어, 현대 관객들에게 특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박수무당 - 원현준
박수무당은 귀시의 세계와 현실을 잇는 매개적 샤먼(무속인) 캐릭터다. 그는 귀시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초자연적 현상과 인간 세계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는 역할을 한다. 그의 존재는 전통적 신앙과 현대 공포를 연결하며, 영화 속 다양한 인물들이 귀시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만드는 촉매로 작용한다.
총평
영화 《귀시 (The Cursed)》는 2025년 9월 개봉한 한국형 공포 영화로서, 독창적인 세계관과 인간 내면의 욕망을 결부시킨 시도 덕분에 기존에 흔히 보던 공포 영화들과는 결이 다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귀신 출몰이나 ‘쫓기는 공포’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의 욕망과 대가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목 ‘귀시(鬼市)’는 문자 그대로 “귀신이 거래되는 금지된 시장”을 의미하는데, 여우 창문을 통해 이 세계가 열린다. 그곳에서는 인간이 갖고 싶어 했던 것(돈, 외모, 성적, 인기, 명예 등)을 얻기 위해 귀신과 거래할 수 있지만, 대가는 필연적으로 참혹한 결과로 돌아온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핵심 공포 장치다.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섯 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기존 공포 서사와 차별화된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귀시의 문을 열고 거래를 감행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화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에서 한 발 나아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욕망(성취, 인정, 외적 완벽함)이 어떻게 자기파괴적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세계관의 신선함이다. ‘귀신을 사고파는 시장’이라는 설정은 기존 공포 영화에서 흔히 보던 유령 출몰, 유물 저주 등 전형적 소재를 변주해 새롭고 기묘한 공포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공간은 단순히 시각적 효과로 공포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도록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즉 관객은 스스로에게 “내가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러한 철학적 질문을 공포라는 장르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이 작품의 장점으로 평가된다.
감독 홍원기는 이 작품을 통해 장르적 실험과 한국적 정서를 결합했다. 그의 연출은 과도한 효과음이나 과장된 장면 전개보다 긴장과 여운을 유지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여우 창문이 열리는 순간의 묘사, 그리고 귀시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거래의 절차와 결과는 때때로 섬뜩하면서도 묘한 흡인력을 가진다. 이는 단순한 점프 스케어(jump scare)가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불안감을 관객에게 안긴다.
또한 영화는 배우진의 연기력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유재명, 문채원, 서영희, 원현준, 마마무 솔라 등 다양한 배우들이 각자의 에피소드를 이끌며 인물의 욕망과 갈등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문채원과 솔라 등은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포와 인간적 갈등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새로운 연기 지평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비평적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예고편 공개와 시사회를 통해 언론과 예비 관객들은 “‘컨저링보다 무서운 한국형 공포 세계관’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공포의 강도가 강렬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이는 단순히 ‘무서움’ 이상의 요소가 결합된 공포로서 인식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모든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옴니버스 구조는 여러 시각에서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이야기 사이의 연결감이나 캐릭터 깊이에서 아쉬움을 느낀 관객도 존재한다는 일부 평가가 있다. 이는 연결되는 하나의 큰 이야기보다는 개별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공포와 서사의 밀도를 동시에 충족하려는 욕구를 가진 관객에게는 다소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귀시》는 단순한 공포 영화 이상의 시도를 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귀신의 출몰이나 기괴한 장면만을 나열하는 대신,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라는 근본적 질문을 공포 장르 속에 녹여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히 ‘오싹함’을 넘어 자신의 욕망과 대가에 대한 성찰적 시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점은 2025년 한국 공포 영화에서 독창성과 실험성을 보여 준 중요한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