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 《더 캐니언》은 스콧 데릭슨 감독이 연출하고, 마일스 텔러와 안야 테일러-조이가 주연을 맡은 2025년작 SF 로맨틱 액션 스릴러입니다. 이 작품은 두 명의 정예 저격수가 서로 반대편의 타워에서 미지의 협곡을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레비 케인(마일스 텔러)은 PTSD에 시달리는 전직 미 해병대 정찰 저격수로, 바솔로뮤(시고니 위버)라는 미스터리한 여성에게 서쪽 타워를 지키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동시에, 드라사(안야 테일러-조이)라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은밀한 작전 요원이 동쪽 타워를 지키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만, 직접적인 소통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협곡은 '홀로우 맨'이라 불리는 괴생명체들이 존재하는 위험한 지역으로, 과거 수많은 군인들이 투입되었지만 모두 실종되었습니다. 레비는 전임자 J.D.(소페 디리수)로부터 이 지역의 위험성과 '스트레이독'이라는 비상 프로토콜에 대해 듣게 됩니다. 그러나 J.D.는 임무 종료 후 바솔로뮤의 명령으로 제거당합니다.
몇 달 후, 드라사는 생일을 맞아 규정을 어기고 레비와 소통을 시도하며,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집니다. 그러던 중, 홀로우 맨들이 협곡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며, 두 사람은 협력하여 이를 저지합니다. 이후 레비는 드라사와 직접 만나기 위해 협곡을 건너지만, 사고로 협곡에 떨어지게 되고, 드라사는 그를 구하기 위해 협곡으로 뛰어듭니다.
협곡 내부에서 두 사람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생물학 무기 연구소의 흔적과 변이 된 생명체들을 발견합니다. 이들은 '다크레이크'라는 민간 군사 기업이 이 지역을 비밀리에 관리하며, 변이 생명체를 이용한 슈퍼 솔저를 개발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레비와 드라사는 '스트레이독' 프로토콜이 이 지역을 핵폭발로 소멸시키는 계획임을 알아내고, 협곡을 탈출하여 이를 실행에 옮깁니다. 바솔로뮤와 그녀의 부하들은 폭발에 휘말려 사망하고, 협곡은 완전히 파괴됩니다.
드라사는 프랑스로 이동하여 레비와 재회하기를 기다리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레비가 남긴 시를 통해 그의 감정을 확인하고, 결국 부상을 입은 레비가 나타나 두 사람은 재회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주요 인물 소개
리바이 케인(Levi Kane) - 마일스 텔러(Miles Teller) : 전직 특수부대 저격수 출신으로, 작전 중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 이후 PTSD를 앓고 있다. 사회와의 단절, 과거에 대한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던 그는 ‘고지’ 감시 임무를 마지막 기회처럼 받아들이고 기지에 배치된다. 겉은 거칠고 무뚝뚝하지만, 내면은 깊은 상처와 연민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드라사(Drasa) - 안야 테일러 조이(Anya Taylor-Joy) : 리투아니아 출신의 저격수이자 암살자로, 어린 시절 전쟁을 겪으며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온 냉철한 인물이다. 하지만 리바이와의 교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게 되고, 사람을 다시 신뢰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녀는 차가운 외면 아래 감춰진 따뜻한 심장을 지닌 인물이다.
바솔로뮤(Bartholomew) -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 : '다크레이크'라는 민간 군사 기업의 수장으로, 협곡의 비밀을 관리하며 레비와 드라사를 이용합니다. 그녀는 임무 종료 후 요원들을 제거하여 비밀을 유지하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음모가 드러나며 파멸을 맞이합니다.
J.D. - 소페 디리수(Sope Dirisu) : 레비의 전임자로, 협곡의 위험성과 '스트레이독' 프로토콜에 대해 경고합니다. 임무 종료 후 바솔로뮤의 명령으로 제거당하며, 레비에게 중요한 정보를 남깁니다.
에리카스 - 윌리엄 휴스턴(William Houston) : 드라사의 아버지로, 말기 암에 시달리며 자살을 계획합니다. 그의 존재는 드라사의 감정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총평
《더 캐니언》은 전쟁과 고립, 정체성, 사랑이라는 다층적인 테마를 스릴 넘치는 SF 설정 속에 녹여낸 독특한 장르 혼합 영화입니다. 스콧 데릭슨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과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그리고 마일스 텔러와 안야 테일러-조이의 호흡이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특히 두 배우의 심리 묘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감정의 깊이를 전달해 주며,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무게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인물상을 제시합니다.
협곡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극의 밀도를 높이며, 관객을 극단적인 고립 상황으로 끌어들입니다. 거대한 협곡을 사이에 둔 두 저격수의 시선, 긴장감 있는 침묵, 점차 쌓여가는 신뢰와 감정은 마치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구조로 낯설지만 매혹적인 정서를 형성합니다. 이들이 타워를 벗어나 협곡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영화의 분위기가 미스터리와 호러로 전환되며, 과거의 생체 실험과 군사 비밀이라는 충격적 설정이 더해져 장르적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특히, ‘다크레이크’라는 민간 군사기업의 존재와 ‘스트레이독’이라는 핵심 키워드는 단순한 액션이나 음모론을 넘어서, 개인의 존재 의미와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킵니다. 이는 현대사회의 군사 산업 복합체나 감시 시스템에 대한 풍자적 해석으로도 이어지며, 단순한 SF 영화 이상의 무게를 지닙니다.
시적으로 표현된 대사와 분위기는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시처럼 흐르는 정서를 전달합니다. 마일스 텔러가 연기한 레비 케인의 캐릭터는 시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드라사는 그의 시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엽니다. 두 인물이 만나기 위해 ‘현실’을 넘는 순간, 영화는 액션을 넘어 인간 정신의 회복과 연결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도달합니다.
다만, 영화 후반부의 급격한 전개와 일부 설정의 미흡한 설명은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일부 관객에게는 다소 과한 감정선이나 문학적 연출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캐니언》은 SF와 로맨스, 서스펜스를 한 데 엮은 보기 드문 작품이며, 관객에게 감정과 사유, 그리고 비주얼의 진한 여운을 남기는 데 성공합니다.
또한, 영화의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 이상의 감정적 깊이를 지닙니다. 죽음의 협곡을 함께 건넌 두 인물은 단순한 연인 그 이상으로, 서로의 구원이자 치유의 존재로 자리합니다. 비록 모두가 살아남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지만, 그들이 선택한 감정의 진정성은 관객에게 뚜렷한 울림을 줍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즉 사람 사이의 연결과 공감이 가장 강력한 생존 방식이라는 메시지로 귀결됩니다.
《더 캐니언》은 단순히 무언가를 이기거나 탈출하는 이야기 그 이상으로, 내면의 공허를 직시하고 그것을 채워나가는 서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고립된 세상 속에서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마주할 수 있다면, 협곡조차 넘을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