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영화는 로스앤젤레스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아르즈(아지즈 안사리)는 여러 가지 임시직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긱 워커(gig worker)’다. 그는 다큐멘터리 편집자로 일해보겠다는 꿈을 가졌었으나 현실은 냉혹하다: 렌트를 내기 위해 앱 기반 일감을 받고, 숙소 대신 차에서 잠을 자며 살아간다. 대조적으로 제프(세스 로건)는 벤처 자본가이자 부유한 삶을 누리는 인물이다. 고급주택, 수영장, 디스코클럽, 사치스러운 파티 등 그가 사는 세계는 일반인에게는 상상 속 이미지와 다름없다.
이 둘의 삶은 우연히도 연결된다. 아르즈는 제프의 집에서 풀 히터를 고치거나 디스코 바닥을 설치하는 등의 잡일을 맡으며 그의 고용인이 된다. 하지만 아르즈는 고용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과 함께, 그저 ‘학력·경력 없이 살아남기 위한 한 조각’으로만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여기서 개입하는 존재가 바로 천사 가브리엘(키아누 리브스)이다. 그는 ‘저가(“budget”) 수호천사’로 묘사되며 본래 임무는 운전 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고 내는 사람들을 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삶의 의미가 단순히 생존을 곧바로 구하는 것 이상의 것임을 깨달으려 하며, 아르즈에게 좀 더 깊이 개입하기로 결심한다.
가브리엘은 아르즈에게 “부(wealth)가 삶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극단적인 실험을 설계한다. 그는 아르즈와 제프의 삶을 뒤바꾸기로 한다. 즉, 제프가 아르즈의 삶을 살고, 아르즈가 제프의 삶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 바디스왑 체제는 두 남자가 서로 다른 계급, 문화, 기대를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아르즈가 부유한 삶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는 초반에는 당황하고 위축된다. 하지만 예상밖으로 그럭저럭 그 삶에 적응해 가며 “럭셔리한 삶”의 장점을 몸소 느끼게 된다. 한편 제프는 아르즈가 살던 현실관계 속으로 던져져, 자신이 당연히 누리던 것들이 사라진 세계에서 생존해야만 한다. 이에 두 인물 모두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재고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한 ‘부↔빈자의 자리바꿈’ 수준으로 그치지 않는다. 가브리엘은 이 실험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천사 권한을 잃는다. 즉, 삶을 바꿔주는 대신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그는 인간의 고통과 선택의 무게를 몸소 경험하며, 변화를 겪는다.
후반부로 가면, 아르즈와 제프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거나 누군가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기대와 갈등 속에 놓인다. 하지만 아르즈는 단순히 “원래로 돌아간다”는 선택 대신, 새로운 가치관을 갖고 자신의 삶을 다시 평가한다. 제프 역시 그 경험을 통해 겸손과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가브리엘은 인간으로서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어,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연대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러한 결말은 돈이나 지위만으로는 삶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요 인물 소개
아르즈 (Arj) - 아지즈 안사리 (Aziz Ansari)
아르즈는 이 영화의 중심인물 중 하나로, 삶이 쉽지 않은 긱(work-gig) 노동자입니다. 그는 여러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고, 렌트비, 생활비, 안정된 미래 등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르즈는 부유한 벤처자본가 제프의 집에서 잡다한 일을 맡는 등, 낮은 위치의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웃음 포인트를 주는 인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적 불안정’, ‘소속감 상실’,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이라는 현대적 불안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내내 그의 시선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제프 (Jeff) - 세스 로건 (Seth Rogen)
제프는 매우 부유한 벤처자본가로, 고급 저택과 수영장, 디스코 클럽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인물입니다. 그는 아르즈의 고용주로 등장하며, 아르즈가 그의 집에서 여러 잡일을 맡는 관계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프의 삶은 언뜻 보기에는 이상적이지만, 영화는 그가 부를 가졌음에도 삶의 진정한 만족이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면을 보여줍니다.
가브리엘 (Gabriel) - 키아누 리브스 (Keanu Reeves)
가브리엘은 ‘ 저예산 수호천사(budget guardian angel)’라는 아이디어로 등장하는 천사 캐릭터입니다. 그는 평소에는 운전 중 문자 보내기 등 사소한 사고를 막는 일을 맡고 있었으나, 영화 속에서 아르즈와 제프의 삶에 개입하게 되며 본격적인 역할을 갖게 됩니다. 가브리엘은 아르즈에게 “부 만으로 삶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교훈을 주려 하지만, 그의 개입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며 자신의 천사 권한을 잃고 인간 세계에서 직접 ‘살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합니다.
엘레나 (Elena) - 케케 파머 (Keke Palmer)
엘레나는 하드웨어 스토어에서 아르즈와 함께 일하는 동료로 등장하며, 노동 환경 개선·노조 조직 등을 위해 행동하는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엘레나는 아르즈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의 맥락을 이해하고,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존재로서 그에게 안정감과 변화를 제안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사 (Martha) - 산드라 오 (Sandra Oh)
마사는 천사 세계에서 가브리엘을 감독하거나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영화 속에서 가브리엘이 개입했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그의 날개가 박탈되자, 마사는 그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입니다. 마사와 가브리엘의 관계는 천사로서의 책임과 인간 세계로의 개입 사이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즈라엘 (Azrael) - 스티븐 헨더슨 (Stephen Henderson)
아즈라엘은 영화에서 천사들의 또 다른 인물로, ‘잃어버린 영혼들을 돕는’ 역할을 맡는 듯한 설정이 있습니다.
그는 가브리엘과 마사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 혹은 천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로 나타나며, 영화의 초현실적·윤리적 분위기를 강화하는 보조 축으로 기능합니다.
총평
영화 《굿 포춘》는 코미디와 판타지를 결합한 작품으로, 현실 세계의 격차와 노동의 문제를 가볍지만 의미 있게 조명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감독이자 주연인 아지즈 안사리(Aziz Ansari)가 직접 각본까지 맡았으며, 키아누 리브스가 천사 ‘가브리엘(Gabriel)’ 역을, 세스 로건이 부유한 벤처 자본가 제프(Jeff) 역을 연기한다.
먼저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메시지와 접근성의 결합이다. 영화는 긱(gig) 경제에 내몰린 아르즈(아지즈 안사리)의 삶을 통해 ‘불안정한 노동’, ‘불평등한 부의 구조’, ‘삶의 일반적인 행복에 대한 질문’이라는 주제를 꺼내든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브리엘이라는 천사의 개입과 몸 바꾸기(body-swap) 설정을 통해 접근하면서, 관객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유머러스한 틀 위에 올려놓았다. 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천사의 개입’을 통해 현대 사회의 노동자를 바라보는 장치가 매력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가브리엘이 인간이 되어 평범한 직업을 경험하고, 제프와 아르즈의 삶이 뒤바뀌는 과정 속에서 “돈이 자동으로 행복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또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이 영화에 대한 긍정적 요소로 손꼽힌다. 키아누 리브스는 다소 어수룩하지만 진심을 담아 인간 세계에 내려온 천사 가브리엘을 연기하며, 단순히 웃음을 주는 코믹 캐릭터 이상의 따뜻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한 비평가는 “리브스의 연기만으로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아지즈 안사리와 세스 로건 역시 각자의 역할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며, 특히 안사리는 자신의 연기뿐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첫 시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려 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완벽하다고 평하기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먼저, 서사의 구조와 페이싱에서 다소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가 몸 바꾸기 설정 이후 진행되는 중반부와 후반부에서 템포가 느슨해지고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비평이 있었다. 예컨대, 『 The Guardian 』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반복되고 편집이 급하게 처리돼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고 언급했다.
또한, 노동자와 부자의 삶을 교차 보여주는 장면들에서 사회적·경제적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긴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부에서 그 메시지가 충분히 풀리지 않고 남겨진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좋은 의도를 갖고 있지만, 변화나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문제만 제시한 채 끝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이 영화는 장르적 기대치와도 맞물려 약간의 혼란을 겪고 있다. ‘코미디 + 판타지 + 사회풍자’라는 구성은 매력적이지만, 어느 한쪽에 집중되지 않고 중간 지점에 머무르다 보니 장르 팬들에게는 ‘스릴 있는 코미디’ 혹은 ‘사회비판 드라마’로서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리뷰는 “코미디로서 웃음이 충분치 않다”거나 “풍자로서의 강렬함이 약하다”고 평했다.
이처럼 강점과 약점을 모두 지닌 ‘Good Fortune’은 관람자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영화다. 만약 관객이 무겁지 않게 삶의 격차나 노동의 문제를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마주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배우들의 호연과 가벼운 판타지 설정, 그리고 따뜻한 결말을 선호한다면 긍정적인 경험을 줄 것이다. 반면에 코미디의 폭발적인 웃음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